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재능의 위험

김계희 그림책 화가

김계희 서양 화가 김계희 서양 화가

나는 재능이라는 것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 선천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도 재능을 향상하기 위해 끈질긴 노력을 경주하지 않는다면 그 재능은 있으나 마나 한 공허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똑똑한 머리 혹은 선천적인 재능은 본인의 노력 없이 저절로 타고난 부분이다. 그런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감각이 탁월해 한 번 본 것을 빨리 외우고, 쉽게 모방하며, 처음 접하는 분야라도 조금만 연습하면 실력이 빠르게 향상된다. 하지만 이러한 재능이 내포한 가장 큰 위험성은, 노력하지 않아도 늘 좋은 결과가 오기 때문에 노력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노력이라는 경험을 일찍부터 훈련하지 못한 아이는 재능에 버금가는 성과물을 내지 못하기 쉽고, 그 재능으로 인해 오히려 불행한 삶을 사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수월히 할 수 있는 분야에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지 않기 때문에, 힘든 공부도 끈질기게 하지 않을 것이고, 낮은 성적을 받을 것이고 그러므로 원하는 학교에 진학하지 못할 것이고, 결국 그 재능의 기대치보다 훨씬 낮은 현실에서의 성취가 그를 불행으로 내몰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미술에 재능이 있는 아이들을 만날 때, 나는 그들의 재능에 주목하지만 그 재능은 그 이상의 노력이 수반될 때에만 확대되고 지킬 수 있는 것이기에, 나는 노력, 집요함, 끈질긴 태도를 재능에 포함하고, 그것을 훈련하려 노력한다. 재능을 가진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것에 버금가는 집요한 노력을 수행하지 않아서 자신이 성취할 수 있는 최고의 지점에 이르지 못하고 좌절하는 경우를 수없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재능'이라는 말 속에는 이미 자신이 가야 할 길이 있다. 자신이 어떤 길을 갈 때 가장 행복할 수 있는지를 이미 알고 태어난 사람은 그 길로 가지 못하면 불행해진다. 재능이란 자신의 삶에 대한 열망이며, 그 열망은 살아가는 동안 열렬한 노력을 경주하지 못하는 자신과 계속 충돌할 싸움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부모는 그런 아이들이 그들의 열망대로 살 수 있도록 준비해주고 자신을 극복하는 노력의 습관을 만들어 주기 위해 애써야 할 것이다.

오래 전, 백건우 씨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다 연주하겠다는 목표를 정하고, 정진한 후 개최한 공연에서 악보 없이 몇 시간 동안 피아노를 연주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경외심을 느꼈던 적이 있다. 그의 연주에 감동을 받았던 이유는 단순히 그의 피아노 연주가 훌륭했기 때문이 아니라, 한 인간의 성취에 대한 존경심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굳이 악보를 보지 않고 연주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고, 전곡을 다 연습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지만, 그의 그러한 도전은 나에게 천재와 무능의 경계를 다시금 상기시켜 준 계기가 되었다.

성취를 위한 노력이 습관을 만들고 자신의 한계치를 넘어서게 하고, 결국 인생을 변화시킨다. 성공의 기준은 어디까지 올라갔느냐가 아니라 "자신의 출발점으로부터 얼마만큼 올라갔느냐" 일 것이다. 최선을 다한 경험이 몸에 각인된다면 그 사람은 언젠가는 자신에게 감동을 주는 최고의 자리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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