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일관성 없는 원전 정책에 주민 한숨만

원전 정책의 큰 흐름을 좌우하게 될 신고리 5'6호기 건설과 관련된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안 발표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이를 바라보는 영덕주민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못해 참담하다. 원전을 찬성했던 사람이건 반대했던 사람이건 마찬가지이다. 영덕이 원전 이슈에 발목이 잡힌 지 6년째인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영덕주민들의 의사나 피해를 묻는 사람도 관심을 가지는 사람도 없다.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오직 정부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

영덕군은 이른 바 탈원전 또는 신규 원전 백지화 이후 대응책 수립을 위해 정부에다 좀 더 '똑 부러진' 답을 구해보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기다려 보라. 당장 급한 신고리 5'6호기 이후에 이야기하자"는 것이다. 영덕군 한 관계자는 "여지를 남겨두는 듯한 산업통상자원부의 말을 들을수록 더 헷갈리다"고 토로했다.

정부의 모호한 행태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백운규 산자부 장관은 "신규 원전 6기(울진'영덕 등) 건설은 백지화하고, 2030년까지 설계수명이 도래하는 노후 원전 10기는 수명연장을 금지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한국수력원자력 이관섭 사장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산자부가 대선공약인 100대 국정과제 중 새로 건설하는 원전 6기 백지화 이야기를 국회에 보고했지만 한수원에 어떤 조치를 취하라는 공문을 받지는 못했다"고 했다.

주민들 사이에선 정권이 바뀌었다고 마음대로 원전을 백지화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크다. 애초 주민들이 원해서 영덕에 원전을 유치한 것도 아닌데 원전 건설 중단 역시 아무런 여론 수렴 없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영덕이 먼저 원해서 원전 건설을 추진됐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수년 전 영덕군 내부자료를 보면 지난 2010년 11월 한수원이 영덕군으로 신규 원전 건설부지 유치신청 요청을 한 것으로 돼 있다. 에너지 공기업인 한수원의 요청은 곧 정부의 뜻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갈수록 쇠락해가는 군세를 일으키기 위해 원전이 필요했던 영덕군은 정부의 최대 10조원짜리 대형 국책사업이라는 장밋빛 제안에 '차악'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영덕군이 군의회 동의를 거치기는 했지만 정부가 영덕군 전체의 의사를 물어보는 절차도 없었다.

영덕 원전은 물 건너간 것으로 보는 이가 많다. 그동안 원전에 초점을 맞춰 진행했던 영덕군의 도시계획 변경이 불가피하다. 원전 예정부지 소유주들의 재산권도 침해됐다. 이러한 기회비용이 인구 4만 명도 안 되는 영덕에만 전가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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