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창] 미국과 쿠바의 화해 무드는 끝났는가

헬름스-버튼법 3조 발동 유예 중단
쿠바 정부에 미국 달러 유입 길 막아
중국 입김 약화시키고 영향력 회복
美 對중남미 압박 전략 역효과 우려

임수진 대구가톨릭대 스페인어중남미학과 교수 임수진 대구가톨릭대 스페인어중남미학과 교수

미국 정부는 지난 17일 '헬름스-버튼법' 제3조에 대한 효력 발동 유예 조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헬름스-버튼법은 쿠바 정권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기 위해 1996년 제정된 법으로 정식 명칭은 '쿠바의 자유와 민주화를 위한 법'이다. 그중 제3조는 다른 외국인이 몰수된 재산을 취득하거나 그 재산을 이용해 이득을 얻을 경우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환수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이 법의 핵심 조항이다.

1959년 쿠바혁명 이후 쿠바 정부가 미국인들을 추방하면서 쿠바 내 재산을 몰수했는데, 내달 2일 이 조항이 효력을 발휘하면 미국인들은 쿠바가 국유화한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낼 수 있게 된다. 그동안 미국은 이 법을 제정하고도 쿠바 투자가 가장 많은 유럽과 캐나다 등 동맹국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6개월 단위로 효력 발동을 유예해 왔다.

중남미 정책을 총괄하는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이날 발표에서 미국 내 쿠바인들이 쿠바의 가족들에게 보내는 송금액을 제한하고, 가족 방문을 제외한 미국인들의 쿠바 여행을 금지한다고도 밝혔다. 이는 여행업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쿠바 정부에 미국 달러가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목적에서다. 해외 거주 쿠바인들의 송금과 관광 수입이 쿠바 경제를 지탱하는 두 축이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먼로주의는 살아있다"며 사회주의 국가인 쿠바와 베네수엘라, 니카라과 3개국을 '폭정의 트로이카'로 규정하고 강도 높은 제재를 쏟아냈다. 먼로주의는 제임스 먼로 미국 대통령이 1823년에 주창한 것으로 미주 대륙에 대한 유럽의 간섭을 거부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실제로 멕시코와의 전쟁, 중남미 공산화를 막기 위한 민주정권 붕괴 공작과 군사독재정부 지원, 파나마 침공 등 오랫동안 미국의 중남미 국가에 대한 개입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활용되었고, 이렇게 중남미는 미국의 뒷마당이 되었다.

그러다 9·11 테러 이후 중남미는 미국 대외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멀어졌고, 트럼프 정부 역시 국내 문제에 집중해왔다. 그러나 쿠바의 베네수엘라 지원, 베네수엘라를 둘러싼 러시아·중국과의 갈등, 중남미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 개입 가능성과 같은 미국의 중남미 안보 개입을 불러왔다.

이날 존 볼턴 보좌관이 발언한 곳은 피그스만 침공 58주년 기념식장에서였다. 피그스만 침공은 쿠바 혁명정부를 전복시켜 다른 중남미 국가로 공산주의가 확산되는 것을 막을 목적으로 케네디 정부가 계획한 일이었지만 실패하였고, 후에 쿠바 미사일 위기의 원인이 된 사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에서 쿠바와의 데탕트 종식을 선언하고, 먼로 독트린과 폭정의 트로이카를 언급한 것은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부를 지지하는 쿠바에 대한 경고를 넘어 이제 다시 중남미에 개입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주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중남미에 대한 영향력을 회복하려는 의도인 것이다.

이에 맞서 유럽연합(EU)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미국 소송에 대한 맞소송 등의 방식으로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쿠바 정부도 헬름스-버튼법이 국제법에 위반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미국의 쿠바 재식민지화 의도가 분명하다는 내용의 강한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과거 미국의 금수 조치와 동맹국의 붕괴 등에도 쿠바는 살아남았다. 오히려 먼로주의 이후 미국의 지나친 내정간섭이 중남미 국가들의 반미주의를 확산시켰다. 미국의 대중남미 압박 전략이 중남미 국가들 간의 혼란만 가중시켜 역효과를 낼 수도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대구가톨릭대 스페인어중남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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