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연어는 그냥 돌아오지 않는다

전상헌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정책협력관

전상헌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정책협력관 전상헌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정책협력관

먼바다로 나갔다가 태어난 강으로 돌아오는 연어의 귀소 여정은 가히 감동적이다. 가수 강산에가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이라는 노래에서 "도무지 알 수 없는 그들만의 신비한 이유"라고 표현했지만, 실제로는 산란, 즉 종의 생존을 이어가기 위한 몸부림의 과정이다. 그런데 최근 연어 회귀율이 급감하고 있다고 한다. 산란에 적합한 환경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어 회귀는 정부의 지역 인재 육성 정책이나 청년 일자리, 인구 늘리기 프로젝트에 곧잘 비유된다. 지역에서 태어나 수도권으로 떠나더라도, 학업을 마친 뒤에는 고향으로 돌아와 그간 배우고 경험한 역량을 발휘해 주기를 바라는 지방정부의 열망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학업을 마치더라도, 가능하면 고향에 다시 내려오지 않고 수도권에서 취직하고 가정을 꾸리며 살고자 한다. 여기서도 생태계의 교란이 생긴 것이 분명해 보인다.

대한민국 인구의 49.8%, 1천 대 기업 본사의 75%가 수도권에 밀집되어 있다. 신용카드 전체 사용의 80%와 신규 고용의 65%가 이곳에서 이뤄진다. 전통 제조업은 후발 개도국에 비해 경쟁력을 잃으면서 지역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연어가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농·식품 분야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네덜란드 바헤닝언(Wageningen) 푸드밸리는 인구 4만 명의 작은 도시다. 이곳에서 바헤닝언대학교를 중심으로 한 스타트업부터 글로벌 기업인 하인즈, 하이네켄까지 1천400개 식품기업, 20개 연구소, 70개 과학기업이 클러스터를 구축, 66조원의 연 매출을 올리고 있다.

호주 애들레이드(Adelaide)시는 2008년 일본 미쓰비시 완성차 공장이 떠난 부지에 연구와 생산, 주거와 교육이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시는 플린더스대학과 지멘스, 테슬라 등 세계적 기업 그리고 자율주행, 에너지 등 스타트업들을 유치하여 버려진 자동차 공장을 미래형 도시로 변모시키고 있다.

경탄에 그칠 것이 아니라 이들의 전략을 살펴야 한다.

결국 대한민국 역시 지방정부 중심으로 신산업의 씨앗을 발굴하고 키워나갈 수 있는 지식 생태계와 벤처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지역대학과 연구기관, 테크노파크 등 지역의 고급 두뇌들이 지역의 잠재력과 특성을 분석해 미래 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지식을 생산해야 한다. 지방정부는 신산업과 관련된 제도와 재정지원 체계를 정비해 지역기업의 성장을 지원해야 한다.

정부는 국민들이 태어나고 자란 곳에 양질의 교육과 일자리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시대상을 반영한 현실감 있는 국가 균형 발전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쳐 나가야 한다. 지방정부는 기업, 대학, 연구소 등 지역혁신 주체들과 새로운 기술과 신산업이 만들어질 기회를 포착하고 이를 정착시키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연어는 고향으로 그냥 돌아오지 않는다. 지역 활력도 그냥 이루어지지 않는다. 생태계의 복원을 위한 혁신에 모든 주체들이 함께 노력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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