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요리산책] 능이…생식하면 독소 있으나 가열하면 부작용 없다

 

찬바람 부는 계절에는 버섯요리가 일품이다. 알곡이 여무는 시기에 비가 내리면 '쓰잘데기없다'고 눈총을 받지만, 버섯이 자라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준다. 고향 산간 마을의 가을 음식은 버섯이 주를 이루었다. 밤버섯, 싸리버섯, 능이, 그리고 간혹 송이도 있었다. 목이는 앞 뒷밭 썩은 뽕나무 둥치마다 너덜거려서 일부러 못 본 체하고 다녔다. 비 맞아 퉁퉁 불어터진 목이의 흐느적거리는 모양새와 물컹거리는 촉감이 그 당시에는 징그러웠다. 버섯은 싱싱한 시기가 있다. 그 적기가 지나면, 할머니 말씀인즉 '물이 넘으면' 자연히 벌레가 생긴다고 한다. 특히 능이와 싸리버섯에 벌레가 많았다. 벌레를 보고 기겁을 했으나 심하지 않은 것은 잘 손질하여 요리했다.

우물가 장독대 옆 옹자배기에는 버섯이 그득했다. 버섯의 독성을 뺀다고 했다. 데친 싸리버섯은 며칠간 우렸다. 돼지고기와 싸리버섯을 볶으면 꽃처럼 생긴 모양에 끌려 젓가락을 더 많이 놀렸다. 밤버섯은 데쳐 닭고기와 요리했다. 색감과 식감마저 비슷해 고기인지 버섯인지 구분할 수 없이 쫄깃했다. 엄마는 능이를 데치면 기름이 뜬다고 했다. 그만큼 능이가 영양가 면에서 좋다는 것이었으리라. 데친 능이는 들기름에 볶았다.

체신청에 근무하는 조카한테 연락이 왔다. 발령받아 온 봉화 지방에 버섯이 한창이란다. 송이는 가격이 비싸 손이 오그라들어도 능이는 그보다 저렴해 손질해서 저장해 두면 요긴하게 쓰인다. 능이의 큼직한 갓을 보고 쇠똥 같으니, 철갑 같으니 구시렁거리는 사람들이 있다. 능이의 진가를 모르는 분들 같아서 픽 웃음이 난다. 우리나라에서야 송이를 으뜸으로 여기지만 물 건너 나라에서는 능이를 최고로 친다. 인공재배가 되지 않기에 귀한 버섯이다. 일 능이, 이 송이, 삼 표고라고 할 정도로, 능이는 약성뿐만 아니라 건강식으로도 으뜸이다. 그 향은 또 어떤가. 사람마다 흙냄새, 나무 냄새, 꽃 냄새 등 향이 난다고 해서 '향 버섯'이라는 애칭도 있다.

능이를 펼쳐놓고 한참 동안 먹먹했다. 참으로 오랜만에 실한 버섯을 마주한다. 30여 년 전, 큰아이 해산 때 친정 생활이 떠올랐다. 아버지는 막내딸이 몸 풀면 미역국에 넣을 거라며 능이를 따는 족족 짚으로 엮어 처마 밑에 걸어서 말리셨다. 그해에는 버섯이 풍년이었다고 한다. 아버지는 버섯 나는 한철 시기에 아침마다 산에 오르셨다. 어머니는 말린 능이를 불려 가마솥에 국을 끓였다. 들기름을 두르고 능이와 미역을 넣어 볶다가 쌀뜨물을 부었다. 산모가 한 가지 국만 먹으면 질릴 수 있다고 이런저런 재료를 넣어 국을 끓여주었다. 내 입에는 능이 미역국이 단연 최고였다.

버섯은 말렸을 때 향이 더 짙다. 공수해온 능이 일부는 말리고, 일부는 손질해서 데쳤다. 말린 능이는 필요할 때마다 불려서 사용하면 되고, 끓인 능이 국물은 식혀서 한 끼 먹을 분량씩 지퍼 팩에 담아 냉동한다. 능계탕, 능이칼국수, 전골 등 그 쓰임새가 다양하다. 능이는 육류와 같이 먹었을 때 더욱 좋다. 단백질분해 성분이 있단다. 민간요법에 버섯 우린 물은 소화제와 감기약 대용으로 사용했다. 능이는 다른 버섯보다 월등한 약성 효과를 가지고 있다.

능이칼국수를 끓였다. 능이 국물의 담백한 맛을 살리기 위해 가급적 향신 채소는 사용하지 않았다. 호박과 약간의 부추 정도만 넣으면 시원하고 깔끔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능이는 고향 산골의 맛이다. 아버지의 가랑잎 같은 미소가 담긴 음식이다.

 

Tip: 능이를 생식하면 미량의 독소가 있으나 가열하면 부작용이 없다. 반드시 익혀서 먹도록 한다.

 

노정희 요리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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