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오디션 준비

김동훈 연극배우

김동훈 연극 배우 김동훈 연극 배우

스스로를 향해 '자기소개'를 해본 적이 있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소개를 이름과 나이, 학력 등 흔한 형태로 연상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실체적 사실이 아닌 진정으로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 거침없이 설명할 수 있는가?

연기자의 숙명이라 할 수 있는 오디션 현장에서 '자기소개'는 빠지지 않는다. 특히 우열을 가리기 힘든 경력과 유사한 외형을 지닌 배우들의 치열한 경쟁은 자연스레 '자기소개'에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배우들이 준비해 온 연기만으로는 그들의 실력이 쉽게 과소평가되거나 과대평가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기소개를 통해 응시자가 지닌 배우로서의 자세와 가치관, 언어적 습관을 포착하여 오디션 합격 당락을 좌우지한다. 이는 비단 오디션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회사 면접에서도 자기소개를 통해 지원자가 가지고 있는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전달해야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

'진짜 나'를 누군가에게 말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자신에 대해 질문을 해봐야 한다. 흔히 말하는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이 일을 하려고 하는가?' '나는 무엇을 좋아하거나 싫어하는가?' 와 같은 자기 정체성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진정한 나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우리는 니체의 사유에서 진정한 '나'를 찾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현대 철학의 포문을 연 니체는 낙타와 사자 그리고 어린아이의 비유를 통해 인간을 조망한다. 낙타는 기존의 관념과 제도에 순응하며 자신의 소리를 내지 못하는 인간이고, 사자는 자신을 구속하고 있는 규범과 제도를 벗어나 자유의지를 가지고자 하는 인물을 말한다. 어린아이는 낙타와 사자를 넘어선 모든 것을 초월하여 삶 자체를 놀이로 받아들이는 절대적인 자유로움을 지닌 인간을 일컫는다. 이렇듯 니체는 세 단계의 변화를 통해 인간이 자아를 형성해 가는 과정과 정체성에 대해 서술한다. 그렇다면 '나'는 과연 어느 단계에 존재하고 있는가.

오늘날 우리는 사회에 얽힌 많은 규범과 제도 속에 순응하며 살고 있다. 이로 인해 스스로를 탐구하며 고민하던 어린 날의 나를 잃어가고, 수동적이고 기계적으로 사는 껍데기의 '나'만 남아 있다. 예술가가 기존의 관습과 제도에 지나치게 얽매인다면 과연 자유로운 인간이라 할 수 있을까? 나를 잃어버린 상태에서 어떤 창조적 활동을 할 수 있는가. 자신에게 끊임없는 질문과 의문을 가지는 것은 결국 자유로운 인간이 되기 위한 길이다.

연기 오디션을 준비하거나 시험의 합격을 위한 면접, 단체모임 등 여러 자기소개의 기회에 니체의 사유를 되짚어보며 스스로를 향해 질문해보자. 오늘날 우리를 속박하는 많은 관습과 제도에서 벗어나 어린아이로 돌아가고자 한다면 보다 자유로운 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김동훈 연극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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