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위도일손(爲道日損)

손상호 경북대 교수·시인

손상호 경북대 교수·시인 손상호 경북대 교수·시인

노자의 도덕경 48장에 이런 말이 나온다. '爲學日益, 爲道日損. 損之又損, 以至於無爲. 無爲而無不爲. 取天下常以無事, 及其有事, 不足以取天下'(위학일익, 위도일손. 손지우손, 이지어무위, 무위이무불위. 취천하상이무사, 급기유사, 부족이취천하). 원문에 충실해서 번역하면 이렇다 한다. '배움이라 함은 나날이 더하는 것이고 도라 함은 날마다 던다는 것이다. 덜어내고 또 덜어내면 무위에 이르게 된다. 무위란 하지 못하는 것(불위)이 없다. 천하를 얻으려 한다면 아무 일도 없어야 한다. 일이 있으면 그것 때문에 천하를 얻을 수 없다.' 노자의 무위란 개념은 도에 이르는 방법이긴 해도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개념이다. 그래서 문장 전체의 뜻은 접어두고 맨 앞의 두 문장, 爲學日益, 爲道日損에만 국한해서 살펴보고 이 두 문장에서 삶의 지혜를 배우고자 한다.

우리는 삶의 경쟁 속에서 어린 시절부터 중년이 될 때까지 줄곧 '爲學日益'의 세상에서 힘들게 살아왔다. 국어, 영어, 수학뿐만 아니라 역사, 경제, 과학, 컴퓨터 등 지식과 정보로 머리가 꽉 찰 정도로 지식인이 되어야했다. 그래서 성공은 할 수 있을지언정 마음의 평화가 있었을까? 영혼은 지식의 수레바퀴 밑에 깔려 날마다 신음하지 않았을까? 나도 그렇게 살아왔으므로 나의 이 질문이 우문일 수도 있고 자가당착일 수도 있다.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드니 저절로 지식보다는 마음에 관심이 가게 되었다. 마음의 평화를 위해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말 중에 하나가 '爲道日損'이 아닐까 한다. 경쟁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젊은 날에는 실천이 쉽지 않았던 말이지만 나이가 들면 몸도 마음도 괴롭게 되어 실천해야할 덕목으로 자리 잡게 되는 말이 '爲道日損'일 것이다.

머릿속에 들어있는 것을 하루에 하나씩만 덜어내자. 집안에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하루에 하나씩만 버리면 금세 집안이 말쑥해지듯 머릿속의 잡다한 지식이나 상념 쪼가리를 하루에 하나씩만 내던져 버리자. 불가의 8가지 고통인 팔고에는 '오음성고(혹은 오온성고)'가 들어있다. 내 존재(몸과 마음)를 구성하는 지표인 오온(色⋅受⋅想⋅行⋅識) 즉, 몸의 감각, 느낌, 생각, 의욕, 인식이 너무 발달하면 오히려 고통스럽다고 했다. 그래서 아마도 성철스님이 '나돌아 다니지 말고 책 읽는 일을 삼가라'고 일갈했다고 본다. 세상을 너무 알려고 하고 그것도 머리로 살피면 결코 평화를 얻지 못한다. 자신을 돌아보면서 머리를 비우고 마음으로 세상을 보면 좀 더 편해지는 세상이 될 것이다. 머리로 하는 배움(學)은 더하는 것이지만 마음으로 구하는 도(道)는 더는 것이다. 손상호 경북대 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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