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하양무학로교회가 보여준 어우러짐

김은총 미국 에모리대학 신학대학원 입학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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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생으로서 미국 유학을 준비하며 지원 에세이에 가장 많이 사용했던 단어가 'Pluralism'이다. 미국 신학교의 주된 연구 주제 중 하나인 Pluralism, 즉 종교 다원주의라는 말을 듣고 그에 대한 나의 지식과 관심을 피력하기 위해 '타 종교에 대한 개방성' '수용적 태도' 따위의 말들로 에세이를 구성했다. 그러나 종교 다원주의를 이야기하면서도 그것을 실제로 상상해 보거나 경험해 본 적은 없었다.

지난달 26일 하양무학로교회 성전 봉헌 감사예배에서 여러 종교의 공존을 조금이나마 그려볼 수 있었다. 스님과 신부와 수녀, 지역 유림계 원로 등 다양한 종교인들이 한데 모여 개신교식의 예배를 드렸다. 예배에 함께하는 이들의 표정에서 어색함과 불편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종교 화합을 선전하기 위한 의례적인 '참석'이 아닌, 모두가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어우러지는 모습이었다.

이러한 '어우러짐'에는 새롭게 건축된 교회 건물의 역할이 컸다. 승효상 '대한민국 대표 건축가'의 설계로 지은 새로운 교회는 시골 마을의 풍경에 자연스레 녹아드는 모습이었다. 교회를 나타내는 두드러진 상징물이 없기에 다른 종교인들이 그 공간에 있어도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승효상 건축가는 설계 의도를 설명하며 "지극히 검박하고 단순할수록 교회 본질에 다가간다"고 말했다. 모두가 화합하는 자리를 만들고자 하는 목회자의 의도와 단순성을 추구하는 건축가의 철학이 제대로 들어맞은 것이다.

하양무학로교회는 역설적으로 최근 우리 사회에 어우러짐의 풍경이 부족했음을 보여준다. 그동안 보지 못했기에, 이날 예배에서 마주한 풍경이 너무나 생경하면서도 참석한 사람들의 마음에 새로운 감동을 주었다.

비단 종교계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나와 타인을 구별 짓는다. 다른 종교라는 이유로 배척하고, 취향, 경제력, 지식 수준 등 무수히 많은 기준으로 나와 타인 사이의 경계를 세우고 있다. 이렇게 구별 짓는 시간 동안 보이지 않는 계급이 생겨나기도 하고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점차 사라졌다.

어우러지면 정체성이 사라질까 두려워한다. 기독교인은 불교인과 만나면 기독교 신앙을 잃을까 걱정한다. 물론 그럴듯한 두려움이다. 특히 종교 간에는 분명 구분이 있다. 각자가 믿는 신도, 추구하는 진리도 다르다.

하지만 지금껏 각자의 정체성을 사수하고자 노력해 왔으니, 조금 어우러질 필요도 있지 않을까. 불교이건 기독교이건 유교이건 구애받지 않고 서로를 존중하고 수용하는 경험이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 이 경험이 함께하는 가운데 각자의 정체성을 구축하는 길을 찾기 위한 하나의 단계가 될 것이다.

하양무학로교회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하면서도 편안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날의 이미지는 앞으로 있을 긴 유학생활 동안에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다원주의라는 미국의 흐름에 주체성이 결여된 채로 바삐 쫓기기보다, 그날의 구체적인 풍경을 떠올리며 한국 사회의 미래를 고민하고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그냥 한자리에 모여 모두가 편할 수 있는 것, 거기서 사회 통합과 화합이라는 거창한 목표가 실현된다. 하양무학로교회가 보여준 어우러짐의 풍경이 종교의 영역을 넘어 사회로 확장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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