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프라운호프 정신으로 지역 기업을 살리자

정우창 대구가톨릭대 기계자동차공학부 교수. KAIST 공학박사 정우창 대구가톨릭대 기계자동차공학부 교수. KAIST 공학박사

半官半民 프라운호퍼 응용과학硏

제조업 강국 독일 산업기술 이끌어

지역 연구기관들 기업에 도움 안 돼

일정 비율 지역 과제 할당제 실시를

독일은 최고의 제조업 강국이며 4차 산업의 중심 국가이다. 그 이유 중 하나로 프라운호퍼(Fraunhofer) 연구기구(이하 프라운호퍼)가 있다. 프라운호퍼는 약 2만5천 명의 직원이 약 3조원의 예산을 사용하는 유럽 최대의 응용과학연구소이다. 프라운호퍼는 방위 및 보안, 정보통신, 생명과학, 광학 및 표면처리, 소재 및 부품, 전자공학, 생산기술, 연구혁신 등 총 8개 그룹, 72개 연구소로 구성되며, 각 연구소는 전문 연구 분야가 특화되어 있다. 민간 수탁 및 공공 과제가 전체 위탁연구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연방정부 및 주 정부에서는 30% 정도만 지원받고 있다. 산업체가 필요로 하는 실용기술 개발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산업체의 니즈(Needs)에 부응하는 연구 능력이 탁월하다. 반관반민(半官半民)의 운용 방식으로 독일의 산업기술을 리드하고 있는 것이다.

2017년 국가 R&D 예산 19조3천927억원 중 정부출연연구원(이하 출연연)에서 40.7%인 7조9천억원을 사용하였으며,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 25개 출연연의 평균 정부출연금 비율은 45%에 달한다. 출연연 중에서 한국형 프라운호퍼에 해당하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전기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재료연구소의 2014년 평균 민간 수탁 비율은 14.3%에 불과하였다. 프라운호퍼처럼 산업체가 필요로 하는 실용기술 개발 능력을 키워 산업체를 리드해 갈 수 있는 연구 환경과 연구 시스템 조성을 위해 변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구에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 5개의 출연연 지역본부, DGIST, 한국로봇산업진흥원 등 8개 기관이 입주해 있다. 또 대구테크노파크,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 등 기업 지원기관이나 대구기계부품연구원, 한국섬유개발연구원 등 지역 기반 연구기관이 11개나 있다. 경북에도 19개의 지역 기반 지원기관과 연구소가 있다. 대구경북에 40개 가까운 기관이 기업을 위해 설립되어 있으니 숫자로만 보면 프라운호퍼 못지않다. 그런데 왜 지역 기업의 경쟁력은 나아지지 않고 있을까?

출연연 연구원은 3책 5공(과제 책임자로 3개, 동시에 수행하는 과제 5개)에 묶여 연구비가 많은 국책 과제 수주에만 집중하고 있다. 지역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실용기술 개발 과제는 연구비 규모가 작아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구경북 지역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려고 막대한 국가 예산을 들여 설립한 출연연이 지역 기업들에는 가까이하기에 너무 먼 당신일 뿐이다.

방법은 있다. 지역에 위치한 출연연 연구원이 수행하는 연구과제의 일정 비율은 무조건 지역 기업을 위한 과제로 수행하게 하면 된다. 지역 과제 할당제를 실시하면 된다.

지방자치단체가 출자한 지역 기반 연구소는 대부분 수십 명 정도의 소규모 연구인력으로 운영되고 있다. 출연연이 박사 중심으로 운영되는 반면 지역 연구소는 박사 비율이 높지 않다. 출연연에 비해 보수가 낮고 연구 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우수한 연구인력을 뽑기가 어려운 구조이다. 소액의 예산만 지원하면서 많은 것을 요구하는 지자체는 연구원들에게 엄한 시어머니로 비친다. 지역 연구소는 영세한 기업들에게 과제를 따주는 통로 역할은 잘 하고 있지만,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개발에 대한 기여는 높지 않다. 지역 연구소의 이름만 보면 분야가 전문화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 연구 분야는 중복되어 있는 부분이 많다. 지역 기반 연구소는 작지만 강한 연구소가 되어야 한다. 전문 분야를 두고 지역 연구소가 연구 분야 빅딜을 하면 된다. 그렇게 되면 연구원들은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고 연구개발 능력을 키워 기업을 리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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