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론새평] 5.18 논란, 이성적으로 풀어라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5·18에 대한 북한군 개입 주장은

진상을 진실하게 밝히려는 목적

개입 여부 정밀한 조사는 않은 채

망언 규정·처벌한다면 반민주적

지난 8일 개최된 한 토론회에서 광주 5·18민주화운동은 순수한 민주화운동이 아니라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거나 그 토론회 개최를 지원한 3명의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에 대한 정계와 언론계의 히스테리컬한 공격이 2주째 계속되고 있다. 공격자들은 그러한 발언을 망언으로 규정하고, 그런 망언을 하는 것은 5·18을 폄훼하고 역사를 왜곡하며 이 나라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범죄적 언동이라고 비난하면서 그들을 정치·사회적으로 생매장하려 하고 있다.

필자가 그러한 공격을 히스테리컬한 공격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현시점에서 5·18은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라는 발언을 망언으로 규정하는 것이 이성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5·18은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라는 발언이 망언이 되려면 5·18에 북한군이 개입했는지 여부를 진지하게 조사하여 북한군의 개입이 없었음이 확인되어야 한다. 그런 확인 작업 없이 5·18을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라고 말하는 것을 망언으로 규정하는 것은 이성적이지 않다.

5·18을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라고 주장하는 일에 앞장서 온 지만원 씨가 제시하는 논거들 가운데 설득력이 없는 사항도 있지만 진지하게 검토, 확인해 봐야 할 사항들도 많다.
그뿐만 아니라, 북한 정권은 5·18을 김일성의 교시에 따라 발생한 사건이라고 주장해 왔으며, 5·18 때 광주에 침투했었다고 자처하는 남한 거주 탈북민이 2명이나 있다.

둘째, 5·18에 대한 북한군 개입 주장은 5·18의 진상을 왜곡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5·18의 진상을 진실하게 밝히려는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5·18에 북한 사람들이 개입했는지 여부를 편견을 가지지 않고 객관적으로 정밀 조사한 결과 5·18에 북한 사람들이 개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 5·18의 진상은 더욱 진실되게 정리될 것이다.

5·18에 대한 북한군 개입 여부를 진지하게 조사해 보지도 않은 채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역사 왜곡자로 매도하고 처벌하려는 것이야말로 역사를 왜곡하려는 행태이다. 이런 행태를 보이는 사람들은 대체로 5·18에 대한 북한군 개입을 주장하는 남한 주민은 역사 왜곡자로 격렬하게 비판하고 적대시하면서, 동일한 주장을 하는 북한 정권에 대해서는 역사 왜곡자라고 비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 지원을 해주려고 안달한다. 자가당착적이다.

셋째,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5·18에 북한군이 개입했음을 시사하는 무시하기 힘든 논거들을 제시하고 있는데도, 이것을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범죄로 규정하여 봉쇄하는 것이야말로 반민주적이다. 민주주의는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며, 다수가 지지하는 의견에 반대되는 의견을 주장하는 것을 봉쇄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닌 다수파의 독재이다.
우리나라 정계와 언론계에는 5·18은 숭고한 광주 시민의 민주화운동이며, 5·18에 북한군이 개입했을 가능성은 전무하다는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자기들이 다수파임을 이용하여 5·18에 대한 자기들의 입장에 반대되는 의견을 봉쇄하려 한다. 그러한 발언 봉쇄는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다수파의 독재인데 그 다수파의 독재를 민주주의라고 강변하고 있다.

국가의 중요한 쟁점을 히스테리컬한 심리 상태로 결정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잘못된 결정이 이루어지고 국가에 재앙을 초래하게 된다. 5·18에 대한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는 쪽이나 그것을 부정하는 쪽 모두 히스테리컬한 심리 상태로 서로를 대하게 되면 그 문제로 인해 나라가 큰 혼란 속으로 빠지게 될 것이다. 양측 모두 히스테리를 진정시키고, 객관적이며 열린 마음으로 5·18의 진상을 규명한다는 자세로 그 문제를 조사·해결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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