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구 태권도협회 檢 '반부패수사부' 전격 수사…횡령 의혹?

승품단 심사비 무단 인상…2018년 인상분 1억5천만원 미승인
'광복절 독도행사' 정산비 '0원'인데 참가비 16만원~22만원 받아
2017~2020년 임원진 판공비 명목 수천만원씩 급여성 경비 지급
국기원 포상금 등 수천만원 회계 누락

독도에서 열린 태권도 행사 관련 사진.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매일신문 DB 독도에서 열린 태권도 행사 관련 사진.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매일신문 DB

대구지검이 최근 대구시태권도협회(이하 태권도협회)를 전격 압수수색(매일신문 24일 자 6면 보도)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과거 특수부로 불렸던 반부패수사부가 전격 수사에 나선 탓에 '뭔가 큰 혐의를 포착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검찰은 태권도협회 임원진의 '횡령' 혐의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태권도협회는 1년 예산이 13억원(2019년 기준)에 이르는 지역 최대 규모 종목단체로, 대구시내 태권도장 558곳이 소속돼 있다. 지난해 기준 승단심사비 명목으로만 연간 7억8천만원에 이르는 수입을 올렸다.

하지만 그동안 심사비 무단 인상, 모범단체 포상금 누락 등 수입을 누락하거나 그 액수, 사용처를 명확히 밝히지 않아 '불투명 회계' 논란에 휩싸였던 바 있다.

◆승품단 심사비 무단 인상

태권도협회가 무단으로 승품단 심사비를 올려 응시생의 부당 지출 피해를 유발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기원 규정 등에 따르면 지회 등이 승품단 심사비를 인상할 때는 국기원 이사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를 어기는 단체는 경우에 따라 자격정지, 취소 등에 처할 수 있다.

태권도협회는 지난 2018년 2월부터 1년간 승품단 심사비 중 대구협회 몫인 심사 수수료를 기존 품단별 2만7천300~3만4천700원에서 3만3천500~4만100원으로 각 6천원가량 올려 받았다.

국기원이 지난해 2월 임시이사회에서 심사비 인상을 추후 승인했다. 다만 2018년 인상분은 인정하지는 않았다.

이에 따라 태권도협회가 2018년 당시 총 2만5천40명에게서 걷은 심사 수수료 1억5천509만6천원은 승인 받지 못한 돈이다. 응시자들은 자신들이 인지하지 못한 심사비 피해를 입은 셈이다.

이에 대해 태권도협회 측은 "심사비를 올리려고 일찌감치 국기원에 자료를 제출하고 승인을 요청했으나 국기원이 늑장 승인하는 바람에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대구협회 잘못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대구시태권도협회 홈페이지 갈무리 대구시태권도협회 홈페이지 갈무리

◆ 광복절 독도 행사 '수상한 참가비'

태권도협회가 매년 광복절 태권도 시범단을 독도에 보내 퍼포먼스를 벌이는 사업을 진행하면서 참가자들에게 임의로 수십만원의 참가비를 추가로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해당 사업은 국기원과 경북도, 울릉군이 행사에 필요한 보조금을 전액 지원하는 사업이다.

취재진이 울릉군을 통해 확보한 2016~2018년 '광복절 경축 독도태권도 퍼포먼스 행사' 정산서에 따르면, 총 사업비 5천만원 중 참가자 자부담액은 0원으로 표기돼 있다. 자부담액이 없는 사업에 시범단과 참가자들의 참가비를 받은 셈이다.

한 태권도장 관장은 "매년 태권도 시범단과 체육관 원생들을 데리고 가는 울릉도와 독도 플래시몹 행사에서 1인당 참가비 41만원씩을 냈는데, 추후에 보조금 전액이 지원되는 행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어떤 명목으로 참가비를 걷은 것인지, 어디에 썼는지에 대해서 전혀 듣지 못했다"고 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광복절 독도 태권도 퍼포먼스 행사는 경북도와 울릉군이 1:1로 예산 지원을 하는 사업으로, 숙식을 포함해 전액 예산이 지원돼 참가비를 받을 이유가 없다. 참가비를 받았다면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태권도협회 측은 "행사 참여를 원하는 시범단원이 200명을 넘었는데 예산은 100명 안팎 수준으로만 지원받았다. 자부담을 해서라도 모두 참여하자는 의견이 있어 어린이 16만~18만원, 성인 21만~22만원을 자부담해서 다녀왔다"며 "받은 참가비는 모두 행사에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 임원진, 상근? 비상근?

