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바둑 문화와 산업에 대한 인식의 전환

이정호 변호사 이정호 변호사

사고력·인문학적 감성 기르는 바둑

4차 산업혁명 고급 인재 양성 거름

IT 강국 부상 중국 '이유 있는' 투자

게임산업처럼 범국가적 지원 필요

새해 경제계 빅 뉴스 중 하나는 국내 기업인이 소유한 세계적 게임 회사 넥슨의 M&A 소문이다. 대한민국 IT 산업 성장의 한 축을 맡으며 PC 게임 시장을 선도한 기업의 창업주이자 오너가 어떤 이유로 매각을 결정한 것인지에 대한 여러 분석도 나오고 시장의 궁금증도 크다. 예상대로 M&A가 이뤄진다면 최고의 부가가치를 창출해 온 게임 산업의 세계 지배 구조가 재편되기 시작하고, 그 산업적 공과 역시 재평가될 것이라 짐작한다. 흔히 게임이라 하면 넥슨의 예에서 보듯이 누구나 컴퓨터나 모바일,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게임을 떠올린다. 그러나 가장 전통적인 게임이라면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진 바둑이 아닐까 한다. 단연코 1990년대까지만 해도 바둑은 게임의 대세였고, 최고의 바둑 기사에게는 국수, 명인과 같은 타이틀과 함께 그 이름에 부합하는 명예와 부가 생겼다. 바둑 또한 컴퓨터 게임의 소재가 되고, '인터넷 기원'이라 할 만한 온라인 게임망도 갖춰져 있어 시대 변화에 부응하고는 있으나 예전처럼 폭넓은 인기를 누리지는 못하고 전 국민적 관심 대상에서 약간은 벗어나 있다.

최근 바둑계는 바둑 기전의 감소, 위상이나 인기의 하락 등에 불안해하고 있다. 얼마 전 있었던 인공지능과의 대결에서 바둑 기사의 패배는 '호모데우스'를 자칭하고자 하는 인간의 자존감에 상처를 주었다. 인간의 창의성과 직관력으로 인공지능을 앞서길 기대했던 대결에서 인간이 굴욕적으로 패하고, 인간이 개발한 인공지능의 가치만 돋보인 것이다.

더불어 바둑 기사의 권위나 지위가 예전 같지 않고, 바둑계 내의 갈등까지 겹치면서 한국기원 총재의 사퇴라는 파국을 맞기도 하였다. 그나마 지난해 이른바 바둑특별법이 제정되어 국가의 역할이나 지원에 대한 근거는 마련되었으나, 근본적으로는 바둑계가 스스로의 힘으로 산업적으로 성장하고 대중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추동력을 갖추게 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 어떻게 하면 바둑과 바둑계가 발전할 수 있을까? 여러 가지가 필요하겠지만, 우선은 바둑 기사들의 권위가 회복되어야 한다. 뛰어난 바둑 기사가 나오고 명성에 합당한 대우를 받을 때 자연스레 팬들이 늘어나고 보급이 확산되어 후학도 성장한다.

이 점은 체육계 전반에도 적용되어, 엘리트 체육이 선도하고 생활 체육이 보급을 책임질 때 종목과 산업 모두가 발전한다. 바둑 기전을 후원하는 기업들은 당장 기업에 부담이 되더라도 바둑의 미래를 책임진다는 자부심을 가져야 하고, 기전 후원을 통한 장기적 광고 효과를 신뢰하여야 한다.

다음으로는, 보다 근본적 방안이 되겠지만, 바둑이 갖는 교육적 장점, 곧 바둑을 익히는 과정에서 생겨난 사고력 향상이 우수한 인재 양성의 보조 수단이 된다는 점이 널리 홍보되어야 한다. 바둑을 두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수많은 분석적 사고는 엄청난 지적 트레이닝이다.

이는 게임 산업의 사회적 가치와 대조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점차 IT 강국 반열에 오르고 있는 중국이 한중일 바둑계에서 바둑에 대한 투자나 관심이 가장 높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바둑이 가진 특유의 장점을 생각한다면 바둑은 21세기에도, 아니 향후 천 년 이상을 인간의 지적 호기심과 승부 욕구를 충족시키고, 합리적 이성에 전략적 사고나 인문학적 마인드까지 더할 수 있는 최고의 도구로 남아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한 범국가적 노력이 당연히 요구된다. 19단이라는 뛰어난 국민적 연산 능력을 기초로 인도가 수학과 IT 강국으로 성장하였듯이, 쉽게 접하고 재밌게 익힐 수 있는 바둑은 4차 산업혁명의 전환기를 기회로 살리는 지적 소양이자 밑거름이 된다 하여도 결코 과장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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