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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낙동강변 주민들 "물난리, 4대강 보 덕에 살았죠"

대구경북 낙동강 보 건설로 가뭄·홍수 걱정 덜고 수변 관광 효과↑
강정고령보-매년 침수 피해 봤던 고령, 지금은 산사태 걱정
달성보-수해 우려 없는 우량농지…상류 화원유원지도 인기
상주보-보 효과에 감탄! 홍수 예방 검증된 것이나 다름없다
칠곡보-가뭄 해갈 도움`잦은 기상이변에도 농사 큰 짐 덜어

경북 구미보. 매일신문 DB
경북 구미보. 매일신문 DB

4대강 사업 중 가장 대규모로 보 건설이 진행된 낙동강 주변 대구경북 주민들은 올해 유례 없는 긴 장마와 집중호수 속에서 사업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대규모 낙동강 준설로 물 그릇이 커졌고, 제방도 강화돼 범람 걱정을 덜었기 때문이다.

◆유례없는 물난리에도 끄떡없는 슈퍼제방 탄생

"4대강 사업이 없었다면 고령군도 섬진강 유역처럼 물난리를 겪었을 겁니다. 4대강 사업이 고령을 살렸습니다."

경북 고령군에는 다산면에서 우곡면까지 55㎞의 낙동강 본류가 지나간다. 하지만 올해 초유의 물난리에도 큰 탈이 없었다. 고령에 내린 강수량은 7~8월에 걸쳐 900㎜에 달했다. 게릴라성 폭우에 일부 농경지가 침수 피해를 봤지만 낙동강 범람은 전혀 없었다. 고령에는 달성군과 경계에 강정고령보가 있다.

고령군은 4대강 사업 전만 해도 매년 물난리를 겪었다. 우곡면 봉산리, 다산면 좌학리 등은 제방을 넘은 물로 해마다 침수 피해를 봤다. 낙동강 제방이 낮고 좁은 데다 하천마저 준설이 이뤄지지 않아 인근 주민들은 비만 오면 피난을 떠났다.

4대강 사업을 통해 낙동강에서 채취한 모래와 자갈로 보를 세우고 제방을 높였다. 강바닥은 준설로 낮아졌다. 제방 안쪽 경사면도 완만히 만들어 큰물에 단면이 유실되는 것을 방지했다. 올해 물난리에도 끄떡없는 '슈퍼제방'이 탄생한 것이다.

고령군 건설과 한 직원은 "지난 8일 고령에 172㎜의 비가 내렸지만 낙동강 수위는 5m가량 여유가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옛날에는 비가 오면 낙동강 범람, 제방 유실 등을 염려했는데 지금은 산사태를 더 걱정한다"고 소개했다.

달성군에도 4대강 사업으로 생긴 2개 보 덕분에 수해, 가뭄 걱정이 사라졌다. 낙동강 달성군 구간의 경우 4대강 사업 준설공사로 하상(河床)이 평균 3m 낮아졌기 때문이다.

'메기가 하품만 해도 물을 담는다'는 옥포·논공지역 마개들과 상하리들, 화원읍 사문진 주막촌은 달성보 효과로 긴 장마에도 끄떡없었다. 주민 박동호(56·달성군 논공읍) 씨는 "상하리들은 4대강 사업 이전엔 지대가 강 바닥보다 낮아 상습 침수지역이었다"며 "4대강 사업으로 농지를 수m씩 높이는 리모델링 공사를 했고 이제는 수해 걱정 없는 우량농지로 변신했다. 논값도 10배 가까이 올랐다"고 귀띔했다.

달성군은 달성보를 활용해 관광수익도 올리고 있다. 2013년 11월 달성보 상류 화원유원지 일대에 조선시대 보부상의 분위기를 살린 한옥 구조 주막촌을 복원하고, 72인승 대형유람선과 26인승 쾌속선을 운영하고 있다. 사문진 주막촌은 연간 수백만 명의 관광객 유치와 수십억원의 관광수익을 올리고 있다.

◆"홍수 대비 낙동강 보 효과 증명"

구미시 역시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에 보가 생기면서 물난리, 수량 부족 문제가 해결됐다. 보가 생기기 전에는 폭우로 물이 역류해 구미국가산업단지 1단지 일부가 침수되기도 했다. 특히 선산·고아읍 지역은 낙동강 지류인 감천이 합류하면서 매년 여름이면 상습적으로 침수됐다.

그러나 낙동강에 보가 생기면서 하천 준설로 하상이 기존보다 3~4m 낮아지면서 낙동강 물이 범람하는 일이 사라졌다. 풍부한 수량으로 생활·공업용수 부족도 해결됐다. 낙동강에서 구미지역에 공급하는 생활·공업용수는 하루 69만7천t에 이른다.

고아읍 주민들은 "낙동강 보 덕분에 물 난리와 농업용수 부족 걱정을 덜었다"며 "이번 장마에도 안동댐·임하댐 등 낙동강 상류 댐 수문을 열어 물이 불어난 것 외에는 피해가 없었다"고 했다.

상주시 역시 4대강 사업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사벌면 주민들은 "기록적인 올해 장마와 폭우에도 논둑 하나 터지지 않았다"며 "상주보 건립 이전에는 올해 장맛비 절반만 와도 집마당에 빗물이 들어오고 논 일부가 물에 잠졌다"고 떠올렸다.

낙동면 김영근(60) 씨는 "홍수 피해가 없는 걸 보면 상주보의 홍수 예방 기능이 검증된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농업인들은 상주보 효과에 모두 감탄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북 4대 곡창 중 하나인 의성군 서부지역도 이번 장마에 침수 피해가 없었다. 다인면 양서리 용곡들과 봉정리 봉정들, 단북면 신하들과 칠성들 등은 50㎜ 비만 내려도 침수 피해를 봤으나 낙단보 건설 이후엔 그렇지 않다.

낙단보 인근 농민들은 "지난 주말을 전후해 100㎜ 이상 비가 내렸지만 침수 피해는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다인면 용곡들의 쌀 전업농인 최훈식 의성군의회 산업건설위원장은 "낙단보 건설 이전에는 여름 장마 때 낙동강 수위가 올라가면 강물 역류를 막으려고 지류의 수문을 닫아 의성 서부지역 논 상당수가 침수됐다. 그러나 보 건설 이후에는 피해가 사라졌고 봄 가뭄도 없어졌다"고 했다.

경북 칠곡보 전경.
경북 칠곡보 전경.

칠곡군 칠곡보 인근 농민들도 2012년 설치된 칠곡보 덕에 잦은 기상이변에도 농사에 큰 짐을 덜었다고 고마워했다. 특히 칠곡보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왜관읍·북삼읍·석적읍·약목면·기산면 일대 농민들은 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석적읍 포남리에서 벼농사를 짓는 윤영득 씨는 "보 설치 뒤 강 수위가 일정하게 유지돼 장마철마다 겪던 농지 침수 피해 걱정에서 해방됐다"고 했다. 북삼읍에서 농사를 짓는 김연수 씨도 "칠곡보는 가뭄 해갈(농업용수 확보)과 홍수 예방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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