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애프터 뉴스] 주요 감염 고리 된 코인노래방, 1020 세대들에게 코노는 어떤 곳?

대구지역 10·20대 남녀 72명 설문조사 "스트레스 풀러 가"
불특정 다수 접촉하는 클럽형 주점 위험, 집합금지 명령에 형평성 논란도

서울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확진자들이 다녀간 것으로 알려진 대구 동성로 한 동전노래방이 지난달 24일 영업을 중단해 문이 닫겨 있다.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서울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확진자들이 다녀간 것으로 알려진 대구 동성로 한 동전노래방이 지난달 24일 영업을 중단해 문이 닫겨 있다.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이태원 클럽 발 코로나19 지역감염 공포가 쉽사리 가시지 않고 있다. 지난달 황금연휴 기간 서울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된 감염은 클럽, 주점, 노래방 등 청소년·청년층 등이 주로 이용하는 다중이용시설을 감염의 주요 연결고리로 확산을 지속하고 있다.

비교적 잠잠했던 대구 역시 이태원에 다녀온 친구에게 옮긴 10대 확진자가 발생하며 방역 비상에 걸렸다. 확진자는 1주일 남짓한 기간동안 중구, 달서구 등지의 코인노래방(동전노래방 이하 코노) 등을 수차례 다닌 것으로 확인됐다. 10대 집단 감염 사태가 벌어졌던 인천 역시 135, 136번째 확진자는 친구사이로 코로나19 확진 직전 1~2회 동전노래방을 다녀왔다. 인천 128, 133번째 확진자 역시 주요 경로에 코노가 포함됐다. 이들은 모두 10~20대다.

코인노래방이 일반 노래방의 자리를 꿰찬 것이 비단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기성세대들은 확진자 동선을 통해 불쑥 물 위로 솟아오른 코노의 존재에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공무원 A(50·대구 수성구) 씨는 "처음에는 동전 노래방이 무엇인지도 잘 몰랐는데 확진자 동선을 놓고 중학생 아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아들도 자주 간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됐다"고 말했다. B(55·달서구) 씨 역시 "친목 도모 목적으로 노래방을 가는 것은 몰라도 혼자 좁은 방에 들어가서 노래만 몇 곡 부르고 나오는 것이 더 인기가 있다는 말을 당최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지역감염의 주요 고리가 된 코노, 평소 1020세대에게 이곳은 어떤 의미가 있는 곳일까. 보건복지부가 정기적으로 발간하는 청소년관련 조사결과, 통계자료에서도 코노와 관련된 조사를 찾기가 어려웠다. 매일신문 디지털국은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대구지역 10대·20대 남녀 7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통해 이들이 평소 느끼는 코노에 대한 인상을 알아봤다.

◆노래 부르는 것보다 스트레스 해소 목적이 커

대구지역 1020세대 72명 중 '올해 한번이라도 코노를 간 적이 있다'고 응답한 인원은 모두 47명으로 65.3%에 달했다. '올해 PC방을 간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50%)보다 월등히 높았다. 이들의 방문 빈도는 '한 달에 한 두 번'이 41.7%로 가장 많았고 1주일에 1~2번 (16.7%) 2주에 1~2번 (13.9%) 순이었다. 매일 코노를 방문한다는 응답자는 1명에 불과했다.

'주로 친구들과 방문한다'는 응답이 61.1%로 가장 많았고 '주로 혼자서 방문한다'는 응답(13.9%), '누구와도 상관없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간다'(11.1%)가 뒤를 이었다. 1회 방문 시 코노에서 머무는 시간은 보통 30분에서 1시간 정도라는 응답이 80.5%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매일신문 디지털국은 지난 1일부터 5일간 대구지역 10대~20대 남녀 72명에게 코인노래방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웹디자이너 박소현.
매일신문 디지털국은 지난 1일부터 5일간 대구지역 10대~20대 남녀 72명에게 코인노래방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웹디자이너 박소현.

1020 세대 과반수가 코노와 PC방 이용 자체가 취미는 아니라고 밝힌 가운데 PC방 보다는 코노 이용이 취미라고 밝힌 응답자들이 월등히 많았다.
1020 세대 과반수가 코노와 PC방 이용 자체가 취미는 아니라고 밝힌 가운데 PC방 보다는 코노 이용이 취미라고 밝힌 응답자들이 월등히 많았다.

