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고교도 대학처럼 듣고 싶은 과목 선택

대구 수성고 학생들이 전문교과2 과목 보건간호 수업 중 인체 해부도 학습활동을 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대구 수성고 학생들이 전문교과2 과목 보건간호 수업 중 인체 해부도 학습활동을 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내가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수강 신청하고, 학년 구분 없이 자유롭게 수업을 듣는다. 과목별로 학점을 이수해 누적 학점이 일정 기준에 도달하면 졸업을 인정받는다.

 

대학의 얘기가 아니다. 2025년부터 전면 시행될 예정인 '고교학점제'의 학사제도 운영 체계다.

 

교육부는 지난해 8월 '고교교육 혁신 방향'을 발표했다. 2022년 모든 고등학교에 학점제를 부분 도입하고, 2025년에 전 과목 성취평가제를 실시하겠다는 게 골자다. 대구시교육청도 지난해 연구·선도학교 운영 사업을 시작한 데 이어 올해 우수사례를 일반학교로 확대, 보급하는 등 고교학점제를 정착시키려고 노력 중이다.

 

고교학점제 도입의 전반적인 계획과 함께 대구의 연구학교인 비슬고, 수성고의 사례를 살펴본다.

 

◆올해 대구 연구·선도학교 17곳 운영

 

고교학점제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이 학교 현장에 안착하는 2021년까지 도입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올해 진로선택 과목 성취평가제를 1학년에 우선 적용한다. 2024년까지 2015 교육과정을 일부 개정해 학교 밖 이수과목의 인정 기준 등을 정하고, 2025년 전 학년, 전 과목으로 성취평가를 확대한다. 현행 학사제도 전반에 걸쳐 변화가 필요한 만큼, 중장기적으로 준비해 우선 적용 가능한 요소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구시교육청은 지난해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 운영을 지원해왔다. 현재 연구학교는 ▷다사고 ▷덕원고 ▷비슬고 ▷수성고 ▷경북기계공업고 ▷대구일마이스터고 ▷대구제일여상고 등 7개교다. 이들 학교(일반계고 기준)는 연 4천만원과 교과담당교사 1명, 전·후반기 중앙단위 컨설팅, 연수·포럼·협의회 참여 등을 지원받는다.

 

선도학교는 ▷강북고 ▷경상여고 ▷대구동부고 ▷대구여고 ▷상인고 ▷효성여고 ▷대구농업마이스터고 ▷대구소프트웨어고 ▷경북여상고 ▷대구보건고 등 10개교. 연 3천만원을 지원받고 컨설팅, 워크숍 참여 등의 기회도 얻는다.

 

지난해 비슬고, 다사고, 수성고 등 연구·선도학교들의 역량이 높아지면서 전국에서 이들 학교를 찾거나 사례를 공유하려고 출강을 요청하는 일도 생겼다. 전국적으로 대구가 고교학점제의 우수 사례로 손꼽히고 있는 것이다.

 

대구시교육청은 이같은 성과에 힘입어 올해 연구·선도학교의 우수사례를 일반학교로 확대, 보급한다. 일단 학생 맞춤형 교육과정 운영 및 학교운영 혁신 지원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한 교원, 학생, 학부모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아직 고교학점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책설명회, 공감토크, 전문가 포럼 등을 열고 소식지도 발간한다.

 

이와 함께 '고교학점제 추진단'을 꾸려 인사(교원 조직), 시설, 교육과정, 진로·진학, 수업과 평가 등 관련 업무를 연계, 통합해나갈 방침이다. 이를 통해 지원을 효율화하고 운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개선한다.

 

대구시교육청 중등교육과 관계자는 "올해는 학생 개개인이 흥미를 갖고 공부해보고 싶은 과목을 접하면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둘 것"이라며 "한두 과목이라도 성취감을 느끼는 과목이 생길 때 삶에 대한 학생들의 태도는 매우 달라진다"고 전했다.

 

대구 비슬고 학생들이 과학탐구실험 수업 시간 중 태양광 발전을 이용한 장치에 대해 학습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대구 비슬고 학생들이 과학탐구실험 수업 시간 중 태양광 발전을 이용한 장치에 대해 학습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학생 선택 과목권 보장 초점

 

지난 12일, 고교학점제 연구학교인 대구 수성고가 북적거렸다. 강은희 대구시교육감과 곽상도 국회의원이 고교학점제 도입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앞으로 해결해야 할 사항들에 대해 교원들과 논의하고자 학교를 찾은 것이다.

 

이날 김차진 수성고 교장은 강 교육감과 곽 의원에게 교사들이 수년간 노력해 만들어 온 교실 수업의 변화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두 사람은 교사들에게서 고교학점제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무엇이 필요하고, 정책 방향은 어떠해야 하는지 들은 뒤 교실 수업을 참관했다.

 

강 교육감과 곽 의원은 이 자리에서 "고교학점제가 학교 현장에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고 자연스럽게 도입될 수 있도록 예산, 인력, 시설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홍보에도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수성고는 지난해 고교학점제 선도학교로 지정돼 ▷교과 간 주제 통합 수업에 강점이 있는 학교 ▷학생부종합전형에 잘 대비하는 학교로 교육 매체에 소개된 바 있다. 올해는 연구학교로 지정돼 '학생 맞춤형 교육과정 운영'을 도입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수성고는 2학년 선택과목을 지난해 제2외국어 교과 1과목(3단위)에서 올해 6과목(15단위)으로 늘렸다. 실용국어, 실용영어, 평면조형, 미술이론 등 진로과목을 개설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이와 함께 학생들을 대상으로 과목 선호도와 수요 조사를 실시해 과목 선택권을 확대하려는 노력도 강화하고 있다.

 

수성고는 올해 말 '선진형 교과교실제' 도입을 위한 준비도 서두르고 있다. 교실을 전반적으로 리모델링해 내년부터는 고교학점제와 교과교실제를 연계한 수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될 전망이다.

 

수성고 관계자는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에 맞게 배울 과목을 제대로 선택할 수 있도록 충분히 안내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무학년제 진로 동아리 편성 운영, 주제 통합수업 등 다양한 특색 사업도 함께 펼칠 계획"이라고 전했다.

 

연구학교 2년차인 비슬고도 고교학점제를 운영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슬고 역시 흥미, 적성, 진로에 따른 학생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지난해 공통과목 외에 2~3학년에 선택교과(일반선택·진로선택·전문교과Ⅰ) 중심으로 다양한 교과목을 개방형 교육과정 형태로 편성, 운영해왔다. 학생 수요 조사를 통해 실제로 필요한 과목과 학교에서 정규 교육과정으로 운영할 수 있는 교과에 대한 합의점을 찾은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과목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진로 의식이 명확해야 한다고 판단, 다양한 진로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비슬고는 지난해 교사 연수와 학부모 대상 홍보, 학생 대상 교육 등으로 인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를 토대로 올해에는 본격적으로 2학년에 다양한 선택 과목을 적용할 계획이다.

 

비슬고 관계자는 "학생들이 필요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배울 수 있어 기존 수업보다 더 도움이 된다며 높은 만족도를 보인다"면서 "올해부터 2학년이 4과목을 선택, 첫 중간고사를 치르게 된다.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앞으로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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