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부모 접근도 못하고…코로나 감염에 가족 '생이별'

요양병원에 있는 노부모 면회 금지…사망 소식에 마음 무너져
첫 손주 인큐베이터 너머로 본 모습이 마지막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요양병원에 있는 노부모나 타지에 사는 자녀와의 그리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지난 22일 대구 달성군 대실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구급차량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요양병원에 있는 노부모나 타지에 사는 자녀와의 그리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지난 22일 대구 달성군 대실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구급차량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치매 어머니를 요양병원에 모신 이정숙(61) 씨는 한 달 넘게 어머니를 못 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병원 면회가 전면 금지되면서다. 이 씨는 어머니가 좋아하는 음식이나 간식만이라도 보내려 했지만 병원에서 모든 외부 음식과 물품 반입을 못하게 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다.

이 씨는 "어머니가 자식 얼굴도 한 번씩 못 알아볼 때가 있어 지금은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요양병원 확진 환자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무너진다. 혹시나 감염이라도 되면 이대로 자식 얼굴도 한 번 못 보고 가실까 봐 두렵다"고 했다.

코로나19로 가족과 생이별을 겪는 이들이 부모, 자식을 향한 애타는 그리움을 호소하고 있다. 요양병원에 있는 노부모, 타지에 사는 손주 및 자녀와 한 달 넘게 만나지 못하면서 '코로나 이산가족' 처지에 놓인 것이다.

꿈에 그리던 손주가 태어났지만 여태껏 품에 한 번 안아보지 못 한 경우도 있다. 박준규(65) 씨는 지난해 12월 서울에 사는 장남 내외가 첫아이를 얻으면서 할아버지가 됐다. 하지만 조산아로 태어난 손자가 인큐베이터 안에서 각종 호스를 꽂은 채 있던 모습이 아이를 본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지난 설에는 한 달도 안 된 아이가 찬바람을 쐴까 걱정돼 절대 내려오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러다 설 이후 코로나19가 확산되는 바람에 손자를 볼 기회는 더욱 아득해졌다.

박 씨는 "얼마 전 아들이 아이 100일을 맞아 기차표를 예매해 줬지만 취소시켰다. 괜히 얼굴 한 번 보겠다고 올라갔다가 내가 걸린 줄도 모른 채 어린아이에게 옮기면 안 되기 때문이다. 아이가 너무 보고 싶어 코로나가 더 없이 야속하다"고 했다.

타지에 자녀를 둔 부모들은 방학임에도 아이를 가까이서 챙겨주지 못해 안타까워하고 있다. 손모(44) 씨는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서 축구부로 활동하는 아들을 지난 2월 이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대구에 오면 반드시 자가격리를 2주 간 해야 돼 훈련에 지장을 주기 때문이다. 매주 아들을 보고 좋아하는 음식을 먹이는 게 낙이었던 손 씨는 부모 도움 없이 홀로 기숙사에서 지낼 아들을 생각하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손 씨는 "아직 어린 데다 운동을 하는 아이라 식단 구성, 컨디션 조절 등에 엄마 손길이 필요하다. 운동부 엄마로서 할 일도 있는데 아무 뒷바라지도 못하는 것 같아 미안하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제사에 참석하지 못하는 자녀들은 자식된 도리조차 못하고 있다며 한숨 짓고 있다. 5남매 중 장남인 이모(52) 씨는 다음 달 예정된 선친의 제사를 올해 처음으로 본인 식구들끼리만 지내기로 했다.

이 씨는 "모이지 말자는 말을 먼저 꺼내기 어려웠지만 다행히 이해하는 분위기였다. 제사 때라도 모두 모여 아버지가 살아계시던 시절을 떠올리곤 했는데 안타깝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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