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김상동 경북대 총장 "차기 총장에 전하고픈 메시지는…"

"대학 내실화와 학생 복지만 보고 달려왔다"
"단순한 교육기관 넘어 연구·기술 혁신 투자 중요"

김상동 경북대 총장이 취임 후 3년 6개월간을 반추하며 설명을 이어가고 있다. 경북대 제공 김상동 경북대 총장이 취임 후 3년 6개월간을 반추하며 설명을 이어가고 있다. 경북대 제공

이제 3개월여만 남았다. 김상동(61) 경북대 총장은 3년 6개월을 쉼없이 내달렸다. 2017년 1월 2순위로 총장에 취임하면서 학내외적으로 많은 갈등을 겪었고 올해 상반기 사상 유례없는 코로나19 사태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걸었다. 과거 어느 총장보다 마음고생이 심했을 터. 그러나 그런 시련이 오히려 그에게 자양분이 됐다. 2년여간의 '총장 부재 사태'라는 위기를 극복하고 경북대를 내부적으로 안정시켰다는 평을 듣고 있다. 10월이면 본연의 수학과 교수로 돌아가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먼저 코로나19 사태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19로 올해 1학기에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1학기 내내 중국인 유학생 수용 문제와 코로나19 확진자 생활관 활용 문제 등 이래저래 혼란이 많았던 것 같다. 어느 시기보다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은데?

-(긴 한숨)온 나라가 그랬겠지만 코로나19가 대학 학사 일정에 이렇게 막대한 영향을 끼칠지는 상상조차 못했다. 2월 초에 개교 74년 만에 처음으로 졸업식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이번 사태가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을 감지했다. 무엇보다 학사 일정 조정이 급선무니까 개강을 2주 연기하는 것을 시작으로 만약을 대비해 여러가지 6가지 수업모델을 만들었다. 이 모델을 거점국립대협의회 긴급 회의 때 다른 대학에도 전달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대학본부 내에서 확진자 1명이 나와서 나를 포함해 모든 보직자가 검사를 받는 비상 상황도 있었다.

경북대 생활관을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로 활용하기로 결정했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 애초 대구시가 경북대 생활관 활용을 제안했을 때 나는 칠곡에 있는 영진전문대 글로벌캠퍼스가 적합하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3월 초에 대구시장이 전화해 '4주간만 생활관을 활용하자'고 간곡히 부탁하더라. 그 날 오후 11시쯤에 대구시장실에 찾아갔다. 워낙 긴박한 상황이어서 구성원들에게 정식적으로 동의를 구할 여유가 없어 그룹별로 단톡방을 열었다. 그랬더니 항의가 많이 들어왔다. 그룹별로 양해를 구하고 이후 대구시장님이 직접 경북대를 방문해 구성원들과 많은 대화를 하면서 간신히 이 문제가 해결됐다. 결과적으로 경북대 생활관을 빌려준 것이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데 큰 도움이 됐고 여기저기서 좋은 평가를 받고 칭찬도 많이 들었다.

▶이번 학기에서 특히 온라인 강의를 두고 논란이 컸다. 강의 내용이나 자료가 부실하다는 학생들 의견도 많았다. 대학본부 측은 이런 문제점을 어떻게 풀었는지 궁금하다. 또 보완할 점은 무엇인지도 알고 싶다.

-대부분 처음 겪다보니 초반엔 미흡한 점이 적잖았다. 학생들 불만이 많이 나오는 과목의 경우는 해당 학과에 가능한 실시간 강의나 영상 녹화를 올리라고 수차례 권고헀다. 하지만 일부 나이 지긋한 교수의 경우 이런 일이 처음이라 바꾸는 것이 쉽지 않았던 거 같다. 강의는 교수의 절대적 권한이다보니 무조건 강제할 수는 없었다. 다만 학생들 강의 평가가 있기 때문에 갈수록 나아질 것으로 본다. 실제로 지금 많이 개선됐다. 교수들이 화상강의에 적응했고 일부 교수는 자비로 화상강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열의도 보였다. 본부는 초반에 웹엑스(화상회의프로그램) 1천 개 라인을 구축했고 이후 꾸준히 시스템 구축을 해왔다. 초반에 걱정했던 네트워크나 스토리지 등 용량 문제도 큰 무리없이 해결됐다.

