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의 새콤달콤 과학 레시피] 뇌파로 채팅하기

보스턴 과학박물관 '과학적 이해의 모델' 그림. 보스턴 과학박물관 '과학적 이해의 모델' 그림.

"우리 뭐 먹을까?" 라고 친구에게 말했는데 둘이 동시에 "라면~"이라고 했다면 '찌찌뽕'이라 외친다. 옛날로 치면 '텔레파시가 통했네'라는 말이다. 옆 사람에게 내 입으로 말을 해서 내가 하고 싶은 뜻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내 머리에서 옆 사람 머리로 바로 전달하는 방법을 텔레파시라고 부른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가다가 와이파이를 잡아서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열어 본다. 이때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공기 중에 떠도는 전파를 잡아서 정보를 전송받아 보는 것이다. 이처럼 내 머리 속의 생각을 바로 옆의 친구 머리 속으로 바로 보낼 수는 없을까? 지금까지는 소설이나 영화처럼 상상 속에서만 가능했다. 그런데 실제로 머리 속의 생각을 읽어서 글자로 적고 저장하며 심지어 다른 사람의 머리로 바로 보내는 기술이 개발 중에 있다. 정말 이것이 가능할 것인지 그 현장을 살짝 들여다보자.

◆페이스북 '브레인 타이핑 기술' 개발

최근 페이스북이 머리 속의 생각을 글자로 바꿔주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 기술이 개발되면 휴대폰으로 채팅할 때에 내가 손가락으로 글자를 타이핑하지 않아도 내 머리 속의 생각을 읽어서 글자가 자동으로 내 휴대폰 채팅 창에 글자로 입력이 되어 전송될 것이다. 이 기술의 핵심에 뇌파가 있다.

페이스북은 우리 뇌의 뇌파 신호를 측정해서 그것을 분석한 후 글자로 타이핑해주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미션을 가지고 60명으로 구성된 '빌딩8'이라는 연구그룹이 만들어졌다. 이들은 사람 뇌의 언어중추를 해독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뇌파를 이용해 생각만으로 글자를 쓰는 '브레인 타이핑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1분에 100단어를 쓰는 속도로 글자를 타이핑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페이스북의 목표다.

◆마비 환자의 생각을 글자로

'사람의 생각을 글자로 타이핑한다니 과연 진짜 될까?' 라는 생각마저 드는 신기한 기술이다. 이미 2012년에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연구팀이 뇌파신호를 글자로 바꿔주는 '아이브레인(iBrain)' 장치를 개발했다. 이것은 마비환자가 뇌파를 이용해서 글자를 타이핑할 수 있도록 만든 기술이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이 기술은 전신마비 환자나 장애가 있는 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글자로 바꿔서 다른 사람과 편하게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해주는 놀라운 것이다.

미국 보스턴 과학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사람 뇌 미국 보스턴 과학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사람 뇌

이처럼 뇌파를 측정해서 생각만으로 글자를 타이핑하는 기술을 처음에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개발했지만 최근에 페이스북 기업체가 뛰어들어 대규모 투자를 통해 제품으로 만들기 위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뉴스는 시사하는 의미가 크다. 몇 년 후에는 정말 이 기술이 개발 완료되어서 쓰일지도 모른다. 그때가 되면 머리띠나 헤드셋을 쓰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가락도 움직이지 않고 그냥 생각만 하면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에 글자가 타이핑되어 입력되고 그것이 상대방도 볼 수 있게 전송될 것이다.

◆생각을 저장하고 전송하는 기술

한 사람의 뇌의 생각을 읽고 저장해서 다른 사람에게 그 생각을 전송해서 심는 것이 정말 가능할까? 상상 속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기술을 실제로 개발하겠다고 나선 과학자가 이미 10년 전에 나왔다. 그냥 허풍 떨며 큰소리 친 정도가 아니고 지난 10년 동안 진짜 이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연구를 계속해오고 있다.

나노기술학술대회 토론장면. 나노기술학술대회 토론장면.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신경기술설계센터의 시어도어 버거 교수가 바로 그 과학자다. 그는 10년 전에 미국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으로부터 300억원이 넘는 연구자금을 지원 받아 기억을 담당하는 '인공해마'를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다.

우리 뇌에서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옮기는 역할을 '해마'라는 뇌의 부위가 담당하고 있는데 이 해마를 인공칩으로 바꿔서 넣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인공칩에 기억을 저장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연구팀에서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해마가 손상된 쥐의 뇌에 인공해마라고 할 수 있는 작은 칩을 삽입해서 장기기억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아직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어서 사람의 뇌에 실제 사용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좀 더 연구를 지켜봐야 한다.

◆뉴럴링크의 도전

최근에 사람의 생각을 저장하고 다른 사람에게 보내는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나선 회사가 있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이러한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선언하며 '뉴럴링크 코퍼레이션'(Neuralink Corp)이라는 새로운 회사를 2016년에 만들었다. 이 회사는 사람의 뇌에 작은 칩을 삽입해서 뇌에서 일어나는 활동을 실시간으로 읽고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하고자 한다. 이 회사는 작은 칩을 통해서 사람의 생각을 읽고 저장할 수 있으며 다른 사람의 뇌로 기억을 보낼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어떤 기계장치에 광케이블을 꽂아 데이터를 읽고 다운 받아 컴퓨터에 저장한 후에 다른 기계장치로 그 데이터를 보내서 저장하는 일은 우리 생활 속에 흔히 있는 일이다. 이처럼 기계장치를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데이터의 저장과 이송을 사람의 뇌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정말 실현될 수 있을까? 앞으로 뉴럴링크 회사가 어떤 놀라운 개발 결과를 내놓을지 무척 궁금해진다.

김영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 김영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

지나가다 원수같이 미운 사람을 보면 욕이 불쑥 머리 속에서 튀어나온다. 물론 입 밖으로 욕을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대방은 눈치채지 못하고 웃으며 인사하고 지나친다. 그런데 생각을 읽어서 바로 다른 사람에게 보내는 기술이 개발되면 우리의 숨기고 싶은 생각은 어떻게 숨길 수 있을까? 전신마비 환자나 장애인을 위해서 뇌의 생각을 글자로 바꿔서 전달해주는 기술은 아주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다. 그렇지만 개인의 생각을 해킹하거나 무작위로 전송됨으로 인해 발생되는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와 인권에 대한 문제도 함께 고려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김영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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