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아리랑과 대금

 손상호 경북대 교수·시인

손상호 경북대 교수·시인 손상호 경북대 교수·시인

아리랑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말하기는 매우 어려우나 우리 민족의 애환을 나타내는 민요라는 데는 별반 이견이 없을 것이다. '명사십리가 아니라면은 해당화는 왜 피며, 모춘삼월이 아니라면은 두견새는 왜 울어' 정선 아리랑의 이 가락처럼 원한과 아픔을 풀이하는 푸념이 있는가 하면,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날 좀 보소' 밀양아리랑처럼 애틋한 감정을 자연스럽게 토로하는 서정시 같은 가락도 있다.

대금은 저 또는 젓대라고도 하며 악기를 가로로 비껴들고 한쪽 끝부분에 있는 취구에 입술을 대고 입김을 불어넣어 소리를 내는 가로로 부는 대표적인 목관악기다. 대금은 중금·소금과 함께 신라 삼죽이라 부르며, '대금을 불면 적군이 물러나고, 병이 낫고, 가뭄에는 비가 오고, 장마가 걷히며, 바람과 파도가 잔잔해진다'고 삼국사기에 적혀있다.

추석특집으로 방송에서 '아리랑 대공연'을 내보낸 적이 있었다. 평소에 아리랑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밤이 좀 늦었지만 끝까지 시청을 하였다. 아리랑 가사와 곡에 서려있는 느낌을 '한'이라고 한마디로 나타내기도 하지만 그 이상이 아닌가 한다. 아리랑은 언어로 나타낼 수 없는 느낌을 갖게 하는 신비한 노래다. 아리랑은 노래의 종류도 다양하지만 이것을 표현하는 춤사위도 그에 못지않다. 이날 내가 놀란 점은 아, 글쎄 피아노를 비롯하여 현악기, 관악기를 총동원하여 수 십 명의 관현악단이 연주한 아리랑 곡보다는 한 대금연주가가 대금으로 풀어내는 아리랑의 곡이 더욱 짠하게 가슴을 파고들어 헤집어놓더라는 말이다. 아마도 방송국 홀에 꽉 들어찬 수 천 명의 관객들도 나와 비슷한 감정을 경험했을 것이다.(TV화면에 비친 모습도 다들 그렇게 보였다.) 내가 관현악을 폄하하려는 것은 절대 아니다.(바흐의 곡을 대금 하나로 다 보일 수는 없다.)

노래에 얽혀 있는 정서를 나타내는 게 악기라면 그 노래에 가장 어울리는 악기가 있지 않을까. 아리랑은 수많은 금빛 찬란한 서양악기보다 한 개의 순박한 우리 악기만이 그려낼 수 있는 아주 특별한 노래였다. 어떻게 여섯 개의 구멍뿐인 대나무 막대(대금)에서 그토록 슬프고 아름답게 모습을 드러내는지, 우리의 노래는 우리의 악기만 부를 수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내가 들은 아리랑은 그런 노래였다. 아리랑, 우리는 얼마나 아름다운 노래를 가졌는가. 대금, 우리는 얼마나 맛깔스런 멋을 부리는 악기를 가졌는가. 아리랑과 대금, 말만 들어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행복해진다. 손상호 경북대 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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