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이젠 아들과 살기 위해 고통에서 벗어나고파"

자궁육종에 신음하는 박희숙 씨…무능력한 남편 뒤치다꺼리에 병든 아내 "아들은 어떻게 해요"
거짓말과 가출이 일상인 남편, 시댁은 장애인 된 며느리에 냉담

 

박희숙(가명·48) 씨가 남편의 가출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박희숙(가명·48) 씨가 남편의 가출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거짓말과 가출을 밥 먹듯 하는 남편. '정붙이고 살다 보면 나아지겠지'라고 버틴 세월이 15년이다. 박희숙(가명·48) 씨의 결혼생활은 막연한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세월도 약이 아니었다. 지독히도 무책임한 그 사람은 아무리 기다려도 변하지 않았다. 그 사이 박 씨의 몸은 서서히 병들어 갔다. 박 씨가 뇌출혈 후유증과 자궁육종에 신음하는 지금도 남편은 가출 중이다.

◆ 하나부터 열까지 거짓말

연애 시절 남편(51)은 경남 합천에서 경북 구미까지 매일같이 박 씨를 보러왔다. 박 씨는 '이렇게 부지런한 남자라면 뭘 해도 되겠다'는 생각에 2005년 결혼했다고 했다. 그러나 남편은 매사에 무책임하고 거짓말이 일상인 사람이었다. 남편이 말했던 학력, 직장, 월급 등이 모두 거짓이었다는 것을 결혼 후 뒤늦게 알았을 때도 화를 삭일 수밖에 없었다. 젖먹이 아들을 두고 되돌아설 수도 없었다.

남편의 끝없는 일탈은 멈출 줄 몰랐다. 결혼 3년 만인 2008년에는 전 직장에서 횡령을 일삼은 사실이 밝혀져 쫓겨났다. 대구에 와 '일용직이라도 하겠다'며 집을 나선 그는 언제나 감감무소식이었다. 들고오는 월급은 한푼도 없었다. 아무리 캐물어 봐도 항상 핑계를 대며 어물쩍 넘기기 바빴다.

남편은 거짓말이 들통나면 훌쩍 집을 나가기 일쑤다. 한번 나가버리면 최소 8개월을 잠적했다. 1년 중 집에 있는 날이 두 달이 채 안 될 때가 태반이다. 박 씨의 통장과 아들의 돼지저금통까지 훔쳐서 집을 나서는 남편이 밖에서 무엇을 하고 돌아다니는지 오리무중이었다. 그는 지난해 1월 집을 나가 그해 8월 대구 서구에서 교통사고를 낸 뒤 차를 버리고 도주해 경찰의 지명수배를 받고 있다. 박 씨는 "경찰서를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드니 한 경찰관이 오죽하면 '아주머니 이혼하세요. 왜 이러고 삽니까'하고 혀를 차더라"고 말했다.

◆뇌병변장애에 악성종양 퍼진 몸

박 씨는 2012년 9월 밥을 먹다 말고 쓰러져버렸다. 뇌출혈 진단을 받고 수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후유증으로 2018년 경증 뇌병변장애 판정을 받았다. 재활병원에서 치료에 전념한 결과 큰 장애는 벗어났지만 지금까지도 오른쪽 팔과 다리에 신경이 죽어있다.

그는 "쓰러져 내리 4년을 병원에 있었다"며 "당시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내가 무슨 일이라도 해서 돈을 벌겠다고 다짐했는데…"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박 씨의 망가진 몸은 그 이후에도 자꾸 고장이 났다. 지난해 9월에는 악성종양이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퍼져 있는 걸 알았다. 자궁을 떼어냈고 현재까지도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박 씨가 몸져누웠을 때도 남편은 아들을 나 몰라라 했다. 퇴원 후 돌아온 집은 난장판이었다. 수년간 밀린 관리비와 공과금, 아들을 내팽개치고 집을 나간 남편을 보고 이혼을 결심했다.

지금껏 시댁 눈치를 보기 바빴다. 시어머니 명의의 아파트에 살고 있는 데다 남편이 가출할 때면 시댁에서 조금의 생활비를 보태줘 아들을 키울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댁은 이혼을 완강히 반대했었다.

시부모는 남편의 무책임한 성격을 잘 알면서도 며느리 앞에서는 언제나 아들의 일탈을 못 본 척했다. 하지만 박 씨가 장애 판정을 받은 이후에는 시부모도 태도가 돌변했다. 지난해부터는 생활비를 보낼 수 없다고 했다. 상황을 보다못한 박 씨의 아들이 이제는 엄마에게 이혼하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 박 씨 모자가 홀로서기를 하기에 생활고의 벽은 높기만 하다. 남편이 있기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자 선정이 불가능하다. 당장 장애를 가진 박 씨를 받아주는 일거리도 없다. 박 씨는 "15년간의 결혼생활로 장애와 병만 남았다"며 "이제는 나를 위해서도 아들을 위해서도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면서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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