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좀 도와주세요"…'빈곤퇴치의 날' 흐른 철거민의 눈물

17일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시민단체 부양의무제 폐지 등 요구
본지 보도 서구 철거민 이영선 씨 비롯해 쪽방세입자 등 당사자 발언

17일 오전 대구시청 앞에서 열린 1017 빈곤철폐의 날 기자회견에서 반빈곤네트워트 등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17일 오전 대구시청 앞에서 열린 1017 빈곤철폐의 날 기자회견에서 반빈곤네트워트 등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이주비가 한 푼도 없어 속상하고 눈물밖에 안 납니다. 조금만 도와주세요."

17일 '세계 빈곤퇴치의 날'을 맞아 대구시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구 서구 한 재개발지역 철거민 이영선(52) 씨는 발언 도중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8년 전 서구 한 주택에 전셋집을 얻었으나 거주기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이 씨는 이주보상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한 채 쫓겨났고, 지난달 말부터 천막 생활(매일신문 8일 자 1·3면)을 하고 있다. 철거업체에 살림살이마저 압수당한 이 씨는 몸이 좋지 않은 남편과 추운 겨울 어떻게 보낼 지 그저 막막하다. 이 씨는 "갑상선암을 앓아 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남편은 하루하루 술로 보내고 있어 앞이 안보인다"고 했다.

반빈곤네트워크와 대구쪽방상담소 등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정부 및 지자체에 빈곤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특히 기자회견에 동참한 철거민, 쪽방 거주민, 노점상 등 빈곤층 당사자들은 직접 목소리를 내며 자신들이 처한 현실을 알렸다.

쪽방 생활을 하는 한 기초생활수급자는 "한 달에 60만원을 받아 월세 30만원을 내면 겨우 목숨만 부지한다. 소득기준에 따른 수급자 요건 박탈 때문에 자유로운 경제활동에도 제약이 있다"며 "그나마 수급비를 받은 저는 나은 편이지만 (부양의무제 때문에) 이마저도 받지 못하는 분들은 정말 답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주최 측은 부양의무제 폐지를 요구했다. 부양의무자는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수급권자를 부양할 의무가 있는 사람으로, 수급권자의 아들·딸 등 직계혈족이나 배우자 등을 이른다. 수급비를 받으려면 부양의무자가 직접 자신의 가난을 증명해 수급권자 부양 능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가족에게 빈곤의 책임을 묻는 부양의무제를 폐지할 것을 끊임없이 요구했지만 최근 정부는 공약 파기를 선언했다"며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가난한 사람들을 절망으로 내몰고 있다"고 했다.

시민사회단체는 빈곤 퇴치 방안으로 ▷강제철거를 동반하는 도시정비사업 재검토 ▷노점상 생존권을 박탈하는 폭력적인 노점단속 중단 ▷장애인 노동권 보장과 장애인 등급제 폐지 등을 요구했다.

※세계 빈곤퇴치의 날=빈곤·기아 퇴치와 인권 신장을 위해 1992년 국제연합(UN)이 공인한 날이다. 1987년 프랑스 파리에서 빈곤으로 인한 희생자 10만명이 모여 빈곤퇴치운동 기념비를 세운 것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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