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광장] 사랑이 커리큘럼이다

김계희 그림책 화가

김계희 그림책 화가
김계희 그림책 화가

오래전 아이들을 가르칠 때 미술학원을 개원하려는 친구들이 커리큘럼에 관해 자주 묻곤 했다. 그럴 때 나의 대답은 늘 똑같았다. 교수법이니 커리큘럼이니 하는 것들은 중요하지 않다. 아이들을 진실로 사랑하면 그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게 되고 모든 언어와 행동이 그 아이의 미래를 위해 나오게 된다. 그렇게 되면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수업 방식은 사라지고 그 아이에게 가장 필요하고 적합한 교수법이 저절로 나오게 된다.

그게 아니라면 모든 계획과 수업법은 그저 커리큘럼을 채우는 수많은 답습에 불과해진다. 남자가 여자를 사랑한다. 사랑이 처음인 남자는 방법을 알고 싶어 한다. 하지만 방법이 사랑으로 인도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 속에서 저절로 방법이 나오는 것이다. 서툰 솜씨의 화살이라도 진정한 사랑에서 쏘아 올린 화살은 정확히 심장에 가서 꽂힌다. 그러니 나의 말이, 나의 칭찬이, 나의 방법이 이 아이의 심장에 닿고 있는가에 대한 매 순간의 인식이 필요하다.

사랑은 물이 끓는 온도에 도달하는 것과 같다. 사랑한다고 생각하지만 비등점에 도달하지 못하면 감동을 줄 수 없고 상대방을 변화시키지 못한다.

많은 교육이 참사랑을 기반으로 하지 못해 우리는 아이들에게 헛된 노력을 강요하며 소중한 시간을 소모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 우리는 과연 아이들을 진실로 사랑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하겠지만 많은 부분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아이가 공모전에 나가기 위해 선생님이 구성한 그림이나 공모전 입상작을 조합해 몇 번씩 따라 그리고 그것으로 상을 받아올 때 부모가 기뻐한다면 그것은 아이들에게 거짓과 불명예를 가르치는 것이다.

많은 어머니가 말한다. "아니라는 건 알지만 아이가 좋아하니 그냥 두었어요." 그것이 옳지 않은 것이라고, 그것은 불명예스러운 상이라고 왜 말하지 못하는가? 이 단적인 예를 보더라도 우리는 아이를 참사랑으로 기르고 있지 못한 부분이 많다.

자부심과 명예가 무엇이며 정의가 무엇인지 가르쳐야 할 어른들이 불명예를 가르치는 일에 공모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아이들이 자라 다시 교육을 하고 사업을 하고 정치를 한다. 세상이 바뀌려면 교육이 바뀌어야 하고 교육이 바뀌려면 사랑을 찾아야 한다.

코엘료의 '오자히르'에는 단테의 신곡에 관한 구절이 나온다. "인간이 진실한 사랑을 받아들이게 되는 날, 잘 짜여 있던 모든 것은 혼란에 빠지고 확고한 진실로 여겨졌던 것들은 모두 뒤흔들릴 것입니다. 인간이 사랑하는 법에 눈뜰 때, 비로소 참된 세상이 이루어집니다. 그때까지 우리는 사랑을 안다고 생각하면서 살겠지만, 사랑을 있는 그대로 대면할 용기는 갖지 못할 겁니다."

우리는 탐욕의 소용돌이 속에서 거짓의 삶을 생산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진실로 아이들을 사랑하게 되면 그들의 미래와 삶을 염려하게 되고, 지금 하고 있는 많은 방식이 틀렸음을 알게 될 것이다.

단테가 지적한 바대로 우리가 진실로 사랑할 때 확고한 진실로 여겼던 모든 것들이 거짓의 실체를 드러내며 뒤흔들릴 것이고, 교육은 바뀔 것이고, 세상은 변화될 것이다. 우리의 비정상은 정상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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