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대구, 코로나 지역발생 30일째 '0명 '…그 비밀은?

'마스크 착용률 99.0%'…대구 시민정신의 승리

지난 6월 2일 대구동산병원에서 의료진이 K방역 성공의 주인공인 대구시민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덕분에 챌린지'에 동참하고 있다. 매일신문DB 지난 6월 2일 대구동산병원에서 의료진이 K방역 성공의 주인공인 대구시민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덕분에 챌린지'에 동참하고 있다. 매일신문DB

대구에서 30일째 지역발생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충청권, 광주·호남권, 부산·경남권 등 전국 각지에서 확진자 소식이 잇따르고 있는 것과는 뚜렷이 대비되는 모습이다.

대구는 지난 2월 신천지 대구교회의 집단감염 여파로 누적 확진자 6천942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그러나 이달(8월) 2일 기준 치료 중인 확진자는 대구 전체 인구 243만 명 중에서 불과 6명뿐이다.

전 세계 뉴스의 주요 지면을 장식할 만큼 코로나19가 활개치던 대구에서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기 때문에 한 달여간 지역발생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던 걸까.

물론 대구 역시 전 세계 대부분의 대도시와 마찬가지로 지난 한달간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구에서 지역감염에 의한 코로나19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데는 의료진과 공무원 및 시민들의 방역 노력과 함께 대구시민들의 높은 마스크 착용률이 한몫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역별 마스크 착용률'에 관한 통계조사는 아직 없다. 그래서 매일신문은 지난달 31일 오전 10시부터 10시 30분까지 대구지역 번화가인 반월당 18번 출구~현대백화점대구점을 지나가는 시민 200명을 관찰하고 마스크 착용 여부를 분석했다.

7월 31일 오전 10시부터 10시 30분까지 대구 반월당 18번 출구~현대백화점대구점을 지나가는 200명 시민들의 마스크 착용 여부를 분석했다. 변선진 기자 7월 31일 오전 10시부터 10시 30분까지 대구 반월당 18번 출구~현대백화점대구점을 지나가는 200명 시민들의 마스크 착용 여부를 분석했다. 변선진 기자

관찰 결과 200명 시민 중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이 198명, 그렇지 않은 시민이 2명이었다. 착용률은 99.0%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지 않은 시민 A(51) 씨에게 그 이유를 물었더니, 그는 "방금 카페에서 나와 마스크 착용을 잊고 있었다"며 가방 속에서 마스크를 꺼내들었다.

99.0%의 착용률을 보였다는 관찰 결과에 대해 영남대 허창덕 사회학과 교수는 "평소 자기방역에 힘쓰지 않는 사람도 나 혼자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면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현상이 작용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허 교수는 "무엇보다 대구의 경우 코로나19 진통을 먼저 겪어 심각성을 인지하고 시민들이 자기방역에 더욱 힘쓰고,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일 대구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대구시가 대중교통에서 마스크 의무화 착용 행정명령을 내린 지난 5월 26일부터 7월 30일까지 마스크 미착용 관련 다툼 입건 건수는 단 4건이었다. 경찰·대중교통업 관계자 등에 따르면 대구에서도 마스크 미착용으로 시비가 붙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마스크가 필수품이 돼 큰 갈등으로 번지는 사례는 없었다.

대구가 고향인 취업준비생 이모(26·경희대) 씨는 "주말마다 대구에 내려가는데 더운 날에도 길거리에 다니는 사람들이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어 놀랐다"며 "노숙인들조차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서울로 상경해 공무원 준비를 하고 있는 강모(27·서울시립대) 씨도 "'메디시티'답게 코로나 청정구역으로 자리잡혀가니 뿌듯하다. 고생하신 일선 의료진들에게 정말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감염병 전문가들도 대구의 높은 마스크 착용률 비결은 초기에 큰 어려움을 겪었던 기억이 선명히 남아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영남대 이경수 예방의학과 교수는 "대구시민들이 타지역보다 마스크 착용이 철저한 것으로 안다"며 "이는 폭발적인 유행으로 인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또 "대구시·보건소·의료기관들이 고위험군과 수술환자 등에 대한 검사를 적극적으로 선별검사를 것도 지역사회 감염 예방에 한몫했다"고 했다.

류성열 대한감염학회 법제이사 역시 "시민들이 초기에 코로나19 경각심을 갖게 됐고, 다른 지역보다도 빠르게 사회적 거리두기가 잘 정착됐다고 보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류 대한감염학회 법제이사는 "대구사람들이 워낙 고생을 많이 하고, 철저하게 방역에 앞장선 덕분에 30일째 지역발생 확진자가 나오지 않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라면서도 "그러나 코로나19의 전파력이 높기 때문에 휴가철 한 순간이라도 방역의 끈을 놓치게 되면 언제든 순식간에 바이러스가 번질 수 있다는 건 앞선 경험을 통한 충분히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감염병 대응 총괄했던 김재동 대구시 시민건강국장은 30일째 지역발생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해 "대구시민·의료진·자문단 등이 잘 협력해준 덕분"이라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김 국장은 "시민들 스스로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했고, 대구를 위해 달려와주신 자원봉사자, 병상을 내준 지역민간병원, 학교 일을 전폐하고 도와준 자문교수들이 있었기에 대구 상황이 안정적으로 될 수 있었다"고 했다.

지난 3월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였던 대구동산병원 의료진들. 매일신문DB 지난 3월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였던 대구동산병원 의료진들. 매일신문DB

김 국장은 특히 "해외에서 (코로나19가) 계속 번지고 있고, 전국적으로도 산발적이지만 지속적으로 지역사회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지금처럼 방역수칙을 계속 잘 지켜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대구시는 감염병 등 긴급재난 대응을 위해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을 운영하기로 하고, 확진자 발생에 대비해 24시간 즉각 비상대응체계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올 가을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우려되는 상황을 감안해 방역의 고삐를 한시라도 늦추지 않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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