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숙현이 뺨 때려라…감독이 엄마에게도 체벌 강요"

고 최숙현 선수 아버지 최영희 씨 "딸 숨지고야 감독이 중2때부터 딸 괴롭힌 것 알아"
"부모 앞에서 감독이 딸에 욕설·폭행, 엄마 시켜 딸 뺨 때리기도"
"장윤정 선수는 주범, 숙현이 체벌 때 감독과 함께 그 모습 지켜봐"

"수영을 참 좋아하던 딸이었습니다. 좀 더 경쟁력 있는 철인3종경기(트라이애슬론)로 전향해 즐기면서 정말 열심히 활동했는데…. 이렇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고(故) 최숙현 선수의 아버지 최영희 씨는 7일 낮 2시쯤 경북 칠곡 기산면 모처에서 1시간 가량 본지 기자와 만나 딸을 잃은 억울함을 토로했다.

철인3종경기(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 고 최숙현 선수가 제97회 전국체전에 출전해 동료들과 금메달 시상대에 오른 모습. 최 선수 가족 제공 철인3종경기(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 고 최숙현 선수가 제97회 전국체전에 출전해 동료들과 금메달 시상대에 오른 모습. 최 선수 가족 제공

평소라면 최 씨는 과수원에서 복숭아를 수확하고 출하에 힘 쏟아야 할 시기다. 그러나 딸의 억울함을 알리려 생업은 뒷전이었다. 기자와 만나는 중에도 취재 전화가 쇄도했다. 그는 "우리 딸 얘기를 들어줘서 정말 감사하다"는 인사를 잊지 않았다.

◆즐기며 운동하던 수영 유망주

최 씨는 "딸은 '칠곡의 자랑'이었다"고 했다.

칠곡 농촌 약동초등학교에 다니며 1학년 때 방과 후 수영강사 권유로 수영부에 입부, 수영장 하나 없던 학교에서 약 5㎞ 떨어진 칠곡군 교육문화복지회관을 오가며 훈련했다. 타고난 지구력과 속력에다 꾸준한 훈련과 고강도 연습을 견뎌냈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는 경북학생체전, 동아전국수영대회 등 전국대회 메달을 휩쓸며 장래가 촉망되는 경북 대표 선수로 성장했다.

최 선수는 인근 공립 중학교로 진학했다가 중2 때 "수영을 본격적으로 하고 싶다"며 경북체중으로 전학했다. 그러다 지인 권유로 트라이애슬론에 입문했다. 지난한 훈련을 하고도 단시간에 성적을 평가받는 수영 단독 종목보다는 달리기와 사이클까지 더해 다방면에서 실력을 겨루는 트라이애슬론에 더 큰 매력을 느꼈다.

최 씨는 "김규봉 전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감독과 팀닥터 안모 씨를 만나 가혹한 체벌을 받은 것도 그 무렵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시에도 체벌을 받는지 까맣게 몰랐다. 딸이 숨진 뒤 동료들이 '숙현이가 중2 때부터 시달려 왔다'고 알려줘서 알았다"고 했다.

철인3종경기(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 고 최숙현 선수의 고향인 경북 칠곡군 기산면에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의 죄를 밝혀줘' 란 내용의 현수막이 내걸려 평소 최 선수를 아끼던 주민들을 안타깝게 했다. 홍준헌 기자 철인3종경기(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 고 최숙현 선수의 고향인 경북 칠곡군 기산면에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의 죄를 밝혀줘' 란 내용의 현수막이 내걸려 평소 최 선수를 아끼던 주민들을 안타깝게 했다. 홍준헌 기자

최 씨에 따르면 최 선수를 비롯한 트라이애슬론 선수들은 경북체중·고의 학생팀을 시작으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실업팀에 이르기까지 수년 간, 그 모든 팀을 도맡아 지도하던 김 감독과 안 팀닥터의 폭압을 견뎌야 했다.

