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 불수능 국어를 대하는 자세

대구능인고 교사

민송기 대구 능인고 교사 민송기 대구 능인고 교사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고 나면 언론에서는 물수능, 불수능 하는 보도들이 쏟아져 나온다. 올해는 근래 가장 어려웠기 때문에 불수능이라는 불만과 함께 특히 어려웠던 31번 문제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많았다. 문제가 어려웠다는 뉴스만 있고, 정답 오류에 대한 의미 있는 이의제기가 없었던 것을 보면 출제에 큰 문제는 없었다고 할 수 있다. 뉴스에서는 점수가 폭락한 학생들의 이야기를 강조하지만, 상대평가인 이상 원점수가 떨어지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 예로 9월 모의고사에서 국어 90점을 맞은 학생이 이번 수능에서 80점을 맞았다고 하면 등급은 3등급에서 2등급으로 오르고, 상대적 점수인 표준점수, 백분위는 모두 상승한다. 원점수는 폭락했지만 상대평가이기 때문에 더 높은 대학을 지원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국어가 어렵게 출제되는 이유는 영어가 절대평가가 된 후로 국어와 수학에 상위권 변별의 책임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시험 문제를 출제할 때는 하위권 학생들도 찍지 않고 풀 수 있는 쉬운 문제와 상위권 학생들의 실력을 변별할 수 있는 소위 킬러 문항 몇 문제를 둔다. 그런데 킬러 문항도 검토의 과정에서 논란이 없도록 답을 명료하게 만들다 보면 킬러 문항으로서의 역할을 못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이번에 어렵다고 불만이 많은 31번 문항의 경우 "만유인력은 점과 점 사이에 작용하는데, 구인 지구와 태양 사이에 작용하는 만유인력은 어떻게 구해?", "구를 이루는 얇은 껍질들을 적분하면 돼."라는 내용으로 구성했으면 답이 훤히 보이는 문제가 되었을 것이다. 이처럼 같은 요소를 묻더라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난이도가 크게 달라진다. 올해 국어가 불수능이 된 가장 큰 이유는 킬러 문항이 나름 성공한 데다 쉬어갈 수 있는 쉬운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영향으로 시간이 부족하게 되고, 중간 난도의 문제 일부도 킬러 문항이 된 것이다.

수능 문제가 어렵게 출제되어도 모든 학생이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 상대평가 체제 하에서는 이익과 손해를 합해 보면 0이 된다. 단지 손해를 본 사람들의 목소리는 크고, 이익을 본 사람들의 목소리는 작기 때문에 손해가 큰 것처럼 보일 뿐이다. 지금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은 국어가 불이라고 두려워하거나 내년에는 쉬울 것이라고 기대할 필요는 없다. 그런 계산을 하기 전에 많이 읽어 보고 문제를 많이 풀어 보면서 잘 대비를 하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만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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