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을 건드리며 드러낸 중국의 밑바닥

[Focus-On] BTS RM 발언 비판한 中 언론·네티즌들

지난 7일 미국의 한미 친선 비영리재단인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온라인으로 진행한 밴 플리트 상 시상식에서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수상소감을 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일 미국의 한미 친선 비영리재단인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온라인으로 진행한 밴 플리트 상 시상식에서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수상소감을 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언론과 네티즌들이 방탄소년단(BTS)을 건드렸다. 그 결과는 드러난 자신들의 보잘것없는 밑바닥이었다.

BTS는 지난 7일 한미관계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밴 플리트상'을 수상했고, BTS 리더 RM은 온라인을 통한 수상 소감에서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으로 우리는 양국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와 많은 남성과 여성의 희생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국 환구시보는 "'(한미) 양국이 겪었던 고난의 역사'라는 수상 소감이 '전쟁에서 희생된 중국 군인을 존중하지 않고 중국을 모욕하고 있다'는 중국 네티즌들의 분노를 일으켰다"고 보도했다.

일부 중국 네티즌은 '양국이 겪었던 고난의 역사'라는 표현만 짚어 문제를 삼으며 "중국인이 큰 희생을 하며 미군을 막아줬는데, 어떻게 이를 무시할 수 있느냐"고 비난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 부분은 역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말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중국은 한국전쟁을 '항미원조 전쟁'이라고 부른다. 미국에 대항해 '조선'을 도운 전쟁이라는 뜻인데, 여기서 말하는 '조선'은 북조선, 즉 북한을 뜻하는 말이다. BTS는 대한민국, 즉 남한 사람이므로 중국 네티즌들의 주장은 중국이 편향된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드러낸 꼴이 된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 연합뉴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 연합뉴스

이런 반응에 중국 외교부가 입장을 내 놨다. 자오리젠 대변인은 12일 'BTS의 수상 소감이 중국의 존엄성을 해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관련 보도와 중국 네티즌의 반응을 봤다. 역사를 교훈 삼고 미래를 바라보며 평화를 귀하게 여기고 우호를 촉진하는 것이 우리가 함께 추구하고 노력해야 할 바"라고 답했다.

이후 환구시보의 기사는 삭제됐고, 중국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웨이보 등에서 BTS를 비난하는 목소리는 점차 줄어드는 듯했다. 하지만 환구시보는 "한국 매체들이 중국 네티즌의 반응을 '과격한 애국주의'로 평가했다"며 "BTS는 중국 팬이 필요 없다"는 한국 네티즌 반응을 강조해 반한감정을 자극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그런가 하면 '소분홍'이라 불리는 중국 내 과격한 민족주의·애국주의 네티즌들은 아직까지도 BTS에 대해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일련의 사태가 일어난 원인에 대해 이욱연 서강대 중국문화학과 교수는 1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한류에 반감을 가지는 젊은 세대들이 꽤 있다"며 "중국 남성들이 한국 아이돌을 공격하면서 한국 아이돌 팬인 중국 젊은 여성들을 공격하는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이효리 '마오 발언'이나 최시원 '홍콩 시위 지지' 때도 이들 젊은 세대들이 계속 (공격)하는 것"이라고 예를 들었다. 최근에는 남성 아이돌이 한류를 주도하기에 BTS가 타깃이 됐다는 것이다.

이 사태의 원인에는 현재 빈약한 중국 대중문화의 밑바탕도 한 몫 한다. 중국 내에서는 지금도 한국의 예능 프로그램의 포맷을 그대로 베껴서 방송을 만드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난해 중국 텐센트에서 방영된 예능 '나와 나의 매니저'가 MBC TV 인기 예능 중 하나인 '전지적 참견 시점'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동하는 차 안에서 스타와 매니저가 대화를 나누는 등 그들의 일상을 공개하는 포맷이 꼭 닮았다는 지적이다. 이 외에도 '윤식당', '삼시세끼', '쇼미더머니', '프로듀스101', '냉장고를 부탁해', '히든싱어', '효리네 민박' 등을 베낀 듯한 프로그램이 정식 판권계약도 맺지 않은 채 줄줄이 쏟아져나왔다.

더군다나 '프로듀스101'을 베낀 중국 프로그램에 나온 중국 출연자들의 경연 모습은 유튜브를 통해 한국 네티즌들의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다. 같은 프로그램의 한국 출연자들에 비해 너무나도 낮은 수준의 무대를 보고 많은 한국 네티즌들이 "중국이 한국 따라오려면 한참 멀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중요한 것은 이런 흐름이 중국 내에서도 "왜 우리는 한국을 베끼기만 하고 중국만의 창의적인 것을 만들어내지 못하는가"하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내부적으로는 열등감을 느끼고 있다는 말이다. 빈약한 대중문화의 바탕과 이로 인해 생긴 열등감이 한류에 대한 반감을 불러일으키고 이런 반감이 터져버린 것이 환구시보의 BTS 비난 기사다.

구글을 통해 '차이나찌'라는 단어로 검색했을 때 나오는 이미지들. 구글 검색 화면 캡쳐. 구글을 통해 '차이나찌'라는 단어로 검색했을 때 나오는 이미지들. 구글 검색 화면 캡쳐.

이제부터는 우리의 대처가 앞으로 중국의 자세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포기하기 싫어서 저자세로 대한 것부터 첫 단추를 잘못 꿴 듯하다. 삼성과 휠라는 중국 판매처에 BTS의 흔적을 지우기 시작했고,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도 '중국의 자존심'을 운운하며 저자세로 나섰기 때문이다. 오히려 전세계의 아미(BTS 팬덤)들이 '#chinazi'(#차이나찌) 해시태그 달기 운동으로 중국의 과도한 민족주의와 애국주의에 대해 비판하고 나섰다.

중국이 BTS를 비판하며 드러낸 것은 아직도 존재하는 중화주의 사상과 그 사상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중국 사회의 소프트웨어였다. 중국은 이 일을 계기로 반성을 통해 거듭날 것인가, 아니면 자신이 아직도 옳다고 주장하면서 또 다른 벽을 세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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