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한가위 우물 속의 달을 건지다

망월사 백련차문화원장

망월사 백련차문화원장 망월사 백련차문화원장

맑은 햇빛으로 물들며 가을을 날으고 있는 나뭇잎을 본다.

하늘 높이 솟아오르던 성장도 이제 조락의 계절을 맞이한다.
지난여름 용광로같이 뜨거운 더위에 인생도 성장했으리라. 우리의 어제오늘이 기억 속에 보석처럼 묻혀야 한다. 이제 서로가 지니고 있는 미움과 갈등은 접고 다시 순수로 돌아가야 한다. 흔들리는 종소리에 무릎을 꿇고 잃어버리려고 하는 자아를 찾는다.

어젯밤 달이 여섯 개 뜬다는 망월 누각에서 둥글어지는 달을 바라보며 기쁨이 묻어났다. 달의 모습이 초승에서 순환하는 것처럼 인생도 살아 있는 것 자체가 감사하고, 다시 돌아온 것이 더욱 고맙다.

고려 문신 이규보는 영정중월(詠井中月)에서 외친다.
산에 사는 스님이 달빛을 탐내어 山僧貪月色(산승탐월색)
병 속에 물과 달을 함께 길었네 幷汲一甁中(병급일병중)
절에 돌아와 비로소 깨달았으리 到寺方應覺(도사방응각)
병을 기울이면 달도 따라 비게 되는 것을 甁傾月亦空(병경월역공)

물을 길으러 갔다가 때마침 우물에 둥근 달이 떠 있는 것을 보고 그걸 함께 길어 담는다. 길어 온 샘물을 끓이려고 다관에 물병을 기울이니 길어 온 달은 어디로 새어 나가고 없다. 달빛이 비치지 않는 곳이니 애써 항아리에 담아 온 달이 그만 자취를 감추고 만 것이다.

우물에 비친 달빛은 현상이고 하늘에 뜬 달은 진짜이다. 물에 비친 달이 탐나서 가져왔으나 물을 따르고 난 다음에 없어지는 것을 보고 비로소 자신이 보았던 현상이 인연 따라서 오가는 공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나 실망하지 않는다. 하늘의 달은 언제나 변함없이 떠 있다.

비록 물을 붓고 나면 다 없어질 달빛이지만 모양 없는 그 달빛을 길어 삶의 항아리에 부어 보고 싶다. 손에 넣은 듯하면 빠져 달아나는 인간의 삶이 그러해서 혼자 빙긋이 웃는다. 강물이 아무리 흘러도 산그늘은 떠내려가지 않고 호수 위에 밤새 앉아 있어도 달은 물에 빠지지 않는다. 노자는 물의 덕을 찬양하며 "가장 높은 도는 물과 같다"고 했다.

소동파는 적벽부에서 "천지지간(天地之間)의 모든 사물에는 주인이 있으니 진실로 나의 소유물이 아니거든 비록 터럭 하나라도 취하지 말라. 오직 강 위의 맑은 바람과 산 위의 밝은 달은 귀가 들으면 소리가 되고 눈이 만나면 아름다운 경치가 되니 그것을 취하는 데 허물이 없다. 그것을 아무리 써도 없어지지 않는다. 이야말로 만물을 창조한 자의 다함없는 보고이며 나와 그대가 함께 즐겨도 끝이 없는 것이다"라고 했다.

수유 같은 세월에 자연은 언제나 무언의 위안과 평화를 준다. 인간의 소유나 삶이 물병 속의 달과 같다 일깨우고 소동파는 자연의 무한한 은혜를 전한다. 한없는 자연에 감사하고 더 단순하고, 더 순수하고, 더 온화하고, 더 친절해지자.

대낮에도 등불을 들고 다녔던 옛 그리스의 철인 디오게네스의 통에 견준다면 현재 우리의 소유와 사는 환경은 궁궐이다. 소유하는 것이 많을수록 행복한 삶이고 없는 것은 부끄러운 일일까?

구름에서 벗어난 달처럼 진리를 알면 삶은 무한한 축복이 된다.

하늘에 뜬 둥근 달을 바라보며 가족과 함께 축복 가득한 추석이 되기를 기도한다.

망월사 백련차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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