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위 폐기물 임시저장시설 확충, 영구처리시설 건설…어디까지 왔나?

한울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가 발전소 내 수조에서 열을 식히면서 보관돼 있다. 한수원 제공 한울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가 발전소 내 수조에서 열을 식히면서 보관돼 있다. 한수원 제공

원전에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인 고준위 폐기물 처리가 골칫거리다. 원전산업을 육성했던 이명박 정부가 핵폐기물 처리 방안에 대해선 사실상 방치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10월 공론화위원회가 출범했고, 산자부가 2016년 7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2028년까지 중간저장·영구처분시설 부지를 선정하고 2035년 중간저장시설, 2053년 영구처분시설을 가동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문제는 원전 내 임시저장시설의 상당수는 중간저장시설이 만들어지기 전에 포화상태에 이른다는 점이다. 월성원전의 경우 오는 2021년 포화 상태에 가장 먼저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 수용 한계에 도달

박근혜 정부는 중간저장·영구처분시설이 만들어지기 전에 발생하는 고준위 폐기물 포화 상태 문제 해결을 위해 기존 원전 내 임시저장시설을 증설하는 방안을 기본계획에 포함시켰다.

이후 문재인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로 고준위 방폐물 관리 계획의 재검토를 제시했다. 앞선 정부의 공론화 과정에서 환경단체나 주민들 의견 수렴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고, 정부의 에너지 정책 노선이 바뀐 만큼 이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산자부는 지난해 5월부터 6개월여간 고준위 관리정책 재검토준비단을 운영했다. 산자부는 준비단이 지난해 11월 제출한 건의서 검토 등을 거쳐 늦어도 다음 달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월성원전 내 임시저장시설 증설도 공론화위원회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영구처리시설 시급

방사성폐기물은 방사선 농도와 열발생률 등에 따라 중·저준위와 고준위로 나뉜다. 의료·산업시설에서 나오는 작업복이나 장갑 등이 중·저준위 폐기물에, 원전에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가 고준위 폐기물에 속한다.

이 중 사용후핵연료는 최소 10만 년 이상 밀폐된 지하공간에 보관해야 하는데, 처리 방법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세계적으로도 고준위 영구처분시설이 건설되고 있는 곳은 핀란드가 유일하다. 현재 사용후핵연료는 각 원전 부지에 임시저장시설에 보관돼 있다.

원전은 우라늄 핵분열 때 나오는 열을 활용해 물을 끓여 생긴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드는데, 이때 원료로 사용된 우라늄이 핵폐기물이다. '사용후핵연료'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다.

사용후핵연료는 중간저장시설(처분 전 보관시설)도, 영구처분시설도 없다. 때문에 1만5천t이 넘는 사용후핵연료가 각 원전 내부 건식 저장시설에 쌓여 있다.

경주 월성원전 1~4호기 현장에는 사용후핵연료를 임시저장하는 건식저장시설 '캐니스터'와 '맥스터'가 있다. 경수로는 수조 속에 보관하는 습식방식이지만, 천연우라늄을 쓰는 중수로 월성원전 1~4호기는 사용후핵연료 배출량이 많아 열과 방사능 수치를 낮추기 위해 수조에 6년 보관 뒤 건식으로 옮기고 있다.

월성원전 캐니스터(원통형 콘크리트 사일로)는 2010년 4월 14일 모두 찼다. '맥스터(창고식)'는 캐니스터보다 더 많은 양을 보관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이곳 7개 맥스터의 90.3%가 가득 차 있다.

◆시민단체와 지역민, 우려와 반발 확산

탈핵시민행동 등 여러 반핵단체들은 지역 공론화를 거쳐 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 맥스터 등을 추가 건설하면 중간·최종 처분장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도 발전소 가동이 계속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정부가 고준위핵폐기물 중간·최종 처분장을 마련하지 않는 상황에서 지역 공론화를 통해 맥스터만 늘려가는 것은 원전이 자리한 지역들을 더욱 위험하게 한다는 것이다.

공론화 절차도 문제라는 목소리가 높다. 지질환경정보, 지리적 적합성, 자연재해영향, 주민 수용성 순으로 검토해야 하는데 정부가 지역 공론화를 통해 주민 수용성만 가지고 맥스터를 확충하려는 것은 무리한 정책이라는 게 이들의 우려다.

경주월성이 자리한 양남면 한 주민은 "전국 20개 경수로 원자로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보다 더 많은 양이 월성2~4호기 중수로에서 나온다는 점을 고려하면 맥스터를 늘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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