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광장] 대구에서 도쿄돔까지

성승모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성승모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성승모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어느 블로그에서 우연히 '대구 비틀즈 모임'의 활동을 접했다. 작년 4월 폴 매카트니 콘서트를 도쿄돔에서 단체로 관람하고 일본 비틀스 팬클럽 회원들과 모임도 가졌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폴 매카트니 콘서트를 이미 관람했지만 한 번 더 보고 싶어졌다.

지난봄 도쿄돔 시티홀을 방문했다. 1988년 완공된 도쿄돔과 함께 각종 놀이기구를 갖춘 유원지, 호텔, 쇼핑 시설이 들어서 있으니 '도쿄돔 시티'라는 명칭이 적절해 보였다. 비틀스의 공연이 열린 도시들의 변화를 다룬 어느 학자의 '비틀스 도시론'이 떠올랐다. 1966년 일본 부도칸(武道館)에서 열린 비틀스 콘서트가 '도쿄돔 시티'를 계획하는 데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르겠다. 도쿄돔에서는 프로야구 경기와 함께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리고 있다.

폴 매카트니의 콘서트가 일본 도쿄돔과 나고야돔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고 11월 1일 도쿄돔 공연을 관람하기로 했다. 영국 BBC 방송이 '21세기의 비틀스'라고 극찬한 방탄소년단(BTS)의 콘서트가 같은 달 도쿄돔에서 열린다는 사실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도쿄돔 호텔 로비에는 11월 9일 도쿄돔 시티홀에서 열린 '제58회 미스 인터내셔널 대회'를 홍보하는 부스가 눈에 띄었다.

공연 전 잠시 짬을 내서 간다(神田) 고서점가를 찾았다. '제59회 간다고서축제'가 거리 곳곳에서 열리고 있었다. 자주 찾았던 곳이지만 세계 최대 규모의 고서축제는 처음으로 경험했다.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혼조 다스쿠(本庶佑) 교토대 교수와 다치바나 다카시(立花隆)의 대담이 전자책으로 출간되었다는 소식도 눈에 띄었다.

기대했던 대로 폴 매카트니의 공연은 대단했다. 지난 9월 그가 내놓은 솔로 앨범 '이집트 스테이션'은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랐다.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새 앨범을 발표하고 열정적인 콘서트를 이어가는 폴 매카트니를 보면서 건강한 노인이 성인(聖人)이라고 주장한 김용옥 선생의 '도올세설' 칼럼이 생각났다.

비틀스 시절 노래부터 올해 발표한 신곡까지 주옥같은 노래들을 기타와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쉬지 않고 들려줬다. 사랑을 고백하는 피켓을 들고 있는 남녀 관객을 무대로 불러서 프러포즈를 할 기회를 주고 피켓에 친필 사인을 해주기도 했다. 헤이 주드, 렛잇비(Let It Be), 블랙버드 등의 명곡을 들은 것이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비틀스의 명반 '애비 로드'에 실린 '골든슬럼버'도 깊은 감동을 줬다.

최근 바이올리니스트 안네 소피 무터의 공연을 보기 위해 예술의전당을 찾았다. '이매진 존 레논전(展)'이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고 전시회를 보기 위해 예술의전당을 다시 찾았다. '음악이 죽은 날'이라는 제목이 실린 1980년 타임지 표지를 비롯해 존 레논 추모 기사를 특집으로 다룬 신문 지면으로 장식된 전시장 입구가 인상 깊었다. 911테러 직후 세계 각국의 신문 1면이 전시된 미국 워싱턴 D.C의 '뉴지엄'을 연상시켰다. 폴 매카트니가 헤이 주드를 열창하는 동영상을 보면서 도쿄돔 공연이 생각났다. 내년 3월 10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전시회는 대구에서도 개최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전시회와 함께 폴 매카트니의 내한공연도 실현된다면 더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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