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에] 마음껏 투표하자

권은태 (사)대구콘텐츠 플랫폼 공동대표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지난 10일 오전 대구 수성구 범어동 수성구의회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지난 10일 오전 대구 수성구 범어동 수성구의회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권은태 (사)대구콘텐츠 플랫폼 공동대표 권은태 (사)대구콘텐츠 플랫폼 공동대표

서울 광진을이 뜨겁다. 종로도 관심사다. PK 지역 판세도 연일 뉴스거리고 강원과 충청 지역 또한 흥미진진하다. 그 밖의 다른 곳들도 만만치 않다. 마치 자신들 지역구에 이번 총선의 운명이 걸린 듯 접전을 벌이며 화제를 낳고 있다. 그런데 TK는 조용하다. 4년 전만 해도 지금과는 딴판이었다. 유승민이 자신의 정치적 가치를 입증할 수 있을지, 김부겸은 지역과 당색을 넘어 당선의 고지에 오르게 될지, 이른바 '진박'에 밀려난 흰색 점퍼들은 과연 얼마나 살아서 돌아올지, TK 지역은 전국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이번에는 별 게 없다. 우리의 대표를 뽑는 일인데도 예전처럼 설레지 않고 별 재미도 없다는 사람들만 늘어났을 뿐이다.

사실, 미래통합당이 대구경북 지역의 공천자를 발표하던 그날, 대구의 제21대 국회의원 선거판은 거의 파투가 나고 말았다. 듣도 보도 못한 '듣보잡'들이 난데없이 공천을 받았고 지역의 중진 현역은 너무나 간단히 다른 곳으로 지역구를 옮겨야 했다. 몇몇은 당을 위한 험지 출마라는 허울 아래 황망히 고향을 떠나야 했고 표밭을 갈고닦으며 공약 개발에 열중하던 지역의 예비후보들은 제대로 된 평가 한 번 받아보지 못한 채 싹이 잘려 나갔다.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던 대구 시민들은 기가 막혔다. 공천 발표 내용 중에 무엇 하나도 그럼직한 게 없었다. 하지만 황교안 대표는 이만큼 공천을 잘하기도 어렵다며 자화자찬을 했다. 공천을 진두지휘한 김형오 공관위원장도 마찬가지였다. 공관위에는 대구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들에게 대구는 장기판, 후보들은 졸처럼 보이는 듯했다. 결과적으로 동(洞)도 없고 구(區)도 없고 역사도 없는 도시처럼 취급당한 것과 별다를 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TK가 보수의 성지라는 찬사는 그야말로 말의 성찬일 뿐이었다.

지역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화난 목소리들이 터져 나왔고 지역 언론들은 마구잡이식 '막천', 특정 인물을 꽂아 넣기 위한 '사천', 기준도 없고 원칙도 없고 전횡만 있는 '기원전 공천'이라며 거듭거듭 비판했다. 지역 인사들 또한 'TK 지역과 지역민들을 이렇게 무시해 놓고도 또 표를 달라고 할 것이냐?'며 미래통합당을 질타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잘못된 공천은 우리가 원하는 만큼 바로잡히지 않았고 우리 또한 우리가 가진 유권자의 권리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러한 비판과 성토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된 TK 지역민들만 딱하게 되었다'는 식으로 대개 끝이 났다. 희한하게도 선거철에 유권자가 '을'이 된 것이다.

말할 것도 없이 유권자에겐 '선택할 권리'가 있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으며 그건 유권자에게 주어진 신성하고도 불가침한 절대적 권리다. 아무도 그것으로 유권자를 궁지에 몰아넣을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다분히 그 권리를 선택적, 제한적으로 사용해 왔다. 보수를 지키기 위해, 우국충정에 못 이겨 표만 주고 무시를 당해도 참고 30여 년째 GRDP(지역내총생산)가 꼴찌인 것도 참고 갈수록 살림이 쪼그라들어도 참았다. 좋은 것들을 서울에 빼앗기고 경기에 빼앗기고 부산에 빼앗기는 걸 보면서도 한 번도 지지 정당을 바꾸지 않았다.

이번 총선, 여든 야든 TK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한쪽은 어차피 찍어줄 테니 그렇고 다른 쪽은 어차피 안 찍어줄 거라서 그렇다고 한다. 계속해서 이러면 보통 버림받거나 무시당하게 된다. 지금까지 그만큼 했으면 되었다. TK 정치가 다양해진다고 해서 보수가 무너지는 것도 아니고 외연이 확장된다고 해서 진보가 망하는 것도 아니다. 나라가 망할 일은 더욱 아니다. 그러니 호락호락 보이지 말자. 현수막을 보면 다들 지역 발전을 위해 무엇무엇을 하겠다는데 왜 미래통합당의 것에는 대통령 타도와 좌파 척결밖에 없는지 물어보자. 우리를 위해 무엇을 할 건지, 생각하고 있는 대구경북의 청사진은 무엇인지도 들어보자. 이참에 포항 지진의 원인 규명과 피해 복구를 위해 누가 무엇을 했는지도 따져보자.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맞아서는 또 어느 정당 어떤 인물이 대구경북을 위해 얼마나 애를 썼는지 살펴보자. 대구의 사전투표율이 가장 낮다고 한다. 이럴 때일수록 더 투표해야 한다. 4월 15일, 이번에는 아무것도 말고 오직 나와 우리 지역을 위해 마음껏 투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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