서문시장 4지구 재건축, '추진계획→시공사 선정' 순조로울까?

[탐사보도] 서문시장 4지구 화재 3년 8개월, 재건축은 '감감'
행정력 부재…상인 "추진위에만 맡기면 어쩌나" 대구시 "추진계획수립 민간 영역"
갈등 현재진행형…신축 상가 엘리베이터 갖춘 4층, 공용 공간 가까이 자리다툼

지난 2016년 11월 30일 대구 서문시장 4지구 상가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에 나선 당시의 모습. 매일신문DB 지난 2016년 11월 30일 대구 서문시장 4지구 상가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에 나선 당시의 모습. 매일신문DB

2016년 11월 30일 오전 2시 4분. 대구 서문시장 4지구 남서편에서 검붉은 화마(火魔)가 치솟았다. 의류와 원단 등 가연성 물질을 먹어치운 화마는 곧 상가 전체를 집어삼켰다. 무려 58시간 동안 타오른 이 불로 서문시장 4지구 내 점포 679곳이 모두 탔고, 469억원에 이르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3년 8개월이 지난 지금, 서문시장 4지구가 있던 자리는 아직 빈터로 방치돼 있다. 재건축 사업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첫 삽조차 뜨지 못했다.

◆ 조합 출범조차 못해

서문시장 4지구 재건축 조합 추진위원회는 승인받은 지 2년 6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정식 조합으로 출범하지 못하고 '추진위' 딱지를 떼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는 4지구 화재가 일어난 지 넉 달이 지난 2017년 3월 1지구와의 복합 재건축 계획을 꺼내들었다. 같은 해 10월 권영진 대구시장이 직접 나서 설명회와 간담회까지 열었지만, 1·4지구 상인들과 소유주들의 반발에 부딪쳤다. 1지구 상인들은 오랜 영업 공백을 우려했고, 4지구 상인들은 공기 연장을 걱정하면서 결과적으로 1년가량을 허비한 뒤 4지구 단독 재건축으로 가닥을 잡았다.

화재 사흘만에 서문시장을 삼켰던 불길이 멈춘 뒤 서문시장 상공에서 바라본 4지구 건물의 모습. 일부가 화재로 붕괴돼 있다. 매일신문DB 화재 사흘만에 서문시장을 삼켰던 불길이 멈춘 뒤 서문시장 상공에서 바라본 4지구 건물의 모습. 일부가 화재로 붕괴돼 있다. 매일신문DB
2016년 대형 화재가 발생했던 대구 서문시장 4지구가 4일 오후 재개발 진척 없이 방치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2016년 대형 화재가 발생했던 대구 서문시장 4지구가 4일 오후 재개발 진척 없이 방치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추진위는 오랜 진통 끝에 지난해 12월 '시장정비사업추진계획(이하 추진계획)'을 확정했다. 이후 지난 6월 관할 중구청은 대구시에 '추진계획' 승인을 요청했다. 오는 8월 추진계획 '승인'을 받으면 10월 정식 조합을 구성, 내년 2월에 시공사를 선정하는 게 추진위의 목표다.

이는 앞서 화재로 재건축을 했던 서문시장 2지구에 비해 1년 이상 더디게 진행되는 것이다. 2005년 12월 29일 화재 사고로 전소된 서문시장 2지구는 2년 2개월 만인 2008년 2월 추진계획 승인을 받았고, 4개월 뒤 조합이 정식 출범했다. 이후 4년간 공사를 거쳐 재건축을 끝냈다.

반면 4지구는 계획대로 8월에 추진계획을 승인받더라도 화재 이후 3년 9개월이 걸린 셈이 된다. 조합 출범과 공사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상인들은 8년 이상 더부살이를 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잇따른 잡음

사업이 늦어진 원인으로는 관할 행정기관의 행정력 부재가 첫 손에 꼽힌다. 복합 재건축 방안을 두고 1년 이상 갑론을박하면서 시간만 낭비했다. 이후 대구시와 중구청은 민간 정비사업이라는 이유로 사업을 추진위에만 맡겨둔 채 손을 놓아버렸다.

실제 대구시와 중구청은 추진위로부터 추진계획을 접수하기 전까지 별다른 중재나 개입을 하지 않았다.

