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에] 지소미아 사태, 복기와 반성이 필요하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연장된 것과 관련해 의견을 밝히고 있다. 아베 총리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연장된 것과 관련해 의견을 밝히고 있다. 아베 총리는 "한국이 전략적 관점에서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노동일 경희대 교수 노동일 경희대 교수

국민과 국가의 안위 걸린 지소미아
조건부 종료 유예 결정 다행이지만
처음부터 양국 정부 대화 나섰다면
엄청난 사회적 비용 들지 않았을 것

일단 다행이다. 22일 자정 종료를 몇 시간 앞두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 연장이 결정되었다. 조건부 종료 유예지만 사실상 연장이다. 시중에는 지소미아 종료 시 후폭풍에 대한 별의별 시나리오가 돌아다니던 참이다. 그걸 감안할 때 다행스럽다는 말이 먼저 나온다. 미국의 금융 제재 등 현실화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상당수 국민들이 불안감 속에 사태를 주시하고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였다. 정치의 요체 중 하나가 국민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라면 이번 지소미아 소동은 명백한 정치 실패의 사례로 기록되어야 마땅하다. 미국의 전방위적 압력, 경제적 파장 등을 생각했을 때 사실 지소미아 종료는 생각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표면적인 강경 자세와 달리 정부 관계자들도 오래 물밑 노력을 기울였을 것이다. 아쉬운 점은 그 과정에서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들었다는 사실이다. 처음부터 냉정하고 객관적인 자세로 대처했다면 전혀 필요 없었던 비용이다.

새삼 이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정부·여당을 비난하거나 특정인의 책임을 추궁하자는 게 아니다. 사태의 전개 과정에서 어떤 단추들을 잘못 끼웠는지를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바둑처럼 복기를 해보자는 제안이다. "괴롭지만 복기를 해야 무엇을 잘했고 무엇을 잘못했는지 정확히 알고 넘어갈 수 있다." 현재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인 조훈현 국수가 한 말이다. 바둑 팬은 다 아는 얘기지만 그만큼 바둑에서는 복기가 중요하다. 이번 지소미아 사태도 우리 역사상 주요 사건으로 기록될 게 분명하다. 국민과 국가의 안위가 걸린 걸 생각하면 바둑과 비교할 수도 없는 엄중한 문제이다.

시작은 2018년 10월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었다. 한일협정으로 개인청구권이 소멸한 게 아니어서 일본 기업이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해 배상의무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이미 "일본 정부와 언론은 강한 반발을 예고하는 등 한일 관계에 미칠 파장이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었다. 일본의 반발에 대한 철저한 대책 마련이 필요했음을 알 수 있다.

일본 정부는 2019년 1월 9일 정부 간 협의를 요청해 왔다. 우리 정부가 답이 없자 일본은 5월 20일 제3국 위원을 포함한 중재위원회 개최를 다시 요청해 왔다.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른 분쟁 해결 절차였다. 우리 정부는 일본 측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일반 외교 채널을 통한 협의를 지속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사법부 판결에 관여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대항 조치 발동을 검토'하고 있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었지만 일본 정부의 요구에 우리 정부는 무대응으로 대응하고 있었다. 이어진 사태 전개는 다 아는 대로다.

사실상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셈이다. 이런 분석에는 "일본 편을 든다"는 비난이 따른다. 결과는 어떤가. 지소미아 종료 유예는 한일 양국이 문제 해결을 위해 진지하게 협상 노력을 기울인다는 전제하에 이루어진 것이다. 한일 '정부 간 협의'와 전혀 다르지 않은 결과이다. '1+1+알파' 등 판결에 대한 그 나름의 해결책도 논의되고 있다. 처음부터 양국 정부 간 대화에 나섰다면 기업들의 어려움은 물론 첨예한 국론 분열, 국민 편 가르기 등 엄청난 사회적 갈등은 겪지 않았어도 되는 일이었다. 사태가 마무리된 것도 아니다. 680여 개 시민사회단체 연대체는 "새로운 한일 관계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면서 "지소미아 연장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는 회견을 가졌다. 대법원 판결에 대한 해법 마련도 쉽지 않다.

한일 양국이 일단 사태를 봉합한 데는 미국이 두 나라 모두를 강하게 압박한 것이 주효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때 일본에 대한 미국의 중재를 요청하는 것은 '글로벌 호구'가 되는 일이라고 했다. 지소미아 종료 시한이 다가오자 우리 정부는 공개적으로 일본에 대한 미국의 중재를 요청했다. 주한미군 방위비 협상 등과 관련, 완전한 '갱신'(renewal)을 거론하는 미국 앞에서 글로벌 호구가 되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다시 한 번 조 국수의 말을 인용한다. "괴롭지만 복기를 해야 무엇을 잘했고 무엇을 잘못했는지 정확히 알고 넘어갈 수 있다." 지소미아 소동에 대한 복기는 그만큼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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