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교수인 것이 부끄럽습니다

여상도 경북대 화학공학과 교수

여상도 경북대 교수 여상도 경북대 교수

며칠 전 나는 대형 TV가 설치된 시내의 한 광장에서 지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대학교수인 어느 장관 후보에 대한 뉴스를 보면서 서로 쑥덕거렸다. 나도 그것을 보고 있었기에 기다리던 지인이 멀리서 다가오는데도 미처 알아보지 못했다. 그 지인은 날 향해 '교수님'이라고 크게 불렀고, 주변 사람들은 동시에 고개를 돌려 모두 나를 쳐다봤다. 그 순간 나는 웬일인지 교수라고 불리는 나 자신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어 잠시 고개를 숙여버렸다.

나는 일평생 스스로 떳떳하게 생각하던 교수라는 내 직업이 이렇게 힘없이 느껴질 때가 있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교수의 논문이 고교생의 대입 준비물로 전락하고, 교수의 연구실이 어린 학생의 현장실습장으로 둔갑해 버리는 모습을 이 땅의 교수들은 지금 어떤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영어로 교수는 professor이며 논문은 thesis이다. 즉 교수는 고백하는 사람, 논문은 가설이란 의미를 갖고 있다.

교수가 수행하는 연구의 결과물은 새로운 사항들이 많기 때문에 감히 완벽한 사실이라고 주장하기 보다는 이럴 것이라고 사료된다는 식으로 타인에게 공개하는 것이다. 이런 출판물을 가설, 즉 논문이라 부른다. 이러한 교수의 논문은 시간이 가면서 대중에게 회자되고 검증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리고 그 가설이 진실로 되기도 하고 가설로만 남기도 한다. 교수의 논문에는 진실, 시행착오, 오류 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으며, 시행착오와 오류가 무엇인지는 그 논문을 쓴 교수는 이미 짐작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교수는 늘 부끄러움을 한 몸에 지니고 사는 사람들이다. 교수는 행여나 자기가 고백한 것들이 오류로 판명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를 짊어지고 산다. 교수가 발표하는 논문은 자신의 피부에 새겨진 아물지 않은 상처와 같고, 행여나 이 상처를 누군가 건드리기도 한다면 아픈 곳을 때리는 일이 되기 때문에 사람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교수가 논문의 표절, 부정 등의 논란에 휩싸이게 된다면, 그 사람이 겪는 상실감은 그 누구보다 커진다.

하지만 이러한 교수의 논문이 사회적 애물로 전락해 버렸다. 저자의 자격은 고사하고라도, 대학에서 생산되는 논문이라는 것의 기능과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혼돈마저 온다.

지금 TV에 나오는 한 사람의 장관 후보자를 가장 원망하는 사람은 수험생과 그 부모들일 것이다. 또한 그에 못지않게 분노하는 사람은 자신의 연구결과를 논문을 통해 어렵게 발표한 다음, 그 논문에 대해 숙고하고 검증을 거듭하는 교수들일 것이다. 교수에게 권력이 주어지면 그 순간 교수로서의 기능은 종료된다. 지적 부끄러움을 안고 살아야 하는 교수에게 권력이 주어지면, 그 부끄러움은 당연히 만용으로 돌변하게 된다.

어느 일간지에서 '교수 카르텔'이라는 말도 했다. 대학입시에 목을 매는 우리나라에서 대학을 이끌어가는 교수들마저 지탄의 대상이 된다면 이 사회가 도대체 어떻게 될 것인가. 정말이지 참담한 심정이다. 지적 부끄러움과 세속적 부끄러움을 동시에 느껴야 하는 요즘의 교수들은 약간의 우울한 감정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여상도 경북대 교수(화학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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