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태형의 시시각각·時視角覺] ⑤해안침식

열받은 지구 사나운 바다 해변 할퀴다
난개발과 온난화에 사라지는 백사장, 성난 파도가 마을 쉼터마저 위협하다

경북 울진군 후포리 해안침식.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경북 울진군 후포리 해안침식.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경북 울진군 후포면 후포리 해변 마을.

기운 센 파도가 무시로 마을 정자를 할큅니다.

기둥 한쪽 바닥 밑이 휑하니 파였습니다.

몇 해 전 심은 소나무는 뿌리째 넘어졌습니다.

큰 바위도, 모래 자루도 힘없이 주저앉았습니다.

바다가 사나워져,

파도가 주택가를 넘보는 일도 잦아졌습니다.

바람소리가 거친 날 주민들은 밤잠을 설칩니다.

해안침식. '난개발과 온난화'의 역습입니다.

댐과 수중보는 바다에 모래 공급을 줄이고,

방파제 등 인공 구조물은

해안 모래길을 막기도 합니다.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 더 큰 문젭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 10년(2009~2018년)간

동해안 해수면이 연평균 4.86㎜ 올랐다고 합니다.

지난 30년 간 3.50㎜ 보다 1㎜ 이상 더 높았습니다.

지구가 달궈져 표층 해수가 팽창하고

빙하가 녹은 결과입니다.

온난화의 주범 '이산화탄소' 를 과다 배출한 영향입니다.

걷거나 자전거를 타다,

자동차로 갈아탄 문명의 후유증입니다.

동해안은 매년 축구장 10개 이상의

모래밭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모래를 뺏긴 해안은

콘크리트를 바르고, 테트라포트로 맞섰습니다.

침식이 계속되는 동해안 42곳에

경북도는 지난 달부터 조사에 나섰습니다.

" 그때는 백사장이 참 좋았지요"

" 바다 저기까지 넓어 조개도 줍고 해수욕도 하고… "

후포리에서 50년째 마을을 지키는 손광자(77) 씨의

추억속 해변은

이제 기억속에만 머물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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