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동행을 위한 마음 나누기, 배려 

 손상호 경북대 교수

손상호 경북대 교수·시인 손상호 경북대 교수·시인

이틀에 한 번씩 가는 교내 수영장에서 역시나 이틀에 한 번씩 와서 자주 만나는 70대 노인, 평생교육원 서예반 학생이기도 한 그 노인, 오늘도 사우나실에서 만났더니 또 옥상 텃밭 자랑이다.

본인의 집 이층옥상에서 가꾸고 있는 대추와 배, 포도, 부추, 그리고 작은 비닐하우스에서 키우는 방울토마토 등에 대해서 하나하나 자세하게 설명한다. 고추는 벌써 몇 근을 땄고, 고구마도 작년에는 두 포대나 캤고, 부추는 베어 이웃에게 나눠주기도 했단다. 지나가는 뭇 사람들이 발길을 멈추고 이층에서 일층으로 늘어진 덩굴에 달린 호박이나 가을에 붉게 익은 감을 보며 감탄하기까지 한다는 옥상 텃밭 자랑, 흥이 나면 옥상 텃밭을 만들었을 때의 피땀 어렸던 일을 승전보 알리듯 들려준다. 배자못(지금의 복현 오거리 주변에 있었던 큰 연못)에서 퍼 와서 백 번도 더 등짐을 지고 이층까지 올린 흙이란다.(이 무용담은 벌써 몇 번이나 들었다.) 나는 노인의 위업(?)에 고개를 끄덕이며 장단을 맞추어주었고 하루에 텃밭에 들어가는 수돗물의 양에 감탄해주기도 했다.

그러나 이따금씩 문제로 제기되는, '도시에서 배출되는 다이옥신이나 중금속 등 각종 오염물질을 식물이 흡수, 축적하고 이를 사람이 섭취했을 때 위험하다'는 말은 해주지 않았다. 이 문제는 진위가 아직 확인이 덜된 상태이며 그보다는 자칫하면 그 노인을 실망시켜 행복을 송두리 채 빼앗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배려) 때문이었다. 노인이 옥상에서 거두는 야채나 과일에 중금속이 없기를 바라지만 정말 중금속이 들어 있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어 도시의 옥상에는 먹거리보다는 볼거리인 꽃이나 나무를 심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배려란 것을 돌아보게 된다.

배려란 것이 엄청난 것인 줄 알면 베풀기 힘들게 된다. 배려란 것은 내미는 손을 뿌리치거나 외면하지 않고 지그시 잡아주는 것이며 머리로 헤아리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대접하는 마음 나누기인 것이다. 상대가 누구라 하더라도 그가 하고 싶은 말이나 일을 하도록 하고 그가 서 있고자 하는 곳에 서있게 해줌으로서 그로 하여금 잠시나마 행복하도록 해주는 게 배려가 아닌가 한다. 타인의 어려움이나 바람을 이해하고 배려함으로써 상대가 귀한 존재임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 하나를 마련해 주게 될 때, 우리는 진정한 동반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팍팍한 삶 속에서도 우리는 상대를 배려함으로써 상대를 기쁘게 하고 나도 즐거워지는 복록을 누릴 수 있다. 손상호 경북대 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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