1020세대들은 그냥 집에 있으면서 영화·영상을 보거나 잠을 자는 것을 주요 취미로 꼽았다.
1020세대들은 그냥 집에 있으면서 영화·영상을 보거나 잠을 자는 것을 주요 취미로 꼽았다.

1020세대가 코노를 찾는 가장 큰 목적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다. '스트레스를 풀려고 간다'는 응답이 51.4%로 가장 많았고 '신나고 재미있어서', '별로 즐길만한 여가시설이 없어서', '친구가 가자고 해서' 등의 이유가 뒤를 이었다.

10대와 20대 모두 스스로 본인 세대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10대의 스트레스 원인은 '학교공부 및 진학 문제'가 가장 컸고 친구·가족과의 관계 문제가 주를 이뤘다. 20대는 취업 고민이 가장 컸다. 다만 10대 응답자에서는 가장 낮았던 자아문제, '내가 느끼는 나의 모습', '목표를 두고 스스로와의 싸움' 등의 문제가 20대에게는 주요 스트레스 원인으로 부상하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코노가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준다는 응답은 84.8%에 달했다. 반면 PC방 이용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준다는 응답은 45.8%에 그쳤다. '1020세대가 현실적으로 즐길 거리가 많은 것 같으냐'는 물음에는 30.6%만이 즐길거리가 많다고 대답했다.

코노 이용을 취미로 생각하는 인원도 29명(40.3%)으로 PC방 이용을 취미로 생각하는 인원(26.4%)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이 두 시설을 제외한 취미 중 1020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활동은 집콕(집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45.8%) 였다. 이어 카페나 맛집 탐방(36.1%) 친구들과 모임(30.6%), 운동(25%) 여행(25%) 순이었다.

1020세대 44명(60.3%)이 코로나19 확진자 동선에 코노가 포함된 것에 대해 '그럴 줄 알았다. 위험하다'고 반응했다. '코노가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하거나 위험할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73.6%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스스로 조심하면 별문제 없을 것 같다'는 대답은 19.2%에 그쳤다.

1주일에 두번 이상 코노를 찾는 다고 밝힌 C(17·수성구) 양은"1천원만 있어도 노래 5곡을 부를 수 있어 부담도 없고, 스트레스 풀기에도 코노만한 곳이 없다"며 "워낙 많은 10대들이 코노를 가서 확진자 동선에 포함된 게 우연의 일치지 위험한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다시 문을 열면 당연히 다시 갈 것이다"고 밝혔다.


◆ 코로나 이후 청소년 여가시설도 고민 필요

"말 그대로 동전(코인) 몇 닢으로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곳이 요즘 아이들에게 거의 없어요. 혼자 있거나 소규모로 집단을 만드는 것을 선호하는 신세대들의 심리를 잘 구현한 곳이죠."

강영배 대구한의대 청소년교육상담학과 교수는 1020세대에게 코인노래방은 몇 안 되는 자아실현, 스트레스 해소 공간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즐길만한 시설이 워낙 없는데다 기성세대보다 개인문화가 강한 1020세대가 비용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의미를 찾아가는 공간이라는 것.

유튜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관여도가 높은 1020세대의 문화 속에서 노래는 주요 키워드다. '제이플라(J. Fla)', '창현의거리노래방', '복면가왕', '보이스코리아' 등 TV·개인 미디어 할 것 없이 '노래를 부르는 것' 자체가 대중매체에서는 지속적 트렌드인 것.

강 교수는 "1020세대들에게는 그 자체가 하나의 문화인 '노래 부르기'가 또 주위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기준점이 될 수 있다"며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점수, 전국순위 등 즉각적인 피드백을 바로 받는 것도 이들의 성취욕을 자극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노가 청소년들의 해방구가 되는 순기능이 있다고 동의하면서도 포스트 코로나19 이후 청소년 여가문화·시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코로나19 감염통로'라는 부정적인 꼬리표가 붙으며 1020세대의 주 스트레스 발산 장소로서의 코노가 위축 될 수 있다는 것.

