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울리는 지역주택조합 주의보] "싼 값에 '내 집 마련' 하세요" 지역주택조합의 함정

서민 '내 집 마련' 돕고자 만들어진 지역주택조합
사업 어그러질 경우 손실 책임도 조합원이 감당해야
늘어난 추가분담금 감당 못해 투자금 날리기도

이달 4일 대구의 한 지역주택조합 조합원들이 시공예정사와 업무대행사 등을 규탄하며 대구동부경찰서 앞에서 연 집회 모습. 김근우 기자 이달 4일 대구의 한 지역주택조합 조합원들이 시공예정사와 업무대행사 등을 규탄하며 대구동부경찰서 앞에서 연 집회 모습. 김근우 기자

2017년 11월 한 지역주택조합 가입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3천500만원을 넣은 이찬우(59) 씨는 최근 투자금을 모두 날리게 될까 봐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시세보다 싼 가격에 도심에서 가까운 아파트를 마련해 시세차익까지 노릴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지만 부푼 꿈도 잠시, 이 씨가 가입한 지역주택조합의 아파트는 2년 8개월이 지난 2019년 현재까지 첫 삽조차 뜨지 못했다.

토지 매입과 조합원 모집이 늦어지면서 조합은 처음 모았던 분담금 100억여원을 홍보비 등으로 모두 소진, 오히려 15억여원의 빚을 진 채 조합원들에게 수천만 원의 추가 분담금을 요구했다.

급기야 조합과 시공예정 건설사 간 마찰로 국민권익위원회에 지난 6월 진정이 접수된 뒤 7월 초엔 경찰이 수사에 나서는 등 악재가 겹쳤다. 만약 이대로 사업이 무산된다면 이 씨의 투자금 3천500만원은 모두 허공에 날아가게 된다.

저렴한 분양가를 내세운 '지역주택조합'에 섣불리 가입했다가 차일피일 늦어지는 사업과 끊이지 않는 추가 분담금 요구에 피해를 보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대부분 원활하게 절차대로 진행되지만, 일부 조합들이 사업에 차질을 빚기 때문이다.

한 업무대행사 관계자는 "실패할 경우엔 샀던 땅을 다시 팔더라도 최소 수백억원의 투자금이 날아가는 위험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했다.

올 6월 현재 대구에서 진행 중인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모두 23곳. 1곳만 준공됐고 9곳은 착공에 들어갔으며 사업승인을 받은 곳은 3곳, 조합설립인가가 난 곳은 10곳이다. 이 중 지난 2015년 8월과 그해 11월 각각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수성구와 북구 모 지역주택조합을 비롯해 2016년과 2017년 사이에 인가를 받은 4곳 등은 사업이 지지부진해 존폐 위기에 내몰린 실정이다.

토지매입과 건축과정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예기치 않은 문제들로 사업이 어그러지면 피해는 모두 조합원의 몫이다. 이 과정에서 늘어난 분담금을 감당하지 못한다면 조합원은 제명당하고, 투자금을 한 푼도 건지지 못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정성용 대구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개발·재건축 조합과 달리, 아무것도 없는 채로 토지매입부터 시작하는 지역주택조합은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고 뛰어드는 이들이 상당수"라며 "특히 조합 추진위나 업무대행사가 방만하게 예산을 집행하는 사례도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키워드: 지역주택조합사업=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을 위해 만들어진 정책으로, 해당 지역에 6개월 이상 거주한 무주택자나 전용면적 85㎡ 이하의 주택 1채만 가진 사람들이 직접 조합을 구성, 토지를 매입하고 시공사를 선정해 공동주택을 짓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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