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치유정원은 “건강에 초점을 둔 특수 정원이다”

장병관 대구대 도시조경학부 교수

장병관 대구대 도시조경학부 교수 장병관 대구대 도시조경학부 교수

최근 산림청은 영주에 국립산림치유원을 건립하면서 숲 자원을 활용한 건강관리 전문교육과 치유 시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한 산림청 산하 녹색사업단은 사회적 약자 계층에 치유정원을 조성해 주면서 정서적 안정감 및 육체적 건강을 증진시키는 사업을 하고 있다.

필자는 15년 전 모 대학교 원예학과 교수분이 원예치료학 분야를 개척하면서 '치유정원론'이란 주제로 몇 시간 강의를 부탁한 적이 있어서 이를 계기로 치유정원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 당시 국내에는 두서너 군데 비슷한 성격의 치유정원이 있었으나 교과서적인 내용과는 거리가 멀었다.

치유정원은 마음과 몸의 병을 다스리는 데 있어서 직접적인 치료의 개념보다는 대체요법의 성격이 강한 간접 치료의 의미를 가진 정원이다. 요즘 눈에 급격하게 띄고 있는 병원 옥외 정원이 그 한 예이다. 병원 옥외 정원은 단순한 휴식 공간을 넘어 원예 활동과 다양한 체험을 통해 병이 나아지도록 돕는 간접적인 치료의 공간이다.

치유정원의 역사는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당시 궁정 의사는 왕과 귀족들이 정치적 일로 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면 "정원을 산책하십시오"라고 권유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후 치유정원은 중세 시대 수도원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발달하였다. 수도원 정원이라고 하면 어린 시절 본 미국 영화 '기적'이 떠오른다. 수녀와 군인 간의 금단의 사랑을 소재로 한 영화에서 부상병과 간호사의 관계로 만난 두 남녀 주인공이 사랑을 속삭이면서 거닐던 곳이 바로 수도원의 정원이었다. 남자 주인공은 건강이 빠르게 회복되어 예정보다 일찍 전쟁터로 떠나게 되는데 그들이 거닌 그 정원이 바로 치유정원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17~18세기, 서구는 그야말로 치유정원의 르네상스 시대였다. 폐결핵과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들이 지금의 코로나바이러스 환자처럼 대량 발생했지만 그 당시 의학이라고는 대체의학뿐이어서 신선한 공기와 태양광선이 내리쬐는 곳, 즉 음이온이 많은 해변가나 숲 근처 병원에서 요양하는 것이 치료의 전부였다. 그래서 환자들은 다양한 기능의 치유정원이 있는 병원 시설에서 생활하였다. 이후 첨단의학의 발달로 대체의학이 쇠퇴 일로를 걸으면서 특수목적 치유정원의 의미도 점점 옅어졌다.

오늘날 도시의 환경이 나빠지자 도시민들이 쾌적한 외부 공간으로 관심을 옮겨가면서 치유정원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치유정원은 건강에 초점을 둔 특수 정원이다. 일정한 양의 나무와 물이 흐르는 공간, 향기로운 허브와 약용식물 등으로 구성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치유정원이라고 하면 따뜻한 햇살 아래 데크에 편안히 누워 있거나, 휠체어를 탄 환자가 향기로운 식물에 코를 대고 있거나, 녹음수 아래 환자와 식구, 또는 의료진이 한가로이 휴식을 취하면서 담소하는 모습의 정원이 연상된다.

여기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장면이 하나 더 있다. 정원으로 나갈 수 없는 소녀가 병실 침대 옆 창문을 통해 치유정원에 펼쳐진 자연의 풍경을 보는 모습이다. 굳이 정원에 가지 않더라도 자연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쾌적해져서 치유의 효과를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치유정원이 필요한 곳이 어디 병원뿐일까? 우리들은 만성 스트레스에 더하여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협까지 받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래서 이전 시대 사람들보다 몸을 앉히고 마음을 내려 둘 치유정원이 더 필요하다. 굳이 거창한 시설이 아니어도 된다. 건강을 생각하는 작은 정원이 도시 곳곳에 만들어진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장병관 대구대 도시조경학부 교수

관련기사

AD

오피니언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