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 잃고 비틀비틀 주행 운전자 구한 30대 '의인상'

경부고속도로 부산방향 달리다 의식 잃은 운전자
"사고 막아야" 일단 앞길 막아선 이태웅(31) 씨
"누구나 같은 행동 했을 것" 교통안전의인상 수여

지난달 10일 정오쯤 새로 생긴 키즈카페에 가려고 아내와 2살 아이를 태우고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던 이태웅(31·대구 달성군) 씨는 비틀거리며 달리는 외제 승용차 한 대를 목격했다. 차들이 쌩쌩 달리는 고속도로 1차로와 3차로를 넘나들며 주행하는 이 차는 한눈에 보기에도 위태로웠다.

졸음운전으로 판단한 이 씨는 비상등을 켠 채 속도를 크게 줄이고 차량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점점 심하게 비틀대던 차는 급기야 중앙분리대에 충돌하며 1차로로 서행했다.

이 씨가 조심스레 차에 접근하자 백발이 성성한 운전자가 고개를 푹 숙인 채 간신히 운전대를 붙잡고 있었다. 중앙분리대에 충돌하며 겨우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뗀 듯 속도는 시속 20~30㎞까지 줄었지만, 추월차로인 1차로의 특성상 고속으로 달려오는 차와 부딪혀 대형 교통사고로 번질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고민하던 이 씨는 결국 자신의 차로 앞을 막아서기로 했다.

그는 23일 매일신문과의 통화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지에 대해 아내와 이야기했다. 다행히 뒤차들이 위험을 감지하고 느리게 달리고 있어서 차를 막아 멈춰 세우기로 의견을 모았다"면서 "나와 내 가족이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일단 생명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대구경북본부는 23일 고속도로 위에서 정신을 잃은 운전자의 차량을 자신의 차로 막아 대형사고를 막은 이태웅(31) 씨에게 교통안전의인상을 수여했다. 왼쪽부터 곽일 대구경북본부장과 이태웅 씨, 이 씨의 아내. 한국교통안전공단 제공. 한국교통안전공단 대구경북본부는 23일 고속도로 위에서 정신을 잃은 운전자의 차량을 자신의 차로 막아 대형사고를 막은 이태웅(31) 씨에게 교통안전의인상을 수여했다. 왼쪽부터 곽일 대구경북본부장과 이태웅 씨, 이 씨의 아내. 한국교통안전공단 제공.

이 씨의 차가 앞을 막아서자 가벼운 추돌사고가 일어났고, 비틀대며 달리던 차는 드디어 멈췄다. 아내에게 "119에 신고하라"고 외친 뒤 운전석에 달려간 그는 소리를 지르며 창문을 두드렸고, 식은땀을 흘리며 괴로워하던 운전자는 간신히 창문을 열었다.

알고 보니 항암치료를 받은 직후 운전해 집으로 돌아가던 운전자는 갑자기 일어난 항암제 부작용으로 몸을 가눌 수 없을 만큼 위급한 상황이었다.

이후 정신을 잃은 운전자는 10분 뒤 도착한 구급차에 의해 병원에 옮겨졌고, 회복 후 당일 퇴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는 "당시에는 경황이 없었지만 지나고 보니 정말 아찔한 상황이었다. 다행히 2차 사고도 나지 않았고, 인명을 구조했다. 어르신이 곧장 건강을 회복해 다행"이라며 "내가 아니라도 누구나 똑같은 일을 했을 것 같다"고 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대구경북본부는 23일 이 씨에게 'TS교통안전의인상'과 함께 상금 100만원을 수여했다. 곽일 대구경북본부장은 "자칫 일어날 수 있었던 대형 교통사고에서 소중한 생명을 보호하고자 용기 있게 행동해주신 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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