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외고 일반고 전환' 반기는 대구 수성구 일반고

기존 학교 명칭·교육과정은 유지…학생 선발 권한 없어지고 무상교육 지원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오른쪽 세번째)이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외고)·국제고를 2025년 일제히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고교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오른쪽 세번째)이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외고)·국제고를 2025년 일제히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고교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초등학교 4학년이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2025년부터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 외국어고(이하 외고), 국제고가 일제히 일반고로 전환된다. 이를 두고 '완전한' 고교 평준화 내지 '제2의' 고교 평준화 정책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1970년대 고교 평준화로 이른바 '명문고'가 사라졌다. 이후 사실상 엘리트 교육을 수행해온 것이 이들 고교. 하지만 앞으로 이 학교들은 학생 선발 등에 있어 일반고와 동일한 방식으로 바뀌게 된다. 교육부는 이를 통해 고교 서열화와 교육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 조치를 시행하기 전까지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교육의 안정성과 일관성, 엘리트 교육의 필요성 등을 간과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해당 고교와 학부모들의 반발 등이 만만치 않은 탓이다.

◆학생 선발, 일반고와 동일하게 변경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7일 '고교 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올해 말까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는 2025년 3월부터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한다.

대구경북의 경우 이 조치에 해당하는 고교는 ▷계성고 ▷대건고 ▷김천고 ▷포항제철고(이상 자사고) ▷대구외고 ▷경북외고 등 6곳. 다만 현재 자사고인 경일여고는 내년부터 일반고로 전환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전국 단위로 학생을 선발하는 일반고의 모집 특례도 폐지한다. 다른 유형의 고교 서열화를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해당하는 고교는 전국적으로 49곳. 이 가운데 대구경북에선 ▷풍산고(안동) ▷영남삼육고(경산) ▷군위고(군위) ▷영양여고(영양) ▷약목고(칠곡) ▷예천여자고(예천) ▷성주고(성주)가 포함된다. 모두 비평준화 고교다.

이번 방안이 시행되는 2025년 이후 자사고·외고·국제고는 기존 학교 명칭과 특성화된 교육과정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고처럼 학생 선발 권한은 없어진다. 월 100만원 수준의 학비도 사라지고, 다른 고교처럼 무상교육 지원을 받게 된다.

교육부의 발걸음은 이른바 '조국 사태' 이후 빨라졌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딸이 대입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번져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낳았고, 교육 제도에 과감히 손을 대기에 이른 것이다.

교육부는 고교 교육의 공정성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이번 조치를 발표했다. 앞서 5일 교육부는 주요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과학고·영재고-외국어고-자사고-일반고 순으로 대학 진학에서의 서열화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초·중등 단계에서 특정 학교 진학을 위한 사교육이 과열되고 가계 부담이 증가한다는 문제도 이번 결정의 원인으로 꼽혔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진학 희망 고교 유형별로 외고·국제고 사교육비는 일반고의 1.7배, 자사고는 1.4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가 사교육을 심화하고 부모 소득에 따라 교육 기회의 불평등을 초래하고 있다"며 "입시 공정성을 확보하고 미래 고교 교육을 준비하기 위해 일반고 전환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교육부는 일반고 활성화를 위해 5년간 2조원 이상을 지원하고, 유 장관이 단장을 맡는 '고교교육 혁신추진단(가칭)'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유 장관은 "학교 교육과정 편성·운영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과학·어학·예술 등 특정 분야의 심화 학습을 제공하는 일반고도 운영한다"며 "고교학점제 시행에 맞춰 고교 교육을 혁신하는 계기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고교 평준화 두고 찬반 논란

이 정도면 사실상 '완전한' 고교 평준화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영재학교와 과학고, 예술고, 체육고는 2025년 이후에도 현 체제로 운영되지만 설립 목적을 고려하면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킬 요소가 아니다.

교육부가 과감히 결정을 내렸음에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교육 기회의 불평등과 고교 서열화 해소, 입시의 공정성 강화를 주장하며 찬성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교육과 선택의 다양성, 교육 경쟁력 확보 등을 이유로 반발하는 이들도 적지 않아서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자사고, 외국어고, 국제고는 고교 서열화의 핵심으로 과도한 경쟁과 사교육 고통, 교육 불평등의 원인이 돼 왔다"며 "교육부의 이번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평소 지론뿐 아니라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특히 자사고 측에선 이 같은 결정이 달가울 리 없다. 반면 일반고들로선 이같은 조치에 이어 지원책까지 나오니 박수를 보낼 만하다.

서울자율형사립고 교장연합회와 학부모연합회 등은 이번 조치가 '공론화 없는 마녀 사냥'이라며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7일 서울 이화여자고등학교에서 정부의 일반고 전환 계획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들은 "내년 총선을 의식해 교육 정책의 일관성을 훼손한 폭거"라며 "공정성 확보, 고교 서열화 해소라는 미명 아래 획일적 평등으로 퇴행하는 정책이다. 이 정책에 끝까지 항거하겠다"고 강조했다.

구미에 있는 경북외고도 위기감을 느낀다. 이곳 관계자는 "외고 특성상 일반고로 전환하면 중국어, 일본어 등 일부 학과는 교육과정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특히 일반고에서 수업을 받는 게 쉽지 않은 외국 또는 다문화가정 학생은 진학할 고교가 없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구 자사고인 대건고는 최근 진학 성과가 두드러지는 등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일반고로 전환되더라도 큰 걱정은 없어 보인다. 경북 자사고 중 포항제철고도 담담한 표정이다. 애초 일반고 전환을 염두에 두고 실행 방안을 고민하던 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같은 자사고인 대구 계성고와 경북 김천고는 힘든 상황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계성고는 외진 곳에 있는 데다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어온 터라 학교를 운영하는 데 힘이 부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반면 일반고 중에서도 대구 수성구 일반고는 느긋한 분위기다. 수성구 한 일반고 교장은 "이 지역은 예전부터 학력이 우수한 곳이었다. 자사고가 생긴 뒤에도 마찬가지였다"며 "우수 신입생을 자사고에 내주지 않게 된다면 더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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