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에] 자유한국당 황교안 호의 과제

노동일 경희대 교수

노동일 경희대 교수 노동일 경희대 교수

제1야당 당권 거머쥔 황교안 대표

가시밭길 헤쳐 나가는 시험대 올라

자신 안위보다 자신 희생할 각오로

당·보수세력 바로 세우기에 나서야

'어대황'(어차피 대표는 황교안). 정답은 결국 달라지지 않았다. 세간의 관측대로라면 황교안 대표 출마를 부추긴(?) 당내 조직의 탄탄함을 보여준 결과이다. 오세훈, 김진태 후보의 순위도 같은 맥락이다. 자유한국당 내 세력 분포도를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정치 신인 황 대표는 단숨에 대한민국 제1야당의 당권을 거머쥐는 데 성공했다. 그럼에도 황 대표의 앞날이 탄탄대로일 것으로 점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고 보는 게 중론이다. 가시밭길을 홀로 헤쳐 나가야 하는 어려움에 처했다고 보는 게 맞다.

황 대표는 왜 이 시점에 자유한국당 당권에 도전했을까. 아직도 많은 사람이 의문을 갖는 부분이다. 황 대표 당선에는 이른바 '신상효과'가 한몫했다. 때 묻지 않은 정치 신인에게 쏠리는 관심이다. '안철수 현상'이나 '반기문 돌풍' 등이 대표적이다. 여론조사에서 황 대표가 보수 진영 1위를 달리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황 대표나 주변 인물들이 이를 의식했다면 당 대표 출마는 너무 이르다. 대선으로 직행했어야 마땅하다. 당 대표는 잘해야 본전이다. 자칫하면 당내 계파 갈등으로 상처만 입기 십상이다. 대선 국면쯤 되면 만신창이가 되어 대선 후보조차 기약하기 어려울 수 있다. 결국 지금 황 대표를 끌어낸 사람들의 가장 큰 목적은 자신들의 공천 기득권 지키기였다고 보아야 한다. 황 대표나 한국당의 이익 때문이 아니라는 말이다.

"에이, 나쁜 X들 같으니." 지난해 어느 모임에서 우연히 만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씁쓸한 한마디였다. 반 전 총장의 '대통령 출마' 에피소드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들려준 말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찾아와 출마를 부추겼다고 한다. 그들의 말은 한결같았다. "총장님이 나서기만 하면 저희들이 모든 걸 책임지고 돕겠습니다." '모든 것'이란 말 속에는 돈 문제도 물론 포함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막상 깃발을 들자 그들은 완전히 표변했다. 모든 걸 책임지기는커녕 현실은 하나부터 열까지 자신이 감당해야 할 몫이 되더라는 것이다. 평생 공무원 생활로 일관한 반 전 총장이다. 배신과 식언을 일삼는 정치권에서 견딜 수 없었던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를 만난 황 대표가 같은 '공무원'이었음을 강조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반 전 총장 사례가 황 대표에게 그대로 적용될 것이라 말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황 대표의 자세이다. 자신을 찾아와 공언한 '직업 정치꾼'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거나 그들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검사부터 장관, 총리,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이른바 '늘공'(직업공무원)은 모범생으로 충분하다. 틀을 벗어날 수도, 그럴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정치인은 때로 변칙 플레이도 필요하다. 링컨의 말처럼 북극성이라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진흙탕 길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소문이겠지만 '공천 약속'도 혹시 했다면 잊어야 한다. 당 대표가 된 이상 모든 결정에 있어 대의(大義)를 우선한다면 소리(小利)를 앞세우는 자들은 따라오지 않을 수 없다.

황 대표가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여론조사 지지율 1위가 동력이 된 점이나 지금까지의 행보로 보아 그럴 것이라 짐작해 본다. 황 대표의 목표가 대선에 있다면, 아니 그럴수록 우선순위가 자신의 안위에 쏠려서는 안 된다.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당과 보수 세력을 바로 세우는 데 전력을 쏟아야 한다. 당권 경쟁 과정에서 황 대표는 "과거보다 미래에 초점을 맞추자"는 말을 무수히 반복했다. 어쩔 수 없이 탄핵 등 논란에 끌려 들어갔지만 여전히 애매모호함을 벗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과감한 화법으로 과거를 정리하고 당과 보수의 미래 어젠다를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미래도 열릴 수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비대위가 부활할지 모른다는 냉소도 흐른다. '어대황'이 대표로 끝날지, '어차피 대세는 황교안'으로 굳어질지 여부는 다름 아닌 황 대표 본인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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