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일상화된' 불안]...〈상〉주거불안-편안해야 할 집조차 불안의 연속

신림동 강간미수 등 잇따라 터져 나오는 혼자 사는 여성 노린 범죄, 불안감 가중
대구 여성 1인가구 늘어나는 추세, 주거 안전 보장돼야

최근 혼자사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 혹은 범죄시도가 잇따르면서 젊은 여성들 및 딸을 둔 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여성'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감내해야 할 범죄는 다양하다. 성폭력 등 성범죄를 비롯해 데이트폭력, 사이버범죄 등 많은 여성이 '일상화된 불안' 속에 노출돼 살아가고 있지만, 이에 대한 사회적 안전장치 마련은 여전히 미흡하다. 여성의 일상화된 불안을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최근 여성 1인가구가 급증하는 가운데, 온라인상으로 퍼진 '신림동 강간미수 CCTV' 영상을 본 여성들은 "혼자 사는 여성 누구나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금치 못했다. 전문가들은 "안전에 있어서는 주거 환경에 따른 격차가 있어선 안 된다"며 정책 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늘어나는 여성 1인가구, 증폭되는 주거 불안감

대학가 다가구주택에 거주하는 A(27) 씨는 최근 외부를 내다볼 수 있는 감시카메라와 수동 잠금장치, 창문 스토퍼 등의 보안 장치를 추가로 설치했다. 최근 각종 여성 상대 사건 소식을 접하면서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A씨는 "집은 가장 편안하고 안전해야 할 장소인데 날마다 여성 혼자사는 집을 노린 범죄 소식에 너무 불안하다"며 "아직 계약직 월급쟁이 처지라 비싼 오피스텔이나 아파트에 거주할 엄두를 낼 수 없어 선택지라고는 고작 원룸이 전부인데, 허술한 보안장치에 잠잘 때마다 불안감에 시달린다"고 털어놨다.

여성 1인가구가 크게 늘면서 이들의 주거불안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대다수 여성 1인가구는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경우가 많아 열악한 주거환경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더구나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쉬운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이 대부분인 20·30대 젊은 여성들은 주거에 대한 선택의 폭이 한정적인 경우가 많다.

대구여성가족재단이 올해 1월 발표한 '대구지역 여성 1인가구 실태 및 지원방안'에 따르면 대구지역 여성 1인가구는 2017년 기준 13만9천608가구로, 전체 대구 1인가구(25만9천525가구) 중 53.8%로 나타났다. 이는 대구 남성 1인가구 비율 46.2%보다 많고, 전국평균 여성 1인가구 비율인 50.3%보다 높은 수치다.

특히 20·30대 여성들은 경비원이 상주하고 방범용 CCTV 등이 갖춰진 아파트보다 원룸 등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아 범죄에 대한 상당한 불안감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지역 여성 1인가구 900명을 대상으로 최근 대구여성가족재단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20·30대 여성 304명 중 72.7%는 원룸에 거주하고 있었다. 게다가 이들 중 절반 이상은 임시직 임금 근로자나 일용직 근로자로, 월세로 원룸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낮은 20·30대 여성들은 소득 격차에 따른 주거 안전 격차까지 감내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혼자 사는 여성, 범죄 노출에 더 두려워

혼자 사는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범죄 노출에 대한 불안감과 두려움이 더 크다. 대구 지역 20·30대 여성 1인가구 300여명 중 가장 노출 위험이 큰 범죄 유형에 대해 49%가 성희롱·성폭행, 43.5%가 주거 침입 절도라고 답했다.

특히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장소로는 집안 등 주거지 내부, 계단·지하주차장 등 은폐장소, 엘리베이터 내부 등 '주거지와 관련된 장소'(32.5%)를 꼽았다.

지난해 2월 공개된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1인가구 밀집 지역의 안전실태와 개선방안 연구' 자료에도 전체 여성 1인가구의 46.2%는 사회 안전에 대한 불안을 느끼고 있으며, 가장 주된 불안 요인으로 37.2%가 '범죄 발생'을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상에는 남성 이름으로 택배 주문하기, 집에 남성 옷가지나 신발 등 남겨두기, 신상을 숨기기 위해 우편물은 전자메일로 받기 등 범죄예방 팁에 대한 정보가 넘치고 남자 목소리를 내주는 스마트폰 앱과 목소리 변조 초인종도 나올 정도다.

원룸 등에 혼자 거주하는 20·30대 여성들은 택배나 배달음식조차 마음 놓고 주문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일 수 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자취를 하는 대학생 B(22) 씨는 "택배나 음식 배달을 빌미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보니 주문하기도 꺼려진다"며 "원룸 정문 입구 출입문은 방범 장치가 아예 없는 경우가 많고, 원룸촌 밖도 가로등 없는 어두운 골목길이어서 다니기가 무서울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방법들이 개인이 스스로 조심해야 하는 방안에 국한돼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조성제 한국치안행정학회장(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은 "혼자 사는 여성들이 치안에 대한 불안감이 큰 만큼 개인에게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이 CCTV 확충, 수시 순찰 확대 등 안전 방안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2015년 지역 전체에 여성안심무인택배수령서비스를 24곳 설치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360도 CCTV, 112 비상버튼을 갖춘 스마트 택배함을 대학가 원룸 밀집 지역에 설치했다"며 "앞으로도 경찰과 협조해 안심귀갓길, 여성화장실 비상벨 설치 등 안전 환경 조성 정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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