강 교수는 "'감염 위험이 큰데 거기를 왜 가?', '타인을 생각하지 않는 행동' 등 부정적으로 변한 코노의 이미지로 이후에도 청소년의 코노 방문을 놓고 도덕적 잣대를 들이미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을 것 같다"며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1020세대의 스트레스 발산 공간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감염위험을 놓고 보면 코인노래방이 안전하지는 않다"며 "상업공간인 코인노래방의 방역, 안전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상대적으로 더 안전한 공공기관 등을 활용해 어떻게 청소년 여가,취미활동을 늘릴 수 있을지, 코로나19 사태 이후 뉴노멀 시대에 돌입하며 청소년 여가 문화는 어떻게 변화시켜야 하는지 충분한 고민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 4일 오후 10시쯤 대구 남구의 유흥주점 밀집거리. 클럽형 주점, 코인노래방 등이 2주간 집합금지 행정조치를 받은 가운데도 일반노래방·가요방·단란주점은 그대로 영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주형 기자
지난 4일 오후 10시쯤 대구 남구의 유흥주점 밀집거리. 클럽형 주점, 코인노래방 등이 2주간 집합금지 행정조치를 받은 가운데도 일반노래방·가요방·단란주점은 그대로 영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주형 기자

◆ "룸살롱은 되고 코노는 안 되고" 행정조치 형평성 논란

확진자 동선에 다수 포함된 코인노래방 이용을 막는 것은 당연한 절차지만 제재대상을 놓고는 형평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2차 집단감염 조짐을 보이자 대구시는 지난달 24일 유흥시설에서의 집합금지를 고시하고 즉각 대응에 나섰다. 오는 7일까지 적용되는 집합금지는 해당시설 내 모이는 것 자체를 금지하는 조치로 사실상 영업정지인 셈이다.

대구시가 제재한 유흥시설은 종류별로 클럽형태의 유흥주점(클럽, 카바레, 회관), 감성주점, 콜라텍(성인텍), 헌팅포차, 동전노래방 등이다. 대구시는 동종의 다중이용시설인 일반 노래방,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가요방(단란주점·룸살롱) 등을 제외하고 동전노래방만 집합금지 대상에 포함했는데 대부분 노래시설을 제재한 경기도 등 타 지자체의 행정조치와 다른 점이다.

지난 4일 오후 8시쯤 대구 중구 동성로의 한 코인노래방 앞. 집합금지 행정조치 공문이 부착된 채 굳게 잠겨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200m도 채 떨어져 있지 않은 일반 노래방은 문을 열고 영업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이 노래방을 운영하는 D(58) 씨는 "코인노래방이 문을 닫고나서 부터는 아예 노래방을 찾는 발길이 뚝 끊겼다"며 "오히려 개방공간인 술집이 더 위험할 것 같은데 노래방만 위험시설이라고 말하니 억울하다" 고 하소연 했다.

대구시가 집합금지 명령을 내린 지역 내 동전노래방은 모두 62개다. 동전노래방 업주들은 망연자실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들은 시 행정 조치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입을 모았다. 북구 복현동에서 동전노래방을 운영하는 E(39) 씨는 "동전 노래방이 무인이라고 생각하는데 우리집은 직원이 상시 대기하며 청소, 소독 등을 철저히 했다. 지금도 PC방, 가요방, 술집 등 모든 거의 업종이 버젓이 영업을 하는데 왜 동전노래방만 싸잡아서 영업을 금지하는 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지난 6일 오후 방문한 대구 중구 동성로의 한 코인노래방 앞. 집합금지 행정명령서가 붙은 채 문이 닫혀 있다. 이주형 기자
지난 6일 오후 방문한 대구 중구 동성로의 한 코인노래방 앞. 집합금지 행정명령서가 붙은 채 문이 닫혀 있다. 이주형 기자

집합금지 행정조치 대상선정에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시는 최근 10~20대 확진자를 중심으로 동선에 동전노래방이 많이 포함 된 점, 밀폐된 공간에서의 2차, 3차 감염자 계속해서 발생한 점을 들어 동전노래방을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다른 술집, 노래방 등을 규제하지 않는 것은 민생안정 측면적인 이유도 있었다. 코로나19 불황에 자영업자들의 생계난이 커지는 상황에서 모든 다중이용시설을 단속하고 규제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

대구시관계자는 "굳이 클럽형태의 유흥주점을 선정한 이유는 불특정 다수 등 제3자의 접촉이 더 위험하다는 우려 때문이다"며 "가요방, 일반노래방 등은 보통 지인들끼리 가고 공간이 분리돼 있어 클럽형 주점 등과는 다르다"고 밝혔다. 이어 "코인노래방은 제3자와의 접촉이 우려되는 시설을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감염의 연결고리가 되고 있다고 판단해 지정한 부분이 크다"고 밝혔다.

시는 코인노래방 집합금지 행정조치가 해제되는 오는 8일 이후부터는 방역당국 지침에 따라 입장객 QR코드 관리 등 위생 방역을 수칙을 유지하며 영업을 허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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