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여성성과 남성성

천영애 시인

천영애 시인 천영애 시인

여성으로만 구성된 대법관을 상상해 본적이 있는가? 미국의 연방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는 인터뷰를 통해 "법정은 또 한 명의 여성을 원한다"라고 말했다. 한 명의 여성만이 연방대법관의 자리를 지키고 있을 때였다.

우리나라의 여성 대법관 전수안은 "여성법관들에게 당부합니다. 언젠가 여러분이 전체 법관의 다수가 되고 남성법관이 소수가 되더라도, 여성대법관만으로 대법원을 구성하는 일은 없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도 여성이 사회에서 고위직을 차지하기는 쉽지 않다. 무엇보다 여성만으로 이루어진 대법관은 상상해본적도 없다. 남성대법관을 당연하게 생각했지만 여성대법관은 다소 경이의 눈으로 쳐다보았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고위공직에 다수 진출하고, 여성들의 파워가 커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남성들의 파워가 전부였을 때 남성들은 전혀 우려하지 않았다. 세상의 반이 남자이고 반은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대부분은 남성들이 차지하고 남은 극히 일부분의 자리를 여성들이 차지하고 있다. 여성의 존재감은 늘 미미했고, 그나마 여성들의 파워가 조금 커진다고 남성들은 마치 자기들의 당연한 자리를 빼앗기는 것처럼 법석을 떤다.

여성은 언제나 남성의 보조자 역할을 잘 하는 것에서 가치를 찾고, 여성이 주도적으로 해나가면 센 여자, 특별한 여자 취급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여성대통령이 탄생했을 때는 성을 초월한 사람으로 여겨졌고, 그 여성대통령이 탄핵되었을 때는 여성이란 할 수 없다는 조롱어린 말들이 만연했었다. 한 사람의 능력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능력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특정한 남성이 문제되었을 때는 남성이란 할 수 없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남성은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지만 여성은 성공해도 실패해도 항상 여성을 수식하는 평가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유럽권에는 여성과 남성을 굳이 분리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동등한 사람으로 여겨지며 성적 구분을 하지 않음으로서 사회적 역할의 구분도 하지 않으려 한다. 여성만으로 구성된 대법관을 다시 한번 상상해 보자. 당연하게 다가오는가? 당연하게 다가오지 않는다면 우리가 여성을 어떤 위치에 두고 보는지 되돌아 볼 일이다. 천영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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