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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속으로] '층간소음이 뭐길래' 위층 찾아가 끊임없이 욕설하고 협박

재판부, 단순히 이웃 간의 갈등을 넘어선 '불법행위'

대구지법 전경. 매일신문 DB.
대구지법 전경. 매일신문 DB.

아래층 주민이 층간 소음을 문제로 위층 주민을 찾아가 지속적으로 항의하고 욕설을 한다면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위층에 지속적으로 참기 힘든 정신적 고통을 가한 아래층이 위층 가족에게 1인당 100만원씩 모두 4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대구지법 제24민사단독(판사 황형주)은 대구 한 아파트에 사는 A씨 가족이 아래층 주민 B씨 가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 가족의 악몽이 시작된 것은 지난 2017년 1월 22일 해당 아파트로 이사 오면서부터다. A씨 가족이 이사 오기 전부터 아래층에 살고 있던 B씨 가족은 지속적으로 층간 소음 문제를 호소했다. 층간소음 문제는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지만 B씨 항의는 집요하고 거칠었다.

양측이 벌인 1심 소송 판결문에서 확인된 A씨 가족의 피해는 모두 9건이다. 해당 판결문에는 A씨 가족이 이사 온 2017년 1월부터 해당 아파트를 떠난 지난해 2월까지 13개월간 B씨가 A씨에게 했던 욕설이 고스란히 담겼다.

A씨 가족이 B씨를 찾아가 "아이들이 자고 있어서 소음이 발생하지 않았다", "소음이 다른 집에서 나는 것 같다"고 설명했지만, B씨는 "입만 떼면 거짓말", "내가 당신 애들 똑바로 가르쳐 줄게"라고 말하는 등 A씨의 해명을 모두 거짓말로 치부했다.

특히 B씨는 A씨의 직업이 교사인 점을 알고는 "그 머리로 학교 아이들 가르치느냐" 등의 모욕적인 언사도 반복했다. 지난 2017년 5월부터 10월까지는 대구시교육청에 "A씨가 공직자로서 공중도덕을 준수하지 않고 주민에게 민폐를 끼치는 행동을 해서 고발한다"는 내용의 민원을 5차례 제기하기도 했다.

B씨의 지속적인 욕설에 시달린 A씨는 유치원생인 자녀를 보호하기 위해 현관문 앞에 CCTV까지 달았지만 별 소용이 없자, 애초 예정한 전세 기간 이전에 이사를 하면서 B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B씨는 "인터폰으로 항의한 것은 7회에 불과하다"며 "다툼 과정에서 원고에게 다소 거친 언사를 한 적은 있지만 A씨 주장처럼 협박, 아동학대, 모욕, 명예훼손 등 불법 행위에 이를 정도는 아니었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모든 소음이 위층에서 비롯됐다고 단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B씨가 일반적으로 감내할 수준을 벗어난 항의를 했다"고 판단했다.

단순히 이웃 간의 갈등을 넘어서 교육청에 민원을 넣는 등 직업과 관련한 생활에도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는 명백한 민법상 불법행위라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재판부는 "A씨와 어린 자녀들이 받았을 정신적 충격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며 A씨 가족에게 100만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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