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홍콩할매귀신·노망…이용수 할머니 도넘은 비난 "법적대응"

"치매냐", "할머니 그만 좀 하세요", "저렇게 늙지는 말자" 할머니를 향한 도넘은 악플
여성학 연구자, "이 할머니 향한 2차가해는 위안부 문제 해결 본질을 흐트려"
이용수 할머니 측, "사실과 다른 도넘은 비난에 법적 대응할 것" 예고

정의연의 불투명한 회계 의혹을 제기했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5일 대구 수성구 만촌동 인터불고 호텔에서 2차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정의연의 불투명한 회계 의혹을 제기했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5일 대구 수성구 만촌동 인터불고 호텔에서 2차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이용수 할머니의 정의기억연대(정의연) 및 전 이사장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폭로 등을 내용으로 한 1, 2차 기자회견 이후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 할머니를 향한 도를 넘은 비난이 계속되자 결국 할머니가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 할머니 측은 1일 오전 매일신문과의 통화에서 "이용수 할머니는 일제시대 당시 피해를 입었던 상징적 인물"이라며 "사실과 다른 도 넘은 발언에 대해서는 법적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 할머니의 지난달 25일 2차 기자회견 이후 클리앙 등 친여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가짜 위안부', '진짜 치매인가' 등 할머니를 향한 원색적인 인신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이쯤 되면 노망이라고 해도 전혀 무관치 않다', '홍콩할매귀신이네. 사람보다 귀신이 더 무섭네' 등 이 할머니를 비난하는 댓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심지어 '이 할머니의 폭로를 곽상도(대구 중·남구) 미래통합당 의원이 주도했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2차 기자회견 당시 할머니가 등장했을 때 휠체어를 밀고 들어온 사람이 곽 의원이라는 게 근거였다. 하지만 당시 곽 의원은 국회의원 회관에 머물렀고, 휠체어를 끈 인물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임대윤 전 대구시장 후보로 확인됐다. 곽 의원은 "이 할머니 기자회견 관련 가짜뉴스를 유포한 12명을 고소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온라인에 떠도는 이 할머니를 향한 도 넘은 비난은 진보 성향 인사들의 발언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방송인 김어준 씨는 지난달 25일 이 할머니 기자회견 직후 자신이 진행하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기자회견에 배후가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김 씨는 "누군가가 자신의 입장을 반영한 왜곡된 정보를 이 할머니에게 줬다고 개인적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같은 날 이 할머니 측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던 변영주 감독도 지난달 7일 페이스북에 "내가 오래전부터 말하지 않았나. 그 할머니는 원래 그러신 분이다. 우리가 할머니들을 지지하고 존경하는 것은 그분들의 아픔과 용기 때문"이라며 "이래저래 너무 커지면 할머니가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할 상황이 온다. 당신들의 친할머니들도 맨날 이랬다 저랬다, 섭섭하다, 화났다 하시잖냐"고 적었다. 이후 논란이 커지자 변 감독은 "제 글로 인해 불편하셨다면 사과드린다"고 밝히며 해당 글을 삭제했다.

위안부 피해자인 이 할머니에 대한 비난이 한일 위안부 문제 협상의 본질을 가린다는 지적도 적잖다. 한 여성학 관련 학자는 "이 할머니에 대한 2차 가해는 '가해자 일본-피해자 여성'이라는 특수한 관계를 흐리게 한다"고 했다.

이 할머니 측 관계자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비난에 대해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지만 온라인 비방이 도를 넘었다고 판단, '사실에서 벗어난 비난, 또 확대재생산하는 행위에 대해선 법적대응하겠다'는 입장으로 바꿨다"고 했다.

또 "위안부 피해자라는 상징적인 인물을 향한 도넘은 발언은 자제해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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