이번을 계기로 교육부의 한국형 온라인 공개 강좌(K-MOCC)에 상당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교육부가 야심차게 진행해온 K-MOCC가 기대와는 달리 이번 사태에서 거의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는 안 보이는 규제가 많고 기준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교육부에서 이런 문제점을 잘 고쳐나갔으면 한다.

▶전문가 사이에 가을에 코로나19 팬더믹이 온다는 이야기가 많다. 그럴 경우 정상적인 수업이 이어질지 미지수다. 2학기를 대비해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나.

-우리나라뿐 아니라 외국 대학들도 2학기 강의 방식을 놓고 고민을 많이 한다고 들었다.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마련해봐야 알겠지만 대면 강의를 원칙으로 하되 비대면과 병행하는 방식으로 가야 하지 싶다. 동시에 수강하는 인원을 최대한 줄이고 대면과 비대면을 교대로 하는 방식도 생각하고 있다. 시험 등과 같은 평가의 탄력적 운영도 구상하고 있다.

▶임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업적이나 성과가 있다면.

-총장으로 취임할 때 '2순위 총장'이라는 비판을 많이 듣다보니 언론 인터뷰에서 소감을 묻는 질문에 대한 첫 한마디의 중압감이 컸다. 당시 '총장직을 맡지 않았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많이 했다. 하지만 '무엇을 해야 우리 대학을 발전시킬 수 있을까'라는 사명으로 버틴 것 같다. 사심없이 경북대를 위해 일해보자고 마음먹었다. 그리곤 '우리 대학이 외국의 유수 대학과 왜 차이가 날까'를 고민했고 경북대의 질적 전환과 내실화가 해답이 될거라고 판단하고 그 목표를 위해 쉼없이 달려왔다.

그 하나로 학생 복지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카페테리아를 오픈하고 도서관 리모델링 등을 했다. 특히 도서관 리모델링을 통해 학생들이 우리 대학이 많이 달라졌다고 평가한다. 무분별한 교양 학점 이수를 막기 위해 '교양 학점 상한제'를 도입한 것도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정부 부처를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교수들의 교육연구활동비를 증액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대학 평가에 있어 각종 지표 상승을 이룬 것도 뿌듯하다. 취임 후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준비하면서 무척 고생을 했다. 2년간 총장 부재 사태로 인해 촉적된 데이터가 별로 없어 각종 자료를 준비하느라 보직자들과 함께 눈코 뜰 새가 없었다. 그래도 거의 1년 동안 꼼꼼히 준비한 덕분에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다.

27일 개소하는 학생미래지원센터도 빼놓을 수 없다. 일반적으로 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해서 자신의 적성이 학과에 맞는지, 전과(轉科)나 부전공 문제는 어떻게 푸는지 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다. 하지만 해당 학과나 교수들은 이런 문제에 대해 상담해주거나 조언을 해줄 수 없다. 이런 고민들을 원스톱 서비스로 해결해주는 곳이 학생미래지원센터다. 개인적으로 기대를 많이 걸고 있다.

▶지난해 10월에 총학생회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이례적인 일이라고 들었다. 어떤 상황이었나.

-전혀 몰랐는데 당일에 총학생회가 총장실을 찾아온다고 하더라. 비서실에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까 감사패를 전달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총학생회가 도서관을 리모델링한 일과 축제 때 본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준 일 등을 통해 본부가 학생 복지에 진정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고 그에 대해 소정의 감사를 전달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속으로 정말 뿌듯했고 학생들이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아서 고마웠다. 이는 잘 없는 일이라 더욱 그랬다. 혹시 전국 최초가 아닌가 싶다(웃음). 외부 회의나 모임에 가면 다른 기관 참석자들이 간혹 이 얘기를 꺼내면서 부러워하더라.

