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을 참 좋아하던 딸이었습니다. 좀 더 경쟁력 있는 철인3종경기(트라이애슬론)로 전향해 즐기면서 정말 열심히 활동했는데…. 이렇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고(故) 최숙현 선수의 아버지 최영희 씨는 7일 낮 2시쯤 경북 칠곡 기산면 모처에서 1시간 가량 본지 기자와 만나 딸을 잃은 억울함을 토로했다.
평소라면 최 씨는 과수원에서 복숭아를 수확하고 출하에 힘 쏟아야 할 시기다. 그러나 딸의 억울함을 알리려 생업은 뒷전이었다. 기자와 만나는 중에도 취재 전화가 쇄도했다. 그는 "우리 딸 얘기를 들어줘서 정말 감사하다"는 인사를 잊지 않았다.
◆즐기며 운동하던 수영 유망주
최 씨는 "딸은 '칠곡의 자랑'이었다"고 했다.
칠곡 농촌 약동초등학교에 다니며 1학년 때 방과 후 수영강사 권유로 수영부에 입부, 수영장 하나 없던 학교에서 약 5㎞ 떨어진 칠곡군 교육문화복지회관을 오가며 훈련했다. 타고난 지구력과 속력에다 꾸준한 훈련과 고강도 연습을 견뎌냈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는 경북학생체전, 동아전국수영대회 등 전국대회 메달을 휩쓸며 장래가 촉망되는 경북 대표 선수로 성장했다.
최 선수는 인근 공립 중학교로 진학했다가 중2 때 "수영을 본격적으로 하고 싶다"며 경북체중으로 전학했다. 그러다 지인 권유로 트라이애슬론에 입문했다. 지난한 훈련을 하고도 단시간에 성적을 평가받는 수영 단독 종목보다는 달리기와 사이클까지 더해 다방면에서 실력을 겨루는 트라이애슬론에 더 큰 매력을 느꼈다.
최 씨는 "김규봉 전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감독과 팀닥터 안모 씨를 만나 가혹한 체벌을 받은 것도 그 무렵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시에도 체벌을 받는지 까맣게 몰랐다. 딸이 숨진 뒤 동료들이 '숙현이가 중2 때부터 시달려 왔다'고 알려줘서 알았다"고 했다.
최 씨에 따르면 최 선수를 비롯한 트라이애슬론 선수들은 경북체중·고의 학생팀을 시작으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실업팀에 이르기까지 수년 간, 그 모든 팀을 도맡아 지도하던 김 감독과 안 팀닥터의 폭압을 견뎌야 했다.
최 씨는 "김 전 감독과 팀닥터 안모 씨, 선배 선수인 장윤정, 김도환 씨가 딸에게 '투트랙'으로 괴롭힘을 일삼았다. 특히 장 선수는 주범"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도자·선배 '투트랙' 폭압
최 씨에 따르면 팀 지도자와 장 선수 등 선배들도 최 선수를 비롯한 후배들을 괴롭히거나 폭행에 가담했다. 지도자들과 선배들은 다른 동료를 시켜 최 선수를 폭행하는가 하면 음식 먹이기 고문, 체벌 등을 일삼았다. 선배들이 최 씨를 별도로 따돌리기 시작한 것은 단지 그가 고3 때 9년 선배인 장 선수에게 "선배들보다도 더 나은 선수가 되겠다"는 장래 목표를 밝힌 뒤였다.
"훈련을 마친 숙현이가 기숙사에 울며 돌아오면 사감 선생님들이 그 모습이 애처로워 말조차 걸지 못했다고 합니다. 얼마나 고통받았을 지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최 씨는 김 감독이 최 선수 부모를 시켜서까지 최 선수를 때리고 폭행, 욕설했다고 털어놨다.
"실업팀 입단 직후인 2017년 4월쯤, 체벌과 괴롭힘을 견디지 못한 딸이 숙소를 이탈했다가 복귀했습니다. 김 감독이 숙소로 저와 아내를 부른 뒤 우리가 보는 앞에서 '네가 어떻게 감히 숙소를 나가느냐'며 딸에게 욕하고 체벌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부모가 직접 혼내야 말을 듣는다'며 저를 거실에 남겨둔 채 아내와 장 선수를 데리고 방에 들어가 체벌을 계속했습니다"고 했다.
최 씨는 "감독이 아내에게 '숙현이 뺨을 때리라'고 지시했다. 아내는 감독 눈치를 보며 손동작을 크게 해 세게 때리는 척하며 최대한 큰 소리를 딸을 때렸다"면서 "나중에 숙현이와 만나 '많이 아팠니?' '안 아팠어' '조금만 참고 견디자'는 대화를 나눴다. 그날 숙현이와 아내가 많이 울었다"고 회한의 눈물을 보였다.
그는 "체벌 직후 장 선수가 내게 '숙현이 많이 힘들 거다. 잘 돌봐달라'고 했다. 이제 생각하니 장 선수가 숙현이 맞는 모습을 지켜보려 그 방에 같이 들어갔던 것만 같다"고 했다.
견디다 못한 최 선수가 2019년 피해 신고에 나서려 증거를 수집했으나, 올해 초 그의 신고를 받은 기관들은 모두 외면하거나 진상 조사에 지지부진했다. 그 사이, 경북의 기대주 최 선수는 끝내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최 씨는 "딸이 숨진 뒤 유품인 일기장을 보며 딸을 향한 괴롭힘이 상상을 초월했음을 알았다. 딸을 죽음으로 내몬 김 감독과 팀닥터, 장 선수 등은 정말 인간도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특히 장 선수가 팀 분위기를 좌지우지했다. 감독조차 그의 말에는 꿈쩍 못했다"며 "감독과 팀닥터, 장 선수 사이 관계를 유심히 살펴야 할 것"이라 주장했다.
취재진은 최 씨의 주장에 대해 김 감독과 장 선수의 의견을 듣기 위해 전화를 시도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기획탐사팀
댓글 많은 뉴스
국민의힘, 대구 중구남구에 김기웅 전 통일부 차관 공천
“도태우는 안되고, 김영주·함운경·김경률은 되나?” 국힘 공천 번복에 TK민심 폭발
공천장 줬다 뺏고 낙하산 꽂고…정통 보수 후보도 못지키는 국힘 '날림 공천'
대통령실, 의대 증원 2000명 양보하나?…"열려있다"
고민정 "노무현 지키겠다"…'불량품' 두둔 이재명과 대립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