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프리즘] 졸업생은 알아도 재학생은 모르는 수능시험장 이야기

김기동 대건고 진학부장 김기동 대건고 진학부장

운동 경기 후 진행되는 인터뷰를 보면 많은 선수들이 페이스 유지를 승리의 비결로 꼽곤 한다.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한 덕분이거나 상대방을 자신의 페이스로 끌어들여서라는 말을 한다. '페이스'는 '일의 진행도나 일상생활의 리듬', 즉 자신만의 호흡이라 할 수 있다.

수능시험에서도 자신만의 호흡을 유지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시험 시간만 340분이나 되고, 그런 가운데 180문제나 풀어야 하니 자신만의 페이스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해마다 많은 재학생들이 수능시험에서 평소 성적을 얻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낯선 환경에서 페이스를 놓치기 때문이다.

3년간 10번이 넘는 전국연합학력평가와 수능 모의평가를 치르는데도 실전 연습이 안됐다고 얘기하는 건 재학생들이 수능시험장을 정확하게 모르기 때문이다. 현실을 모르면 자신만의 페이스를 준비하는 게 어렵기 마련이다.

먼저 수능시험장은 외로운 곳이다. 한 교실에 28명의 타인이 앉아 있다.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가능하면 다른 학교의 학생들로 구성한다. 수험생이 고사장에 들어서면 타인들 사이를 지나 자신의 자리로 가면서 처음 겪는 어색함을 맛보게 된다.

다음으로 긴 침묵을 견뎌야 한다. 입실 완료 시간은 8시 10분이지만 대부분 8시쯤 자리에 앉는다. 1교시가 시작되는 8시 40분까지 40분의 시간은 시험지도 없이 보내야 하는, 순수한 명상의 시간. 낯선 기다림 속에 많은 학생들이 페이스를 잃는다.

1교시를 마치면 또다시 침묵의 시간. 앞뒤 친구들과 답을 맞춰 보면서 가졌던 긴장과 설렘, 흥분도 없는 침묵의 연속. 20분의 쉬는 시간 후 다시 100분, 예비령을 포함하면 110분 동안 수학과의 외로운 씨름이 시작된다. 재학생들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것이다.

여기에 적대적인 시선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먼저 시험지를 넘기거나, 마침종이 울린 후 손을 움직이면 주위 수험생이 항의한다. 1, 3교시는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감독관의 시선이 따갑다.

그래서 수능시험은 아무래도 한 번 겪어 본 졸업생들이 유리하다. 작년에 경험해봤기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이런 경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자신만의 페이스를 유지하기 위해 재학생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중요한 공연이나 발표를 앞두면 최종연습, 리허설을 한다.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한 기량을 최대한 펼치기 위해 동선을 확인한다. 일어날 수 있는 여러 상황을 생각해 보고, 그것을 대비한다. 최종연습이 본무대나 그것과 가장 비슷한 환경에서 진행되는 이유다.

경험이 부족한 재학생들은 더욱 리허설이 필요하다. 남은 대구시교육청 주관 모의평가(11월 1일)에서 리허설을 해보길 권한다. 8시 전에 교실에 등교 후 조용히 대기하고, 쉬는 시간에도 오답 노트를 챙겨보는 등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보길 바란다. 11월 14일 수능시험이 수험생 여러분의 페이스대로 진행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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