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젊은 무용수의 동전 파스

김윤정 대구예총 편집장 김윤정 대구예총 편집장

필자가 근무하는 공간과 같은 층에는 대구시립무용단 연습실이 있다. 연습시간 동안에는 문틈 새 나오는 아름다운 음악이 덤으로 주어지는 꽤 괜찮은 사무환경이다. 가끔, 무용단원들과 함께 쓰는 여자 화장실 휴지통에는 한국인이 싹쓸이 해온다는 일본의 동전 모양 파스들이 버려져 있곤 한다. 20, 30대의 젊은 무용수일텐데 벌써부터 근육통에 시달리나 싶어 안쓰러웠다.

공연을 볼 때는 몸으로 그려내는 언어들에 취해 무용수들의 신체적 고통은 미처 헤아리지 못했다. 전방의 무대는 언제나 예술의 고고함만을 전달해 주었다. 무용수들의 몸은 패딩 속 깃털보다 가벼운 듯 펄펄 날아다녔다. 작품에 흡수되는 동안 무용수들이 겪어야 하는 관절들의 통증이 오죽했을까.

정하해 시인은 '뼈를 고아내듯 시에 내 전부를 집어넣고 달이는 그 혹독한 날 밤을 숱하게'라며 창작의 어려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어떤 일이든 성과에는 노력과 인내가 따르겠지만 특히나 예술 분야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무너트리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일이기에 더한 것 같다. 가보지 않은 길을 걷는, 창작의 고통은 비록 예술가가 아니어도 짐작이 된다.

예술 분야만큼은 인공지능에 점령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굳은 믿음도 잠시, AI예술가가 속속 등장했다. 유명화가의 화풍을 따라하는 AI 화가가 나타나고 작곡하는 컴퓨터도 있다.지난 해에는 인공지능이 그린 초상화가 뉴욕에서 열린 크리스티의 경매에 출품되어 5억여원에 낙찰되었다고 한다. 기술인지 예술인지 모호한 AI 예술작품은 계속 업그레이드되면서 예술가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물이 보고 듣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할지는 의문이다. 가슴을 뒤흔드는 '예술'에는 모름지기 예술가의 스토리와 피 땀 눈물이 녹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오랜 반복의 시간으로 발목 인대가 늘어나고 허리가 끊어지는 인고와 노력에 대한 대가는 미비하다. 2012년 예술인복지법이 시행되어 7년이 지났다. 시립예술단처럼 매월 급여라도 받는 경우는 덜하지만 아직도 창작 환경들은 불안정하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밴드를 접고 그림붓을 내려놓는 상황이 낯설지 않다.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 시를 쓰는 것만으로는 생계를 이어 가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직업예술인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제도적 시스템 보완은 여전히 문화예술지원의 주요 과제가 될 것이다.

그나마 녹록치 않은 환경에서도 고군분투하는 적잖은 예술인들이 대구에 거주하고 있음에 안도한다. 이들을 향한 따스한 시선이 혹독한 담금질을 반복하는 예술인들에게는 고통을 식혀 줄 파스가 되어주리라 믿는다. 김윤정 대구예총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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