태권도협회는 임원들에게 규정에도 없는 임금을 정기적으로 지급하고도 판공비로 처리해 편법 회계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2017~2020년 태권도협회 정기대의원총회 자료에 따르면 태권도협회는 임원들에게 매년 판공비 명목으로 수천만원을 지급했다. 2019년 기준 ▷실무부회장 5천766만원(월 480만원) ▷총무부회장 3천344만원(월 278만원) ▷ 총무이사 3천114만원(월 260만원) 등을 지급했다.

특히 실무부회장은 판공비 외에도 연간 재량사업비 446만원과 차량보조비 240만원을 따로 지급받았다. 총무부회장도 연간 차량보조비 240만원을 받았다. 판공비의 구체적 사용 목적은 별도로 명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무늬만 판공비였지 실제로는 급여성 경비였다는 게 태권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태권도협회는 판공비 등을 받은 임원은 모두 이사회 의결을 거쳐 상근직으로 활동했다고 밝혔다.

대한체육회·대구시체육회·대구태권도협회 규정에 따르면 체육회 산하 단체는 회장 등 비상근 임원에게 보수 또는 급여성 경비를 지급할 수 없다. 상근 임원에 대한 보수 규정도 없다. 임원 등에게 판공비 등 업무 수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경비를 지급할 때도 구체적 사용 목적을 명시해 실비로 지급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4년 체육단체 특별감사 당시 ▷비상근 임원에 대한 업무추진비, 교통보조비 지급 ▷상근 임원 업무추진비에 대한 원천 징수 미실시 등 사례를 적발한 바 있다.

태권도협회 측은 "실무부회장은 상근 임원인 데다 겸직도 허가돼 있어 급여성 경비를 지급했다. 총무부회장은 2019년부터 근무하지 않아 판공비 지급을 중단했다"면서 "각 임원에 대한 판공비 액수와 지급 방법도 이사회에서 의결했다"고 주장했다.

◆ 국기원 포상금 회계누락

국기원 포상금을 회계 수입에 포함하지 않은 것도 논란이 됐다. 태권도협회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국기원 '심사시행 모범단체' 대상을 수상했다. 그간 받은 포상금은 매년 700만원 씩 총 2천800만원에 이른다.

하지만 태권도협회는 지난 1월 개최한 정기대의원총회 결산보고서에 국기원 포상금 1천400만원을 회계 수입으로 기록하지 않았다.

태권도협회 결산보고서에는 2017, 2018년 포상금은 세입에는 반영됐으나 2016년과 2019년은 세입에서 누락됐다. 포상금의 사용처도 명시하지 않았다.

대한체육회·대구시체육회·대구태권도협회 등 규약에 따르면 태권도협회와 같은 종목단체가 재산을 취득할 때는 국유재산법·물품관리법 등에 따라 지체 없이 기본재산 또는 운영재산으로 편입해 회계 처리해야 한다.

문제가 불거지자 태권도협회 측이 뒤늦게 포상금 지급 영수증을 만들었다는 의혹도 나왔다. 태권도협회는 A4용지에 직접 인쇄하고 손바닥 크기로 잘라 나눈 같은 양식의 영수증 모음을 갖고 있었다. 영수증에는 지난해 12월 말 협회 산하 13개 단체가 20만~180만원씩 '상기 금액을 정히 영수했다'는 문구가 인쇄됐다. 하단에는 각 단체 관계자 이름과 서명, 확인 날짜를 자필로 썼다.

한 대의원은 "태권도협회에 '누락한 포상금을 어쨌느냐'고 따져 물었으나 제대로 된 답변이 없었다. 이후 태권도협회 임원이 친한 관계자들에게 '포상금을 현금으로 받았음을 증명하는 영수증에 서명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태권도협회 측은 사업 수입이 아닌 포상금인 탓에 수입처리하지 않고 협회 소속 위원회 격려금으로 활용했다는 입장이다.

A부회장은 "협회 직원들이 타지역 협회보다 수당을 절반가량 적게 받는 등 고생이 많다고 판단해 회장단 동의와 협회장 결재를 받아 9개 분과 위원회 등에 현금으로 나눠줬다"면서 "포상금도 취득 재산으로 반영한 뒤 지출해야 하는 줄 몰랐다. 추후 이런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기획탐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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