4지구 상인 C(57) 씨는 "상인 간에 파벌이 생겨 원활한 사업 진행이 어려운데도 행정당국은 추진위에만 맡겨뒀다"며 "대구시가 나서서 재건축 방향을 브리핑하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등 행정력을 발휘해야 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추진계획 수립은 민간 영역이다. 추진계획을 접수한 뒤부터 행정절차를 시작한 것"이라며 "복합 재건축이 결국 무산되긴 했지만, 다른 시장 정비사업과 비교해 크게 늦어진 편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지난 2017년 대구 서문시장 2지구 회의실에서 열린 '서문시장 4지구 복합 재건축 설명회' 가 1·4지구 상인 및 점포소유자들로 붐비고 있다. 매일신문DB 지난 2017년 대구 서문시장 2지구 회의실에서 열린 '서문시장 4지구 복합 재건축 설명회' 가 1·4지구 상인 및 점포소유자들로 붐비고 있다. 매일신문DB

다른 지구 상인들과는 진·출입로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졌다. 4지구는 서문시장 한복판에 있는 탓에 공사 차량이 드나들 경우 영업에 지장이 생긴다는 게 타 지구 상인들의 논리였다. 재건축 사업에 포함된 진·출입로 확장공사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노점상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중구청에 해당 문제로 200건이 넘는 민원을 접수했다. 추진위 관계자는 "어느 길로 정하더라도 민원이 생겨 수십 개 이상의 계획안을 만들어야 했다.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현재의 서문치안센터~약초골목으로 이어지는 길을 확정했고 보상 문제도 조합 설립 이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문제는 상인들 간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4지구 상인 D씨는 "애초 복합 재건축과 진·출입로 문제 모두 1지구의 반대가 핵심이었다. 일부 4지구 상인 사이에서는 '언젠가 1지구가 재건축을 하면 훼방을 놓겠다'는 감정 섞인 발언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행정당국의 별다른 중재가 없었던 점이 이같은 민원 폭증의 원인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4지구 상인은 "대신파출소 인근부터 1지구까지 폭 10m 소방도로의 절반가량을 노점상이 점유하고 있는데, 도로를 넓히는 공사를 하려면 모두 정리해야 한다. 추진위가 아니라 대구시나 중구청에서 나서 정리를 해줬어야 하지 않느냐는 아쉬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4지구 상인 간에도 신축 상가의 공용 공간 위치를 두고 의견 차가 빚어졌다. 계단만 있는 3층 건물이었던 기존 4지구와 달리, 신축 건물은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등 공용 공간이 갖춰진 4층으로 계획됐다. 이 때문에 공용 공간 가까운 곳에 점포를 차지하기 위한 '자리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추진위 관계자는 "건물 구조가 크게 바뀌는 탓에 기존 4지구 건물에서 갖고 있던 점포 위치와 신축 건물에서 배정받을 수 있는 상가 위치가 차이 날 수밖에 없었다"면서 "위치가 장사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공동 소유주를 포함할 경우 이해 당사자가 모두 2천300명 가까이 되다 보니 설득과 중재가 길어졌다"고 해명했다.

지난 2016년 11월 30일 대구 서문시장 4지구 상가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에 나선 당시의 모습. 매일신문DB 지난 2016년 11월 30일 대구 서문시장 4지구 상가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에 나선 당시의 모습. 매일신문DB

◆ 착공까지 '첩첩산중'

추진계획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들은 재건축 사업이 끝날 때까지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대구시는 추진계획을 접수한 뒤 지난달 8일과 22일 두 차례에 걸쳐 ▷다른 지구 상인들과 노점상들에 대한 영업손실 보상 대책 ▷공사차량 진·출입에 따른 도로 확보 방안 ▷서문주차장과 연계한 교통대책 등 보완 의견을 요구했다.

보완 의견은 강제성이 없지만, 이를 추진계획에 포함하지 않을 경우 심의 과정에서 관련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게 행정당국의 판단이다.

이에 대해 추진위 측은 '향후 담당 변호사와 협의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으로 회신한 상태다.

추진위 관계자는 "4지구 화재 잔여물 수천 톤(t)을 실어내면서도 야간에 진행했기 때문에 큰 민원이 없었다. 시공사를 결정하고 난 뒤 논의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신축 상가의 점포 위치를 둘러싼 4지구 상인들의 갈등 역시 현재진행형이다. 아직 추진계획만 나왔을 뿐, 정식 설계도면은 나오지도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정식 설계가 나온 뒤 점포 위치가 확정되면 더 많은 다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일부 상인들은 "문제가 계속 불거지면서 사업이 더 늦춰지는 것 아니냐"며 우려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추진위는 우선 추진계획이 승인되는 대로 조합을 설립하면 빠른 시일 내 착공까지 이어갈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홍관 추진위원장은 "타 시장 정비사업을 보면, 계획 수립에 1~2년 정도 걸리는 경우가 많아 특별히 4지구의 추진 상황이 더 늦지는 않다"며 "추진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를 미리 조율했기 때문에 향후 시행계획을 만들 때는 시간을 더 단축될 수 있다. 입주까지 빠르면 3~4년 정도를 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부 과정에서 여러 이견이 나오면서 시간이 조금 지체될 수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시장 재정비에서 가장 오래 걸리는 이주와 철거 부분이 없는 만큼 계획대로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기획탐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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