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에] 그들에겐 아무 잘못이 없다

권은태 (사)대구콘텐츠 플랫폼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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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간 고등어 머어 봤나?"

책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전라도 음식에 대한 폭풍 찬사가 쏟아지는 자리에서 떡하니 내지른 한마디, 저자는 이것을 가리켜 '안동의 자존심'이라 했다. 하긴 그곳의 음식은 명실상부한 그곳의 문화이니 안동 사람이 어찌 문화로 꿀릴까? 설령 바다와 떨어진 입지 조건에서 비롯된 때문이라 해도 세월 지나 이름 앞에 '안동'이 붙는 순간, 소금에 절인 고등어는 새로운 의미의 특별한 무엇이 되었을 것이다.

고등어 하나로 산해진미와 대적하고 대세를 거슬러 외로이, 그러나 당당하게 고향을 외치게 하는 '안동의 자존심'처럼 말이다. 이처럼 안동 사람이 '안동의 것'을 대하는 태도에는 남다른 긍지와 자부심이 있다.

그런데 찾아보면 이러한 조합이 어디 안동과 간고등어뿐이랴?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도 '고향의 것'은 다르게 보이기 마련이다. 마을마다 도시마다 자기만의 이야기와 색깔이 있고 그것이 빚어낸 '자기만의 것'이 있다. 우연히 만나면 반갑고 오래 잊고 살다가도 한 번씩 생각나는 것들, 떠올리면 애틋해지고 까닭 모를 힘을 샘솟게도 하는 '고향의 것', 즉 '우리만의 것'은 그곳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 함께 느끼는 공통의 정서이다. 그래서 그 '우리만의 것'이 주는 특별함, 그것을 대하는 남다른 시선과 뿌듯함이 긍지와 자부심으로 이어지는 건 어쩌면 인지상정에 가까운 일인지도 모른다.

옆옆이 자리한 마을과 이웃한 도시들이 모여 경북이 되고 대구가 되었으니 대구경북의 사람들 또한 이와 다를 바가 없다. 그러니 그걸 가리켜 일명 'TK 정서'라 일컫든 아니면 다른 뭐라 부르든 '따로 또 같이' 공통의 정서가 생겨난 건 하나도 이상할 게 없는 일이다. 따라서 다양한 지역 정서를 대함에 개인적 취향과 성향에 따른 호불호는 있을 수 있겠으나 어느 한 지역의 정서만을 따로 떼어 보편성을 부정하거나 시빗거리로 삼는다면 그건 가당찮은 일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대구경북의 이 'TK 정서'가 마치 미풍양속을 해치는 나쁜 습속이라도 되는 양 치부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더군다나 이것이 빌미가 되어 대구경북 사람, 특히 대구경북의 청년들이 타지, 특히 수도권에서 무단히 눈총이나 면박을 받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가끔 툭하고 던져지는 적의(敵意) 섞인 질문 "거긴 왜 그래요?", 이 한마디의 근저에는 대구경북에 대한 얕고 편향되며 부실한 인식이 깔려 있다.

질문을 풀어보면 대강 이렇게 된다. '당신네 지역은 왜 그렇게 수구적이며 정치적으로 한쪽으로만 편향되어 있는가?', 여기에 더해 '그 동네 사람들은 장인어른을 영감탱이라 부른다면서?'라는 힐난이 포함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건 사실이 아닐뿐더러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다. 이렇게까지 답을 해야 하나 싶지만 일단, 대구경북 사람들은 장인어른을 영감탱이라 부르지 않는다. 알고 보면 정치적 지형과 색도 무척 고르고 다양하다. 그리고 다 떠나서, 대구경북의 청년들은 그냥 그들의 삶을 살고 있을 뿐이다.

그럴 리 없겠지만 서울에 살고 있는 현 정권의 주류세력들, 그리고 그 줄에 닿은 사람들의 대구경북에 대한 인식 수준이 이 질문처럼 얕고 편향되어 있다면, 그래서 저 높은 곳에서 중앙과 지방이 서로 잘해보자며 그들끼리 악수와 덕담을 주고받을 때 정작 대구경북의 청년들은 어디 몹쓸 곳에서 온 사람처럼 눈치를 봐야 한다면 이건 이만저만 잘못된 일이 아니다.

조금만 상기해보자. 경북은 동학의 발원지이다. 또한 항일의병의 본거지이며 혁신유림의 본향이다. 대구는 국채보상운동과 228민주운동에서 알 수 있듯 시대의 부름에 늘 앞서 응답을 한 곳이다. 그리고 대구경북은 대한민국에서 독립유공자가 가장 많은 곳이다.

그러니 누구든 대구경북에 마뜩잖은 시선을 보내고 싶다면 먼저 오늘 자신의 삶이 대구경북에 빚진 건 없는지 한번쯤 생각해 보시라. TK 정서는 시비의 대상이 아니다. 그리고 대구경북의 청년들이 출신지로 인해 주눅 들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다. 그들에겐 아무 잘못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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