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상주본 법정 다툼 11년 만에 마무리…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

강제집행 사실상 불가능…"검찰이 강제집행 면탈죄 적용 여부 검토해야"
위증 사건으로 상황 반전 꾀하던 배익기씨 계획은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 커져

행방이 묘연해진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매일신문DB 행방이 묘연해진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매일신문DB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이하 상주본) 소유권을 둘러싼 법정 다툼이 11년 만에 마무리(매일신문 15일 자 1면)되면서 상주본 반환 절차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상주본 소장자로 알려진 배익기(56·고서적 수집판매상) 씨만이 상주본 소재를 알고 있는 상황이어서 반환은 쉽지 않아보인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대법원 판결은 상주본 소유권이 국가에 있음을 최종 확정한 데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는 민사와 형사 재판 결과가 엇갈리게 나와 소유권이 법적으로 명확치 않았기 때문이다.

2008~2011년 상주본의 원 소장자로 알려진 조모(2012년 사망) 씨와 배 씨 사이의 민사 재판과 2011~2014년 배 씨의 절도 혐의를 둘러싼 형사 재판 결과를 요약하자면, 소유권은 조 씨에게 있지만 그렇다고 배 씨의 절도 증거도 없다는 것이었다. 민사보다 형사 재판에서 더 엄격한 증거를 요구하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국가 소유권이 명확해진 지금부터는 상주본을 찾는 일이 관건이다. 법원이 강제집행(동산에 대한 인도)에 나서도 물건이 있는 장소를 알아야 집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법원 소속 한 집행관은 "채권자가 동산이 있는 장소를 소명하지 못하면 소재 불명으로 처리된다. 이는 전적으로 당사자 몫"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이 상주본이 있는 곳을 찾아내야 하지만 문화재청은 배 씨와 지속적으로 협의 중이라는 입장을 반복할 뿐 이렇다 할 계획은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지난 2015년 3차례나 압수수색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처벌보다는 안전한 회수가 목표다. 다시 배 씨를 찾아가 설득하겠다"고 했다.

배 씨를 형사 고발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대구 한 변호사는 "형사 처벌을 목적으로 배 씨를 고발한다면 강제집행 면탈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지만 법리적으로 입증이 어렵다. 상주본이 문화재로 지정된 상태도 아니어서 문화재보호법 적용 여부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검찰의 강제수사 주장도 나온다. 대구 다른 한 변호사는 "시간이 지날수록 상주본 보존 상태는 악화할 수밖에 없다. 이런 큰 가치를 지닌 문화재를 개인에게 맡겨둬선 안 된다. 강제 수사권한을 가진 검찰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3월 배 씨는 상주본 소유권이 조 씨에게 있다고 판단한 민사 재판과 자신의 절도 혐의를 다룬 형사 재판 과정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고미술상 A(68) 씨 등 증인 3명을 위증 혐의로 고소하면서 상황의 반전을 꾀했다.

하지만 이런 시도는 먹혀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구지검 제1형사부(부장검사 김지용)는 민사 재판에 증인으로 나선 이는 공소시효 만료를 이유로 '공소권 없음' 처분을, 형사 재판 증인은 '혐의없음' 처분을 했다고 15일 밝힌 것. 검찰 관계자는 "상주본이 실제 존재하는지에 대해 본인이 소명하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혐의를 특정하기 어려웠다"며 "배 씨가 고검에 항고해 현재도 사건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강제집행 면탈죄=강제집행을 면할 목적으로 재산을 은닉·손괴·허위 양도 또는 허위 채무를 부담하는 자를 처벌하는 조항을 말한다. 강제집행 면탈죄의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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