최 씨는 "김 전 감독과 팀닥터 안모 씨, 선배 선수인 장윤정, 김도환 씨가 딸에게 '투트랙'으로 괴롭힘을 일삼았다. 특히 장 선수는 주범"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도자·선배 '투트랙' 폭압

최 씨에 따르면 팀 지도자와 장 선수 등 선배들도 최 선수를 비롯한 후배들을 괴롭히거나 폭행에 가담했다. 지도자들과 선배들은 다른 동료를 시켜 최 선수를 폭행하는가 하면 음식 먹이기 고문, 체벌 등을 일삼았다. 선배들이 최 씨를 별도로 따돌리기 시작한 것은 단지 그가 고3 때 9년 선배인 장 선수에게 "선배들보다도 더 나은 선수가 되겠다"는 장래 목표를 밝힌 뒤였다.

"훈련을 마친 숙현이가 기숙사에 울며 돌아오면 사감 선생님들이 그 모습이 애처로워 말조차 걸지 못했다고 합니다. 얼마나 고통받았을 지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최 씨는 김 감독이 최 선수 부모를 시켜서까지 최 선수를 때리고 폭행, 욕설했다고 털어놨다.

"실업팀 입단 직후인 2017년 4월쯤, 체벌과 괴롭힘을 견디지 못한 딸이 숙소를 이탈했다가 복귀했습니다. 김 감독이 숙소로 저와 아내를 부른 뒤 우리가 보는 앞에서 '네가 어떻게 감히 숙소를 나가느냐'며 딸에게 욕하고 체벌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부모가 직접 혼내야 말을 듣는다'며 저를 거실에 남겨둔 채 아내와 장 선수를 데리고 방에 들어가 체벌을 계속했습니다"고 했다.

최 씨는 "감독이 아내에게 '숙현이 뺨을 때리라'고 지시했다. 아내는 감독 눈치를 보며 손동작을 크게 해 세게 때리는 척하며 최대한 큰 소리를 딸을 때렸다"면서 "나중에 숙현이와 만나 '많이 아팠니?' '안 아팠어' '조금만 참고 견디자'는 대화를 나눴다. 그날 숙현이와 아내가 많이 울었다"고 회한의 눈물을 보였다.

그는 "체벌 직후 장 선수가 내게 '숙현이 많이 힘들 거다. 잘 돌봐달라'고 했다. 이제 생각하니 장 선수가 숙현이 맞는 모습을 지켜보려 그 방에 같이 들어갔던 것만 같다"고 했다.

견디다 못한 최 선수가 2019년 피해 신고에 나서려 증거를 수집했으나, 올해 초 그의 신고를 받은 기관들은 모두 외면하거나 진상 조사에 지지부진했다. 그 사이, 경북의 기대주 최 선수는 끝내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철인3종경기(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 고 최숙현 선수가 폭행과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에 쓴 일기장 내용을 보면 '자는데 강도가 들어 날 찔러 줬으면', '길가다 누군가 (나를) 차로 쳤으면' 이 생각이 수백번씩 머릿속에 맴돈다고 적어 놓았다. 최 선수 가족 제공 철인3종경기(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 고 최숙현 선수가 폭행과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에 쓴 일기장 내용을 보면 '자는데 강도가 들어 날 찔러 줬으면', '길가다 누군가 (나를) 차로 쳤으면' 이 생각이 수백번씩 머릿속에 맴돈다고 적어 놓았다. 최 선수 가족 제공

최 씨는 "딸이 숨진 뒤 유품인 일기장을 보며 딸을 향한 괴롭힘이 상상을 초월했음을 알았다. 딸을 죽음으로 내몬 김 감독과 팀닥터, 장 선수 등은 정말 인간도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특히 장 선수가 팀 분위기를 좌지우지했다. 감독조차 그의 말에는 꿈쩍 못했다"며 "감독과 팀닥터, 장 선수 사이 관계를 유심히 살펴야 할 것"이라 주장했다.

취재진은 최 씨의 주장에 대해 김 감독과 장 선수의 의견을 듣기 위해 전화를 시도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기획탐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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