▶임기 동안 꼭 성과를 내고 싶었는데 혹시 못한 것이나 아쉬웠던 점이 있나.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자체-대학혁신지원사업은 우리 대학이 가장 먼저 제안해 발전된 사업이다. 과거 대구시와 경북도 지자체장들을 모아놓고 브리핑을 했고 이게 '휴스타 사업'으로 발전했고 결국 전국적인 사업으로 확대됐다. 다만 안타까운 점은 대구시와 경북도가 한동안 코로나19가 확산되는 바람에 이 사업 준비를 상대적으로 많이 못한 점이다. 다른 시도는 차근차근 준비를 잘 해나가고 있다고 들었다. 지역에서 발전한 사업이니만큼 지역에서 사업을 따내 우리 대학이 주축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융합학과 신설이 지연된 것도 안타깝다. 대학생 1, 2학년생을 대상으로 학과를 신설하는 혁신적인 방안인데 계획대로 올해 운영에 들어가지 못한 점도 못내 아쉽다. 우리 대학 내 학칙 개정이 늦었고 교육부에서 시행령 개정이 늦어지는 바람에 내년 신설로 연기됐다.

▶경북대는 예나 지금이나 대구경북을 이끄는 최고의 대학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예전같지 않다는 이야기가 많다. 경북대가 예전의 명성을 찾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우리 대학뿐 아니라 전국의 모든 거점국립대들을 보면 신입 교수들 중에서 뛰어난 재원이 많다. 하지만 지역의 취업 환경이 워낙 열악하다 보니 젊은이들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고 등록금이 10여 년간 동결되면서 대학 재정이 취약해지는 등 여러가지 원인이 있는 것 같다.

경북대가 예전 명성을 찾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연구와 기술 혁신 뿐이라고 생각한다. 논문의 예를 들면 양적 경쟁보다 질적 경쟁으로 가야 한다. 영향력 있는 논문이 많이 나와야 한다. 교수들이 자신의 독창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그래야만 학생들도 창의성을 십분 배울 수 있다.

예전부터 누누이 경북대는 연구 중심 대학으로 가야 한다고 주창하고 있다. 우리 대학을 보면 카이스트나 유니스트, 디지스트 등 과학기술특성화대학과 비교해 이공계열 교수진이 양적으로 훨씬 많다. 하지만 단순히 대학을 교육기관으로만 생각하니까 연구 풍토나 결과 등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현 정부의 대학 정책에 대해 개인적으로 평가를 한다면.

-노무현정부 때 '지역균형발전'이란 국정과제는 상당히 성공적이었다. 이번 정부도 이런 방향을 계승했다. 그 단적인 예가 현 정부의 100대 과제 중 52번째가 거점국립대 집중육성이다. 이전에 어느 정부도 거점국립대 육성을 과제로 둔 적이 없었다. 그런 점에서 나름 높이 평가해야 한다.

다만 거점국립대를 연구 중심 대학으로 갈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해줬으면 좋겠다. 연구 중심 대학을 명문화해 명실상부하게 카이스트 등의 특성화대학과 경쟁 체제를 갖출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차기 총장을 놓고 현재 9명의 후보자가 출사표를 던졌다.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나 조언이 있다면 말해달라.

-무엇보다 성심성의껏 경북대를 위해 헌신해줬으면 좋겠다. 교수들이 교육과 연구에 있어 다른 외부 환경에 신경쓰지 않도록, 학생들은 자신들의 능력을 발휘하면서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으면 한다. 또한 지역을 넘어 국가에 기여할 수 있는 연구나 기술, 정책과 관련한 아이디어를 많이 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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