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체육계 폭언·폭행 반복 안돼" 故 최숙현 후배의 눈물

전 경북체고 임주미 선수, 본지 인터뷰

지난달 극단적 선택을 한 고 최숙현 철인3종 경기(트라이애슬론) 선수 지인들이 수년에 걸친 집단 가혹행위를 증언하고 나섰다. 사진은 고 최숙현 선수 후배 임주미 씨의 인스타그램 화면 캡처. 임주미 씨 인스타그램 화면 제공
지난달 극단적 선택을 한 고 최숙현 철인3종 경기(트라이애슬론) 선수 지인들이 수년에 걸친 집단 가혹행위를 증언하고 나섰다. 사진은 고 최숙현 선수 후배 임주미 씨의 인스타그램 화면 캡처. 임주미 씨 인스타그램 화면 제공

"소식을 듣고 며칠 동안 문득 언니가 생각날 때마다 울었어요. 하지만 곧 억울하게 하늘로 간 언니를 위해 뭐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전 경주시청 철인3종경기 고(故) 최숙현 선수의 경북체육고 후배 임주미(21) 씨는 14일 매일신문 기자와 만나 최 선수를 "다정했던 언니"라고 표현했다. 스스로도 힘들고 외로운 상황이었지만, 고작 한 살 언니라는 이유로 운동이 힘들 때마다 등을 두드리며 하소연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최 선수와 경기장에서 종종 마주치며 친분을 쌓은 단짝 후배였다. 중학교 2학년 때는 철인3종경기 팀에서 함께 활동하기도 했다. 당시 감독은 최 선수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김규봉 감독이었다.

임 씨가 최 선수의 사망 소식을 들은 건 지난 27일. 커피숍에서 시험 공부를 하던 그는 한 수영 코치의 연락을 받고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울었다고 했다. 주체할 수 없는 슬픔에 빠져 함께 공부하던 친구가 대신 짐을 꾸리고 부축해야 할 정도였다.

임 씨는 "소식을 듣고도 믿지 못했는데, 지인들에게 전화를 돌려보고서야 비로소 실감이 났다"면서 "정신을 차릴 수 없었지만, 어느 순간 '그런 선택을 할 정도로 힘들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언니의 일을 세상에 알리고자 뭐든 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임 씨는 현재 최 선수 사건과 관련, 현직 선수로서는 유일하게 실명을 밝히고 활동하고 있다. 지난 2일에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이 세상에 당신들이 한 비열한 짓들 아직도 밝힐 게 많다. 진실을 밝히고 널리 알릴테니 기다려달라"며 최 선수 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김규봉 감독과 장윤정 선수를 정조준하기도 했다.

그는 "함께 운동을 하던 중학교 때도, 감독에게 폭언을 들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상스러운 욕은 입에 달고 사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체육계에서는 비일비재한 일이어서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갔는데, 이번 일을 겪으면서 뿌리를 뽑아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털어놨다.

"숙현 언니는 운동이나 일상 속에서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옆에서 많이 챙겨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었어요. 육상이나 사이클을 타는 훈련 도중 뒤쳐지는 사람이 있으면 앞에서 페이스메이커를 해주거나, 받쳐주는 일이 많았죠. 반대로 언니가 뒤쳐진 상황에서 폭행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화가 났어요"

최근 최 선수의 사건이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게 되면서 임 씨는 한 시름을 덜었다. 7월 1일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의 기자회견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또 이렇게 흐지부지 넘어가려나' 싶어 수 차례나 SNS를 통해 사건을 알리고 다녔다. SNS를 통해 진심이 담긴 '저격글'을 남긴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이제 임 씨의 바람은 '제2의 최숙현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임 씨는 "나도 고3 시절 후배들 앞에서 본보기로 코치님에게 맞은 기억이 있다. 체육계는 2020년 현재도 그런 일이 당연시되는 세상"이라며 "결국은 그런 분위기가 언니를 극단적 선택으로 몰고간 것이다. 이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 체육 감독님이나 코치님들이 많이 생각해줬으면 한다"고 인터뷰를 맺었다.

기획탐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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