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전공의 대란] 환자 급증하는데 교수·펠로우 당직으로 버티기?

진료 인력 부족으로 환자 안전 등 우려 제기…지방병원 입원전담전공의 채용 '그림의 떡'

내과 전공의 대란을 앞두고 17일 경북대학교병원 내과병동에서 한 전공의가 진료를 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내과 전공의 대란을 앞두고 17일 경북대학교병원 내과병동에서 한 전공의가 진료를 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내과 전공의 수련 3년제 시행으로 진료현장 인력 공백 현실화가 한 달 여정도 남은 상황이다. 3, 4년차 전공의들이 내년 2월 13일 전문의 시험을 앞두고 준비에 들어가는 12월 말부터 신규 전공의 근무 이전인 내년 2월까지가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지역 수련병원들은 인력 부족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병원 측은 입원환자를 전담하는 전문의를 채용하고 싶어도 지원자가 없다고 하소연한다. 결국 남은 1, 2년차 전공의들에 대한 효율적인 업무 배치와 함께 교수와 펠로우에게 당직을 서도록 하면서 버티는 것이 대책의 전부인 것이다.

겨울철에는 호흡기, 순환기 등 내과 환자가 늘어나는 계절적 특성이 겹쳐 전공의 공백 문제가 자칫 환자 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남은 1, 2년차 만으로 전공의 공백 감당 못해"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최근 전국 37개 수련병원 내과 수석 전공의를 대상으로 조사한 '내과 3년제 전환 후 인력 공백에 따른 병원별 실태' 결과를 공개했다.

내과 3, 4년차 전공의들의 주요 업무는 ▷병동 주치의 ▷타과와의 협진 ▷응급실 주치의 ▷중환자실 주치의 순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수석 전공의 10명 중 7명(65.8%)은 '현재의 3, 4년차 업무를 1, 2년차 전공의 인력만으로 감당하기엔 불가능하다'고 답했으며, 응답자 71%는 '1, 2년차 인력만으로는 병원에 문제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수석 전공의는 "전공의 한 명당 30~40명에 육박하는 입원 환자를 담당하게 되면 업무시간 내에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건 불가능할 것"이라며 "시간에 쫓겨 환자를 체크하다 보면 의료사고 발생 가능성도 높아질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4년차 전공의도 "1, 2년차가 당장 3, 4년차의 업무를 대신할 수는 없어 중환자 진료 및 외과 수술을 위한 협진 등의 질도 당연히 저하된다"며 "병동마다 전공의가 1, 2명 줄어든 상황에서 이전보다 입원환자 관리에 집중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3년차 전공의는 "절반의 전공의로 내과 의국을 운영하는 건 분명히 한계가 있을 것"이라면서 "법에 따라 전공의 주당 근무시간을 80시간에 맞추라고 하면서 교수들은 4개 년차가 있을 때처럼 일하려고 하니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공의협의회는 내과 3년제 전환으로 빚어진 인력 공백에 대해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으나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전공의협의회 측은 "일부에선 2달 정도만 버티면 되는 일시적 문제라고 하지만 매년 비슷한 시기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내과 분과 파트를 묶는 병동 당직제, 응급실 내과 철수, 또 다른 희생양을 만드는 교수·펠로우 당직제 등 임시방편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정부, 수련병원, 학회 차원에서 근본적인 해결책 논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7일 경북대학교병원 내과병동.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17일 경북대학교병원 내과병동.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지방병원 vs 서울 대형병원 '빈익빈 부익부'

전공의 부족 문제를 해결할 적합한 방안으로 입원전담전문의(호스피탈리스트) 확충을 꼽고 있으나, 실제 인력 충원은 요원한 상황이다.

전국 수련병원 대상 조사에 따르면 추가 전문의 인력을 고용한 병원은 15%에 불과했다. 대부분 수도권 대형병원들에 해당하는 경우다. 이들 대형병원들이 브랜드 파워와 함께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해 자원을 충분히 모으는 반면에 지방의 수련병원들은 지원 자체가 없다.

대구의 한 대학병원 병원장은 "올해에 입원전담전문의 모집 공고를 몇 차례나 냈음에도 불구하고 지원자가 1명도 나타나지 않았다. 지방 병원의 경우 인턴과 레지던트 정원도 모두 채우기 어려운 상황에서 수도권과의 격차가 더욱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다른 병원 내과과장도 "지방 수련병원은 전공의 정원이 적어 입원전담전문의가 와도 진료 업무 부담이 클 것으로 생각하는 것도 지원을 꺼리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에서도 일부 대학병원이 입원전담전문의를 모아 별도의 내과 분과를 만들려는 계획을 세워놨지만 사실상 꿈같은 얘기다.

반면 '빅5'라고 불리는 서울의 대형병원들은 입원전담전문의를 상당수 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병원의 경기도 분원에도 지원자가 쇄도했다.

2020년 2월 개원하는 용인세브란스병원은 최근 내과계, 외과계 등의 입원전담전문의를 모집한 결과 15명의 전문의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용인세브란스병원 측은 "구두로 지원 의사를 밝힌 지원자가 8~10명이 더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이달 말까지 추가모집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사회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

기획 & 시리즈 기사

[매일TV] 협찬해주신 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